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야간 스노우 라이딩

구름선비2006.02.08 23:56조회 수 843댓글 8

  • 1
    • 글자 크기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예봉산 임도입니다.
여기 사는 우리들은 이 곳을 새재, 또는 새우재 고개라고 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초보자라도 쉬지 않고 올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야간 스노우 라이딩 제의를 받고 망설였습니다.
아직 눈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라 고생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활동하는 상급자인 로키님의 명령(?)을 어길 수가 없어서
수락하고 말았습니다.

처음 산으로 향하는 길은 빙판이 진 곳이 많지만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막상 산 입구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슬립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잔차에서 내리는 일이 많아 집니다.

상급자인 로키님은 잘도 가고 있지만 초보자인 저는
출발이 안 됩니다. 야간 그것도 눈길에서 출발은 저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그렇게 위안을 삼죠^^;;)

몇 번 시도를 하다가 마음을 바꿉니다.
'그냥 등산을 하자'

생각을 바꾸니까 좋습니다.

앞 서 가던 로키님도 잔차에서 내리는 일이 많아지지만
그래도 안간힘을 쓰면서 출발하고 내리고를 반복합니다.

끌바로 앞서 갑니다.
라이트를 끕니다.

달이 밝습니다. 숲은 고요하고 그저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립니다.
탈려고 애쓰는 로키님 보다는 휘적휘적 앞서가는 나의 발걸음이
더 가볍습니다. 포기한 자의 자유랄까, 여유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중학교 시험이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가려고 학교에서 과외가 있었고
시골 심심산골 출신인 저는 다른 친구 한 명과
이미 어두워진 오솔길을 달려서 집으로 향하곤 하였었습니다.
한 살 어리게 입학한 친구는 겁이 많았고
저는 그 애를 놀리느라고 더욱 빨리 달려가곤 하였습니다.

술을 너무 좋아하던 친구는
몇 년전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보니 오늘이 정월 열 이틀,
보름이 사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직장에 찌들어, 가정생활에 찌들어
보름이고, 보름달이고
이제 마음에 간직할 여유가 없습니다.

정상이 멀지 않습니다.
뒤돌아 보니 로키님은 어렵게라도 잔차에 타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정상에 올라 서면서 추월을 합니다.

약수터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없습니다.
로키님이 가져 온 따듯한 코코아와 한 개의 쵸코파이를
산 그림자와 오리온자리와 그리고 달님을 각각 손가락 한 마디쯤
머리 위에 두고 먹는 것도 일품입니다.

멀리 산 능선에서는 불빛이 깜박입니다.
아마 통신대이거나 군사시설이겠지요.

딴힐을 합니다.

올라 가면서 딴힐은 그런대로 쉽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오산입니다.

비교적 사람이 많이 지나 간 길로 가지만
궤도를 벗어나면 '갈 지자 걸음'입니다.

앞서가는 로키님은 잘도 가는데
나는 왜 술에 취했는지 모릅니다.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속도는 점점 줄어 듭니다.

이제는 손도 시립니다.
레버를 잡고 있기도 힘듭니다.

산 아래에 내려오니
올라 가던 길이 훨씬 쉽습니다.

결코 겨울산, 그것도 밤, 눈 온 후의 산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산 속엔
옛날이 있고
잊혀졌던 동심이 있고
저세상 간 친구가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
내일 밤에 스노우라이딩 어떠세요?

추억과 낭만과
또 다른 스릴이 있습니다.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8
  • 구름선비글쓴이
    2006.2.8 23:57 댓글추천 0비추천 0
    헐 ㅡ,.ㅡ
    글을 다 쓰고 저장하려다 날려 버리고 다시 썼습니다. 다시 글을 쓰니 좋았던 감동이 반으로 줄고 마는군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끔 도와주시는.........좋은글 감사합니다.
  • ^^따뜻하신분이네요..
  • 음..기회되시면 안치환의 "위하여"들어보세요..^^
  • 안녕 하세요...구름선비님..^^
    글속에서 나오는 향기에 아침 일찍부터 취해 버렸습니다.
    그런 말이 있죠.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이는 바로 사람 본연의 순수함과 사랑 및 우정..등의 여러가지 정이란 것들이
    어우러져 표출되고 서로 사심없이 순수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향기랄까...이런 모습일 때에 바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란 것에 어울리는 말인것 같습니다.

    잔차를 타고 산에 오를 때나
    그냥 트렉킹으로 산행을 할 때나,
    오르기전엔 마음속과 내면에 있는 모든 마음의 짐들을 내려 놓고
    산에 오르면 훨씬 더 좋은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가 있는것 같습니다.
    구름선비님의 따뜻한 마음이 베어있는 글이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06.2.9 12:49 댓글추천 0비추천 0
    eyeinthesky7님, 감사합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뜻을 다 표현을 하지 못합니다. amakusa님, kty1421 님, kp707님 감사합니다.
  • 항상 궁금하였습니다
    눈위에서 자전거를 어떻게 탈까하고
    이제는 조금 알것 같습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894
178319 부스터볼트는... 십자수 2004.06.06 285
178318 오메~ 당황스러운거;;; ddol264 2004.06.06 417
178317 으음..--;;; 지방간 2004.06.06 158
178316 어제? 필스 2004.06.06 233
178315 하여간 자전거 안타면... 지방간 2004.06.06 446
178314 ㅎㅎㅎ 끌려갑니다.. 저두.. 십자수 2004.06.06 225
178313 심심하면.. 필스 2004.06.06 212
178312 그러고 보니 그건그래님께/// 십자수 2004.06.06 374
178311 동대문 벼룩시장에서 첼로자전거를 팔더군요 jara1975 2004.06.06 871
178310 동대문 벼룩시장에서 첼로자전거를 팔더군요 easykal 2004.06.06 998
178309 시내주행 경험담 좀 부탁합니다 hellclimb 2004.06.06 299
178308 강북 - 광화문 과연 시간이 얼마나... cello77 2004.06.06 276
178307 ^^* 중요한 문제는 엔진의 성능과 순발력이 시간을 좌~우 하지요, 하루살이 2004.06.06 208
178306 강북 - 광화문 과연 시간이 얼마나... hellclimb 2004.06.06 328
178305 음... mystman 2004.06.06 438
178304 샵에서 사기당한거 같은데 도움주실분 wontaeng 2004.06.06 596
178303 부시맨이 사용하는 줄자 mystman 2004.06.06 533
178302 줄자에 대한 이야기.. 동체이륙 2004.06.06 554
178301 샵에서 사기당한게 아니라 줄자한테 사기당했네요. croix10 2004.06.06 889
178300 샵에서 사기당한거 같은데 도움주실분 croix10 2004.06.06 1134
첨부 (1)
060209_1.jpg
129.3KB / Download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