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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바꿔서 생각합시다.역지사지라

dondon532006.03.03 16:04조회 수 621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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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토요일. 기온이 영하권을 벗어나니 쌀쌀한 기운은 있어도 봄 냄새가 나는 듯 하여
후배와 실로 오랜만에 (한 다섯 달 만인가) 자전거를 탔다.
간경화로 진단받고 나서는 무리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원거리는 자제하고
보통 50km 정도 주행하고  타이어도 도로용 1.5로 교체하여 자전거도로만 타고 있다.
(하긴 산에 가서 탄다면 창피할 실력이지만)
모처럼 나간 자전거도로는 일요일처럼 북적대지 않아  주행하기에 여유로워서
상쾌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 우리 딴에는 속도를 내어서
씽씽 (?) 달려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사이클 한 대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우리를 추월해 버리는 게 아닌가. 속으로 ‘아. 평속 4, 50km가 넘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저런 사람들이 바로 그런 고수로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추월하고 난 뒤에는 우리의  속력과 별 차이 없게 달리고 있었다.
따라가면 또 내달리려는지 뒤를 힐끔힐끔 보면서

은근히 기분이 별로다
그러니까 ‘앞에 가는 놈들 내 사이클 실력을 한 번 보여줄 터이니 잘 보거라’하는
뽐내는 마음으로 타는 건지 아니면 자기보다 앞에 가는 꼴을 못 보는 건지.
그 전 같았으면 어디 얼마나 잘 가나 보자하고 죽기살기로 따라 붙었을 텐데 이제는
‘그래 너 잘났다. 나는 내 맘대로 갈 터이니 당신은 당신대로 잘 가셔“하고
그냥 그 속도대로 유지하며 유유자적 타고 다닌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이제 힘에 부쳐서 못 쫓는 건지......

한참을 가다 보니 앞에 허름한 생활자전거를 타고 가는 젊은이가  있었다
스물 두 셋쯤으로 보이는데 앞에 3단 뒤에 6단을 놓고 꽤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속력보다 느린 관계로 본의 아니게 추월을
하게 되고 말았다. 은근히  미안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는데 뒤로 쳐진
이 젊은 친구 굉장히 분했었나 보다.  뒤에서 낑낑대며 추월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따라 오는 게 아닌가. 그래 ! 아 실수로다. 아까 우리가 사이클에 추월당했을 때의
별로인 기분을 그 친구도 느꼈을 텐데  더군다나 제 나이의 배도 넘는 사람들에게 진다고
생각할 때의 기분은 찜찜할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같이 가던 후배에게 “야! 쉬었다 가자” 하고 자연스럽게 먼저 가도록 하고 말았다.
  
바람도 별로 안 불고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날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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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득과 손해, 평등과 차별 등의 상대적인 잣대로 따져보는 세상사는 논리적일수록 그 얼마나 삭막하던지요..
    이해와 배려, 존중과 사랑 등의 비교불가적인 잣대로 바라보는 세상이 왜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글인것 같습니다.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글쎄요.... 지기 싫은 인간의 본능이 글의 요지는 아닐터인데... ㅋㅋ
  • 한강에서는 추월이니 뭐 그런거 신경쓸 수가 없을만큼 사람 그 자체가 포화 상태라 봅니다
    추울 땐 한가하지만 날씨가 풀리면 뒤죽박죽 엉망이지요
    추월이 나쁜것도 아니고 자전거를 나이와 반비례해서 잘 타는것도 비례해서 못타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젊은 사람이 어른신들 못따라가는 경우도 많고 갖가지 경우가 많은게 바로
    한강의 모습
    누가 따라붙든 추월하든 그냥 자기 페이스에 충실하면 되겠지요.
  • 전 추월당해도 아무 생각없습니다. ^^
    뫼비우스님처럼 제 페이스로 달리는것이 좋지요~~

    무리하면 나만 손해인거 같아서요..ㅋ
  • 공감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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