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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의 값어치

franthro2006.03.11 18:23조회 수 1460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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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씨가 채 50도 안된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답니다.
죽음이란 불청객은 우리가 초대하지 않아도 불쑥불쑥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서 우리를 놀래키네요.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저 역시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새 노대통령에게 험한 말을 내뱉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예전에 ebs에서 강의할때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는(숫자는) 최고도의 추상이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숫자로 표시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들 각자는 모두 다른 인격과 성질과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 모든 것을 숫자로 바꿔서 표시해버리려고 합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뿐만 아니라 남자의 경우 신병 훈련소나 유격 훈련장에 가보면 번호를 부여받습니다.
몇번 올빼미 누구누구 도하준비끝이라고 외쳤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여기 4천만 또는 5천만의 한국인이 있다고 칠때에
또는 여기 50억의 세계 인구가 있다고 칠때에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특징은 모두 다를겁니다.

그러나 여기에 숫자가 개입되면 한 사람 한 사람을 나타내는 이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냥 숫자 1이, 인구수 한명이 되고 맙니다.

너도 1 나도 1.  나나 당신이 갖고 있는 모든 차별적인 특징은 필요없고 그냥 너나 나나 1로
표시됩니다.  모든 거추장스러운 질적 차이는 제거해버리고 그 사물에 공통적인 추상적 요소로 환원시켜버리는 숫자의 힘.  이게 바로 숫자는 최고도의 추상이라는 말의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게 말이 될까요.
당신이 사랑하던 가족이 죽었을때하고 생판 모르던 남이 죽었을때
당신의 느낌은 똑같습니까 다릅니까.
당연히 다르지요.  
고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 죄송합니다만 저의 가족중 누군가가 죽었을때와 김형곤씨가 죽었을때 그것이 제게 다가오는 의미는 분명히 다를겁니다.
다르지 않다면 제가 비정상이겠지요.
나와 삶의 경험을 공유한 그 어떤 사람과 그렇지 않은 어떤 사람은
당연히 내게 다가오는 의미가 다릅니다.
그러나 그것을 숫자로 표시해버리면 그냥 다 똑같이 1입니다.  다 똑같은 한 사람의 죽음입니다.  아무 차별적 의미가 없어져버립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모든 것을 숫자로 치환시켜버리려고 애씁니다.
심지어 인간의 목숨의 값어치마져도 말입니다.

저는 그런 모든 것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는 것을 압니다.
예전에 국내 항공사의 비행기가 전라도 어디에 추락했을때 그 희생자에게 당시 화폐가치로
1억여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반면에 기차를 타고가다
똑같이 사고를 당한 희생자에게는 단돈 몇천만원이 지급되었다더군요.  
저는 이런 뉴스를 들었을때에 참 이 세상이 부조리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누구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 죽었다는 이유로 누구는 단지 기차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사람의 목숨값이 다르게 매겨진다니 말입니다.
예전 월남전에 우리나라가 참전했을때에는 한국군의 생명수당이 필리핀 군인이 받는 돈보다도 적었다고 합니다.  그때에는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더 높았기 때문에 그렇다나요.


이와 같이, 돈으로(숫자로) 결정할 수 없는 생명의 값어치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계산해야만 할때가 있습니다.  호프만식이니 라이프니츠식이니 이런저런 계산법을 적용하여 죽은 사람의 나이나 직업 그리고 소득에 따라서 남은 인생에 대한 보상금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을 어찌 안단 말입니까.
정주영 회장같은 이는 겨우 국졸인데도 대기업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어떤 이가
돈도 별로 못벌고 하찮아보이는 직업이라 해서 미래에도 반드시 그러리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그렇다면...... 이게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옛날 함무라비 법전에 보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사람을 죽인자는 무조건 사형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것으로 갚으라는 말이죠.
그런데... 만일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나타나 이제 다른 사람을 네가 죽게 하였으니 너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겠지만 네가 만일 살기를 희망한다면 내게 너의 전 재산을 내놓아라
그러면 너의 목숨을 살려주겠노라고 말한다면 즉, 자기의 전재산과 목숨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자기 전재산을 조물주에게 헌납하더라도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여기에 어떤 예외적인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차라리 그 재산을, 내 가족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데 쓰라하고 나하나 희생하는셈치고 그냥 죽음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경우는 오히려 예외일것입니다.  추측컨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재산을 다 바치는 대신 삶을 선택하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죽게 한 이가 부자라면 그 희생자의
가족은 많은 돈을 받을수 있지만 만일에 가난한 자가 부자를 죽게 했다면 그는 아무 것도
자기 목숨을 건지는 댓가로 내놓을 것이 없을테지요.  그러고 보면 이 방법도 합리적인 방법은 별로 아닌듯 싶습니다.  원래 숫자로 바꿀수 없는 것을 어거지로 숫자로 바꿔보려니 이래저래 사람이 곤혹스러워집니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고 교환이나 반품할 수 있는 기간이 7일이랍니다.  그리고 물건은 이전에
판매된 최초 상태 그대로 다시 판매가 가능하도록 원상복구되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만일에, 만일에 말씀이지요.  거꾸로 이렇게 생각해보십시다.
반품 기간에 저런 제한이 없다고 가정하고,
듣자하니 회사에서는 유족들에게 원하는 보상금의 액수를 제시하고 그 근거 또한 제시하라고 했다는데요.

