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검은색 솜털 점퍼를 껴입은 성은하(63) 통장. 그녀가 폐품이 가득 담긴 손수레를 끌며 집을 나서자 이웃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휴, 또 폐품 수집하러 가시나봐요.” “날씨도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1동 18통 통장인 성씨는 동네에선 ‘폐품 수집하는 통장님’으로 유명하다. 지난 설 명절엔 폐품을 판 돈으로 20㎏짜리 쌀 65포대를 사서 동사무소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나눠줬다. 작년 설에는 결식 아동에게 은행 통장을 만들어 5만원을 넣어 주고, 20㎏짜리 쌀 50포대를 사서 어려운 이웃들 나눠 주라고 동사무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성씨가 살고 있는 심곡본1동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이 630여명이나 된다. 1999년부터 통장을 맡은 심씨는 ‘어떻게 하면 이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하고 늘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근처에 버려진 폐품들을 봤죠. ‘잘 모아서 재활용하면 좋을텐데…’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웃도 돕고 재활용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길을 찾아낸 거죠.”
2004년 1월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폐품 수집을 시작했다. 동사무소에서 통장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밤이고 낮이고 손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휙~돌고 저녁 식사 후에도 동네 이곳저곳을 훑으며 폐휴지가 하나라도 더 있는지 찾느라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는 날도 있다. “제일 힘들 때가 날씨가 궂은 날이에요. 겨울 새벽 길을 나설 땐 살얼음에 미끄러질까봐 움츠러들구요.”
폐휴지 1㎏당 받는 돈이 겨우 40~50원. 신문과 쇠붙이도 1㎏에 80원이 고작이다. 하루 10시간씩 움직여도 많아야 4000~5000원, 적을 땐 800원 가량이다. 성씨는 “한 마디로 개미가 티끌 모으듯 하는 일”이라며 “그래도 그 티끌이 모여서 태산이 됐을 때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몰라요”라고 했다.
처음엔 성씨 뒤로 “아이, 저 사람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뭘 저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려고 하나”하는 이웃들의 소곤거림이 귓등을 스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성씨는 “내게는 남모를 목표가 있으니까…”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제일 기쁠 땐 제 집 앞에 놓여 있는 폐품 손수레에 동네 사람들이 폐품을 한 점 한 점 놓아두고 갈 때예요. 이럴 땐 힘든 게 싹 가시더라구요.”
“원래 건강 체질이었지만 오래 걷다보니 저절로 체력이 강해져 더 건강해진 것 같다”는 성씨는 “남을 위해 일하다보니 나도 이런 복을 받네요”라며 웃었다.
남을 돕는다는 자체가 말처럼 그리 쉽지않은게 사실인데
통장님 얼굴보니 마음만큼이나 선하심이 그대로 나타나 보입니다.
이렇게 추울 때엔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런 기사라도 읽으면 어떨까 해서 올려 봅니다.
따뜻하고 즐거운 주말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윤희기자 oyounh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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