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예봉산 임도입니다.
여기 사는 우리들은 이 곳을 새재, 또는 새우재 고개라고 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초보자라도 쉬지 않고 올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야간 스노우 라이딩 제의를 받고 망설였습니다.
아직 눈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라 고생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활동하는 상급자인 로키님의 명령(?)을 어길 수가 없어서
수락하고 말았습니다.
처음 산으로 향하는 길은 빙판이 진 곳이 많지만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막상 산 입구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슬립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잔차에서 내리는 일이 많아 집니다.
상급자인 로키님은 잘도 가고 있지만 초보자인 저는
출발이 안 됩니다. 야간 그것도 눈길에서 출발은 저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그렇게 위안을 삼죠^^;;)
몇 번 시도를 하다가 마음을 바꿉니다.
'그냥 등산을 하자'
생각을 바꾸니까 좋습니다.
앞 서 가던 로키님도 잔차에서 내리는 일이 많아지지만
그래도 안간힘을 쓰면서 출발하고 내리고를 반복합니다.
끌바로 앞서 갑니다.
라이트를 끕니다.
달이 밝습니다. 숲은 고요하고 그저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립니다.
탈려고 애쓰는 로키님 보다는 휘적휘적 앞서가는 나의 발걸음이
더 가볍습니다. 포기한 자의 자유랄까, 여유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중학교 시험이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가려고 학교에서 과외가 있었고
시골 심심산골 출신인 저는 다른 친구 한 명과
이미 어두워진 오솔길을 달려서 집으로 향하곤 하였었습니다.
한 살 어리게 입학한 친구는 겁이 많았고
저는 그 애를 놀리느라고 더욱 빨리 달려가곤 하였습니다.
술을 너무 좋아하던 친구는
몇 년전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보니 오늘이 정월 열 이틀,
보름이 사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직장에 찌들어, 가정생활에 찌들어
보름이고, 보름달이고
이제 마음에 간직할 여유가 없습니다.
정상이 멀지 않습니다.
뒤돌아 보니 로키님은 어렵게라도 잔차에 타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정상에 올라 서면서 추월을 합니다.
약수터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없습니다.
로키님이 가져 온 따듯한 코코아와 한 개의 쵸코파이를
산 그림자와 오리온자리와 그리고 달님을 각각 손가락 한 마디쯤
머리 위에 두고 먹는 것도 일품입니다.
멀리 산 능선에서는 불빛이 깜박입니다.
아마 통신대이거나 군사시설이겠지요.
딴힐을 합니다.
올라 가면서 딴힐은 그런대로 쉽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오산입니다.
비교적 사람이 많이 지나 간 길로 가지만
궤도를 벗어나면 '갈 지자 걸음'입니다.
앞서가는 로키님은 잘도 가는데
나는 왜 술에 취했는지 모릅니다.
팔에는 힘이 들어가고
속도는 점점 줄어 듭니다.
이제는 손도 시립니다.
레버를 잡고 있기도 힘듭니다.
산 아래에 내려오니
올라 가던 길이 훨씬 쉽습니다.
결코 겨울산, 그것도 밤, 눈 온 후의 산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산 속엔
옛날이 있고
잊혀졌던 동심이 있고
저세상 간 친구가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
내일 밤에 스노우라이딩 어떠세요?
추억과 낭만과
또 다른 스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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