만일 자전거때문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책임져야 할 상대방에게 이렇게 외친다면 그는 어떤 대답을 할까요.

내 아들이 샀던 자전거는 내 아들을 죽게했을뿐 아니라 이미 뽀개지고 망가져서 원상복구 시킬 수가 없으니 당신네 회사의 제품중 제일 비싸고 좋은 물건으로 내가 하나 사서 그 망할놈에 자전거 대신으로 당신들에게 되돌려 주리다.  나는 돈이고 보상금이고 필요없으니 당신들도 죽은 내 아들을 내 앞으로 다시 데려오시오!

정말 당신이 사고를 당한 이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마음속에서부터 느끼고 있다면 무슨 대답을 해야 되겠는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죽은 사람 다시 살려낼수 없으니 양자라도 알선해주겠다고 하시려나요?
아니면 직접 나서서 아들노릇 평생 대신해주겠다고 하실건가요.

유족들에게 원하는 보상금을 묻기 전에 먼저 저런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야 했던겁니다...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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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논리정연한 말씀이고 또한 의로운 마음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동호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이 왜 첫 시작을 그리 하셨나요???
    반품 한번 안 해 주었다고 이렇게 글을 쓰시다니.대단하십니다...
    저에 짧은 생각에는요....이렇게 글 쓸 시간 있으면 샾으로 직접 방문해서 이야기를 하겠네여...
    그게 더 현명한거 아닌가요???
  • 글을 잘쓰는거 하고. 자기에게 벌어지는 현실에 대응해 움직이는거하고는. 전혀관계없다는걸.
    수많은 거시기한(?)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봅니다.

  • franthro 님 맞는 이야기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숫자도 언어의 일종이라고 봅니다,. 언어로 표현 못하는것 숫자로 표현하고 숫자로 표현 못하는것 서술적 언어로도 표현하며, 그외 애매모한것은
    기타 여러가지로 표현 합니다 . 단지 수를 어떤 계산단위로 본다는 것은 물론 계산단위이지만 그외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 할수도 있지 않으까 합니다.
  • 사람은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자신에 괘리를 느끼곤 합니다. 도올님도 아마도 무지 많이 늦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에 대한 비판이 많은 사람은 때로는 자신도 스피노자로 생각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비판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현실과 진실 그리고, 비판하는 사람의 사람됨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도올님 ....... 말이 부쩍 늘었습니다. ??????왜일까..... 학자로 남았으면 하는 생각이..........
    제 주관입니다. 뛰어넘어서 무엇을 하려면 방송매체보다는 행동이 더중요하다고 생각되는게 제 생각입니다.
  • franthro글쓴이
    2006.3.12 08: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엔진오일님. 제가 이 글에는 다른 분들의 어떤 의견에 대해서도 아무 댓글을 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제가 우려했던 발언을 님께서 하시는군요.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최고 시속 62km 라는 제목으로 제가 전에 올린 글을 다시 읽어주시겠습니까? 그 글에 몇마디 더 추가했습니다.
    <후지를 믿고 다운힐>이라니요...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글의 마지막 목표지점? 그걸 몰라서 제게 물으시나요. 유족들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과 사고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는 것 그리고 재발방지의 대책이 확실히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제 생각으로는 세번째 항목에 대해서는 이미 회사측에서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 같네요. 다만 그 방법과 절차가 매끄럽지 못할뿐만 아니라 프레임의 결함이 강하게 의심되는데도 그것을 숨기고 있었던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는 것이 문제지요. 그리고 맨마지막 문장은 왜 쓰셨는지 모르겠는데... 잘못이 누구에게 있던간에, 나를 죽이자고 덤벼드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는 꿈틀하고 반격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봅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하물며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는 예민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그러기에 단어하나 문장 하나도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것은 저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만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지금 회사측이 걸어나가고 있는 길을 보면 결코 좋은 수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혹시 이러다 회사가 큰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나머지 자신의 책임은 축소하고 상대의 약점은 과장하려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정에 약한 사람들입니다. 회사측 분들도 아마 자전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일겁니다. 그렇다면 부산지역 동호회 분들 또는 유족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진심으로 망자의 혼을 위로하고 산에 올라 술이라도 뿌려드리고 용서를 구할 법도 한데 아마 법으로 대응하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그분들이 분명히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법이... 한번 사라져버린 신뢰까지 다시 회복시켜주지는 않는다는거죠. 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만이 남네요.
  • 엔진오일님,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명예훼손으로 후지측이 고소한다고 했는데 너무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제글은 지우겠습니다.
  • 2006.3.12 2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맘속 깊이 새길수 있는글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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