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전거를 사고 이제 15번째 라이딩
사당 - 반포 - 탄천 - 분당 백현교 - 하오고개 - 백운호수 - 학의천 - 안양천 - 한강 - 반포 - 사당
이렇게 코스를 정하고 삶은 계란 6개와 물 2리터를 가방에 챙겨넣는다.
이런 장거리는 태어나서 처음인지라 사뭇 긴장되고
초행길이라 걱정도 앞서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런 장한 생각을 했다는 게 기쁘기도 하다.
잠실 지나 성남시 초입까지 잘 가다가
코스 검색할 때 보지 못했던 다리이름들이 나오길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분당천이라고 하신다.
되돌아 가니 다시 탄천이 나온다.
길 잃는 건 참 순식간이다.
큰 갈림길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만
작은 갈림길에서는 섣부르게 판단한다.
그래서 난 주로 작은 갈림길에서 길을 잃는가보다.
인생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방황은 주로 작은 일들을 경솔하게 처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다시 페달을 밟는다.
하오고개 입구
경사가 밋밋하기에 2-4단으로 출발했다.
나 같은 초보에게 이 선택이 오만이었음을 인지하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숨이 가파오고 기어비는 줄고 줄어 최하단으로 내려온지 오래다.
정상은 멀기만 한데 속도는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 수준이고
이러다가 내가 이곳에 뼈를 묻을 수도 있겠구나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그러다 다다른 정상!
그 감격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범벅이 되어 흐르는 땀이
땀이 아니라 온 몸에서 흐르는 감동의 눈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심하게 자아도취됐다.
그리고나서 맞이한 내리막길
이건 또 무엇인가!
자전거 위에서도 이런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 소리에 놀랐는지 앞서가는 차가 살포시 브레이크를 밟더니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뒤돌아본다.
상관없다.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다.
지금 이 순간 난 차라리 한 마리 짐승이고 싶다.
등줄기에 짜릿한 전율이 끊임없이 흐르고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완전히 압도당한 후
넋을 잃기 바로 직전
난 좌회전을 위해 청계교사거리 앞에 멈춰섰다.
태어나 이런 기분 처음이다.
오래 전부터 내 몸에 바퀴가 달려있었던 것처럼
나와 자전거는 하나가 되었다.
흔치 않은 교감이다.
난 자전거의 매력에 아주 홀딱 반해버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백운호수 나무 그늘에 앉아
삶은 계란 4개를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학의천으로 출발했다.
안양천을 타고 석수역 근방에 왔을 즈음
뒷바퀴가 이상하여 내려보니 펑크가 나있었다.
자전거 살 때 예비튜브, 펑크패치, 펌프를 사뒀던 것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을 되살려 펑크를 때워보기로 했다.
바퀴 빼는 것부터 낯설고 타이어 빼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튜브를 꺼내어 바람을 넣고 찾아낸 펑크 구멍.
새어나오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면
눈으로는 찾기 힘든 작은 구멍이었다.
자전거가 못 움직인다는 것은 참 큰 사건이다.
헌데 그 원인은 아주 작은 곳에 있었다.
그 작은 구멍만 메우면 자전거는 다시 살아난다.
세상일도 그런 것 같다.
인생길 달리다가 온갖 역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멈춰서지만
알고 보면 아주 작은 곳에 해결책이 있고
그것만 해결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다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주저앉아
달리는 다른 자전거를 보고서는
왜 재수없이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세상 한탄할 수도 있고
눈으로만 펑크구멍을 찾다가
잘 보이지 않아 다시 한번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축 늘어진 튜브에 펌프를 대고
사정없이 바람(기운)을 불어넣어야
기운빠지게 했던 펑크구멍을 찾아낼 수 있고
사포로 열심히 문질러 본드 칠하고 패치를 붙여서 사건을 해결한 다음
다시 일어나 달리면 그만인 것이다.
자전거 타면서
펑크가 한번도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펑크가 아예 나지 않으려면 자전거를 집에 모셔두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려고 자전거를 산 것도 아니고
세상 역경 다 피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펑크를 다 때우고
한강변 매점에 앉아 캔맥주 하나를 마시는데
제 몸을 다쳐가면서도
내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준 내 자전거가
저녁노을에 묵묵히 서 있었다.
