사람들은 우리를 일컬어 독립군 혹은 외인부대라고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가다 만나서 의기투합,
의정벌을 누비기도 하고 도시를 벗어나 수많은 야산들을
종횡으로 누비기도 합니다.
누가 소집하지 않아도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북간도 땅을 누비던
독립군 선열들처럼 아무리 추워도 어슬렁어슬렁 모여듭니다.
나이 분포는 40~50대가 주를 이루는데요
실력은 그야말로 오합지졸~고수까지 다양합니다.
눈이 쌓인 백두대간을 풀샥으로 23일 만에 종주한 사부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라 큰소리 한 번 치고는 싶지만요
쭈글쭈글한 실력의 청죽을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독립군도 존재하는 걸 보면, 인정하긴 서먹서먹하지만
아무래도 오합지졸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 듯합니다..훌쩍~쿨럭 ㅡ,.ㅡ
독립군의 정확한 숫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저희들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위의 사진에 찍힌 독립군들도 며칠 전 눈이 내린 다음 날
삼삼오오 모였다가 기습을 당해 반강제로 찍힌 거랍니다.
우선 독립군들의 복장 중 신발을 유심히 보시면
70년대 어르신들이 신으셨던 털신이 상당수 보입니다.
독립군으로 재직 중이신(얼씨구~) 교수님이 한 분 계신데
어느 늦가을 느닷없이 털신을 신고 나오셨길래
"어따~ 뭔 뜬금없는 털신이랍니까?"
하고 따졌더니
"거 모르는 소리들 말라구..이래 봬도 바닥이 말랑말랑한 찰고무라
평페달에 박혀 있는 핀이 몇 개인지까지 감촉으로 알 수 있다구"
"으이구~ 핀 세려고 그걸 신어요?"
"또 있지...예전엔 밥값을 안 내려고 끈을 매는 신발들을 신고
꿈지럭거렸지만 이젠 눈치들이 빨라서 그러다가 바가지를 쓰거든
이 신발의 경우 그런 걱정에서 짜릿한 해방감을 맛볼 수 있지.
한 번 신어들 보라구. 신는 데 1초밖에 안 걸려.
잽싸게 신고 튀면 아무도 못 잡는다구"
끝까지 알 듯 모를 듯한 구신 씻나락 까잡숫는 소리를 하시면서
극찬 비스무리한 소리를 우기시는 바람에
독립군 부대내에서 대단한 소요가 일어났었지요.
한 켤레당 무려 오천 원이나 하는 이 털신을
살인적인 할인 가격인 4천오백 원에 대대적인 공구를 실시하자
무려 예닐곱 명이 운명적인 동참을 감행하여 구입한 건데
이 날도 예외없이 털신을 신은 분들이 계시는군요.
혹자는 혹한기의 방한기능에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한 분의 독립군에 의해서 그 문제는 깨끗이 해결되었지요.
어느 날 저녁에 밥을 배불리 먹고 난 뒤
장거리 라이딩의 후유증으로 닭병에 걸린 닭처럼
거실에서 끄덕끄덕 졸고 있었는데
문득 그의 게슴츠레한 눈에 설겆이 하는 마눌님의 덧버선이
뜨였답니다.
다짜고짜 달려들어 벗기고 보니
꽃무늬가 있는 것이 좀 흠이긴 했지만
자세히 보니 덧버선에 속에 보송보송한 털이 들어 있는 것이
너무나 따듯해 보여서 겁도 없이 요즘의 세태를 무시,
세대주이자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 강제로 압수하여
다음날 털신 속에 신고 나왔는데
그게 또 독립군들 사이에 평지풍파를 일으켜
상당수가 공구를 하여 혹한기를 무사히 맞게 된 것입니다. (아멘)
모자는 군밤장수모자가 독립군부대 내에서
대체로 대세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귀까지 푹 덮는 군밤장수 모자를 쓰고
헬멧을 그 위에 눌러쓴 모습은 정말 가관이죠.
장갑의 가격도 털신 만큼이나 만만치가 않습니다.
재래시장에서 물경 오천 원이나 주고 산
누비솜을 넣은 장갑들을 끼고 있는데요.
가끔은 의정벌에서 독립군을 한양땅 청계천 벼룩시장에
은밀하게 잠입시켜 헐값의 깜빡이등이나
값싸고 질긴 방한용 장갑 등의 군수품을
대량으로 조달하는 용의주도함도 있답니다.
독립군의 복장은 대단히 자유스러운 편이죠.
바지는 대체로 6.25동란 당시의 팔로군 누비바지 스타일도
많이 보이는데요. 이따금 골덴바지나 츄리닝도 등장합니다.
여러가지 오리털 점퍼도 등장하는데요.
오리털이라고 서로 박박 우기긴 하지만
간혹 자신감을 잃은 표정들도 보이는 걸 보자면
닭털이나 개털(엥? 있나?)등의 유사품도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 포착될 당시의 모습은 비교적 엠티비 매니아다운
비교적 단정한(에휴~) 모습들이네요.
이따금 엉뚱한 선구자가 있어 물을 흐립니다.
느닷없이 서로 면도를 하지 말자는 묵계를 맺고
달포를 버티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에게
마적단으로 오인을 받았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답니다.
한 가지
대체로 나홀로라이딩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그래서인지 나왔다가 동지를 규합하지 못하면
훌쩍 나홀로 산에도 가고 그럽니다.
저희들이 어찌 보면 동호회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론 나홀로라이더들의 교차존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거 멧돼지가 출몰한다는디 혼자서는 좀 위험하지 않우?"
하며 말리지만
"움훼훼...잡아서 구울려고 꼬챙이를 가져가니깐두루
연기가 피어오르면 잽싸게 오라구"
하며 무작정 떠나니 한편으로 멧돼지가 불쌍합니다.
아직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독립을 이룩하지 못했다는
인식도 존재합니다만,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벌써 50년이 넘었으므로 조국의 독립을 위한 독립군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통한 무한자유를 쟁취하려는 무리들이니
어쨌거나 독립군은 독립군입니다.
독립군 만세~!!!
자건거 만세~!!!!!
여러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5년도
이제 자투리만 남았습니다.
모두 연말 모쪼록 잘 보내시고
기쁘고 보람찬 새 해를
여러분의 것으로 만드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靑竹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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