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초보의 한강 유람기

여행자2006.05.02 02:44조회 수 2013댓글 21

    • 글자 크기


새벽 한 시
한강변을 달리다 출발점이었던 반포에 도착했을 무렵
한강 매점들도 하나 둘 문을 닫고 불이 꺼져가는데

뜬금없이 맥주가 먹고싶어져서
캔 하나와 소세지 하나를 집어들고
주머니에 넣어둔 돈을 꺼내는데

만원짜리는 온데간데 없고
달랑 천원짜리 한장과 동전 9백원이 전부인 것을 발견하고

내일쯤 해가 뜨면
누군가는 만원짜리를 주워가며 횡재하겠고

나는 새벽 한시에
2500원 계산된 맥주와 안주를 반납해야하는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

매점 아주머니께서는
딱한 나의 사정을 간파하셨는지
그냥 편히 앉아서 맥주 한 잔 하고 가라 하신다.

모자란 돈은 안줘도 된다며
생각지도 않은 땅콩도 종이컵에 담아주신다.
고마운 일이다.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맥주캔으로 갈증을 해소하다가 

문득 바라본 매점 앞 낚시대 비슷한 곳에 매달린 연이
살짝꿍 부는 바람에 몸을 좌우로 흔들며 움직이는데
녀석은 자꾸 바람에 맞서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올라가다가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힘없이 내려앉고
갑작스런 바람이 불라치면 다시 힘있게 솟구치는 것이었다.

그러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찾아내고서는
녀석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로 비상하는데
바람에 맞서는 녀석의 모습이
어찌나 의연하던지...

닥치는 역경을 피하고싶어 안달하던 나였기에

바람부는 쪽만을 찾아가다가
진정 거센 바람이 불 때 최고의 높이로 올라가는 연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맥주 캔 하나가 비워지고
아무도 없는 자전거도로를 조금 달려 집에 돌아오는 길

아무도 모르게 한강바람에 맞서는
조용한 연(鳶)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ps. 일기체로 쓴 점 죄송합니다.
이제 자전거에 입문하여 한강을 달리는 초보입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8
188104 李대통령, 올해 ‘꿰매고 싶은 입’ 1위28 바보이반 2009.12.22 1362
188103 李대통령 “물값 싸서 물 낭비 심한 것 같다” (펌)14 mtbiker 2011.03.22 1563
188102 龍顔이 맞나요? (무) 십자수 2004.07.14 379
188101 女難(여난) 2題26 靑竹 2007.11.21 1718
188100 女難(여난) - 310 靑竹 2008.01.18 1392
188099 女福(여복)19 靑竹 2008.02.12 1768
188098 不滅의 帝王 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날초~ 2004.09.05 639
188097 不 狂 不 及 훈이아빠 2004.09.07 550
188096 힝~~ 빋고는 싶은데/... 시간이 영 안맞네요...ㅠㅠ 십자수 2004.05.08 219
188095 힝.... bbong 2004.08.16 412
188094 힝.. 역시 로드용 타이어로 바꿔 갈걸. ........ 2000.08.15 242
188093 힛트작입니다.... vkmbjs 2005.09.03 326
188092 힙합이나 댄스곡 잘 아시는분 아래 방금 스타킹에 나온 노래 제목이?1 dynan 2007.01.27 911
188091 힙쌕을 사용해 볼려고 합니다23 gcmemory 2006.05.27 1384
188090 힘찬 출발 되시리라 믿습니다. zzart 2002.10.16 241
188089 힘찬 응원을..... kwakids 2004.07.28 308
188088 힘찬 업힐( up-hill)을 !! bullskan 2005.04.02 265
188087 힘줄 늘어나 고생 해 보신분들~ trek4u 2004.07.28 642
188086 힘좀 써주세요... ........ 2001.01.26 260
188085 힘이 많이 드는 나사를 풀 때는 *^^* Kona 2004.10.29 617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