사당 - 반포 - 탄천 - 분당 백현교 - 하오고개 - 백운호수 - 학의천 - 안양천 - 한강 - 반포 - 사당
이렇게 코스를 정하고 삶은 계란 6개와 물 2리터를 가방에 챙겨넣는다.
이런 장거리는 태어나서 처음인지라 사뭇 긴장되고
초행길이라 걱정도 앞서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런 장한 생각을 했다는 게 기쁘기도 하다.
잠실 지나 성남시 초입까지 잘 가다가
코스 검색할 때 보지 못했던 다리이름들이 나오길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분당천이라고 하신다.
되돌아 가니 다시 탄천이 나온다.
길 잃는 건 참 순식간이다.
큰 갈림길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만
작은 갈림길에서는 섣부르게 판단한다.
그래서 난 주로 작은 갈림길에서 길을 잃는가보다.
인생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방황은 주로 작은 일들을 경솔하게 처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다시 페달을 밟는다.
하오고개 입구
경사가 밋밋하기에 2-4단으로 출발했다.
나 같은 초보에게 이 선택이 오만이었음을 인지하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숨이 가파오고 기어비는 줄고 줄어 최하단으로 내려온지 오래다.
정상은 멀기만 한데 속도는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 수준이고
이러다가 내가 이곳에 뼈를 묻을 수도 있겠구나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그러다 다다른 정상!
그 감격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범벅이 되어 흐르는 땀이
땀이 아니라 온 몸에서 흐르는 감동의 눈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심하게 자아도취됐다.
그리고나서 맞이한 내리막길
이건 또 무엇인가!
자전거 위에서도 이런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 소리에 놀랐는지 앞서가는 차가 살포시 브레이크를 밟더니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뒤돌아본다.
상관없다.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다.
지금 이 순간 난 차라리 한 마리 짐승이고 싶다.
등줄기에 짜릿한 전율이 끊임없이 흐르고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완전히 압도당한 후
넋을 잃기 바로 직전
난 좌회전을 위해 청계교사거리 앞에 멈춰섰다.
태어나 이런 기분 처음이다.
오래 전부터 내 몸에 바퀴가 달려있었던 것처럼
나와 자전거는 하나가 되었다.
흔치 않은 교감이다.
난 자전거의 매력에 아주 홀딱 반해버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백운호수 나무 그늘에 앉아
삶은 계란 4개를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학의천으로 출발했다.
안양천을 타고 석수역 근방에 왔을 즈음
뒷바퀴가 이상하여 내려보니 펑크가 나있었다.
자전거 살 때 예비튜브, 펑크패치, 펌프를 사뒀던 것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을 되살려 펑크를 때워보기로 했다.
바퀴 빼는 것부터 낯설고 타이어 빼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튜브를 꺼내어 바람을 넣고 찾아낸 펑크 구멍.
새어나오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면
눈으로는 찾기 힘든 작은 구멍이었다.
자전거가 못 움직인다는 것은 참 큰 사건이다.
헌데 그 원인은 아주 작은 곳에 있었다.
그 작은 구멍만 메우면 자전거는 다시 살아난다.
세상일도 그런 것 같다.
인생길 달리다가 온갖 역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멈춰서지만
알고 보면 아주 작은 곳에 해결책이 있고
그것만 해결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다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주저앉아
달리는 다른 자전거를 보고서는
왜 재수없이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세상 한탄할 수도 있고
눈으로만 펑크구멍을 찾다가
잘 보이지 않아 다시 한번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축 늘어진 튜브에 펌프를 대고
사정없이 바람(기운)을 불어넣어야
기운빠지게 했던 펑크구멍을 찾아낼 수 있고
사포로 열심히 문질러 본드 칠하고 패치를 붙여서 사건을 해결한 다음
다시 일어나 달리면 그만인 것이다.
자전거 타면서
펑크가 한번도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펑크가 아예 나지 않으려면 자전거를 집에 모셔두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려고 자전거를 산 것도 아니고
세상 역경 다 피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펑크를 다 때우고
한강변 매점에 앉아 캔맥주 하나를 마시는데
제 몸을 다쳐가면서도
내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준 내 자전거가
저녁노을에 묵묵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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