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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를 타면 머리가 나빠지나요?

靑竹2006.05.23 20:54조회 수 1448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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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이서 자주 만나서 라이딩을 즐기는데요.
길치, 방향치들의 모임이라서 어지간한 길은
아는 길도 헷갈려서 우왕좌왕합니다.
휴식 중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내용은
이렇습니다.

"가만? 지난 주 토요일에 우리가 어딜 갔었지?"
"부용산을 타지 않았습니까?"
"그건 지지난 주잖우?"
"지난 주 토요일에 우리가 만나긴 만났나요?"
"엥? 그러게?...그러고 보니.."
"혹시 장흥임도를 탄 건 아닐까요?"
"얼라려? 거기 간 기억은 올해엔 없는디?"
"아이구 답답혀..얼렁 아무 데나 간 거로 정하자구"
"다수결입니까?"
"그런데 어제는 우리가 어딜 갔었죠?"
"......"
"......"
"푸하하하하하하...하여간 우린 문제가 많아요"

정말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면 복장이 터질 일이죠.^^
사람의 뇌리에 맹점이란 게 있다고 하던데
순간적으로 모든 기억이 까만 게 바로 전 날의
기억마저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일행 모두가 그러니
엠티비를 타면 혹시 지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ㅋㅋㅋ

오늘 좀 빡센 업힐을 하고 내려와 차를 마시며
월드컵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지난 2002 월드컵에서 미국이 8강에 오른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일행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무슨 말씀유? 미국이 무슨 8강에 올라가요?"
"맞아요..미국은 16강에서 아웃유"
"청죽님도 참 정신이 없으신가봅니다..헛헛"

그런데 저의 기억으로는
다른 나라가 만약  8강에 올라갔으면
온 나라가 뒤집어질 일인데
어째서 미국은 자국이 월드컵 8강씩이나 올라갔는데
저토록 냉담한 걸까 하는 생각을 그당시 했었거든요.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에 그렇게도
열광하는 미국이 지구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외면하는 건 스포츠 헤게모니에 관한
측면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어쨌든 다들 제 말이 틀렸다고 하시는 바람에

"네..아무튼 제가 혼자 틀리는 게 좋겠네요"

"왜요?"

"그야 저 혼자서 틀리면 저 혼자만의 문제지만
만약 제가 맞으면 이 많은 일행들이 다 문제가
있으신 것이니 조국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핫핫핫..암튼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요..
집에 가서 검색해 보겠습니다"


저의 말대로 미국이 8강에 올라간 걸로 확인하셨다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나는 자전거가 좋다

월드컵이 턱밑으로 다가드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쿵 뛰는 것 같습니다
왈바 회원 여러분 모두 건강하십시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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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ㅎㅎㅎ 지금 축구 보다 전반 끝나서 잠깐 글 읽고 있는데,
    저도 청죽님 말씀을 보고, '그랬나??' 싶었습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계신걸 보면 오히려 기억력이 더 좋아지시는게 아닐까요? ㅎㅎ
  • 옛날 얘기 잘 쓰시는 것으로 봐선 청죽님은 머리가 나빠지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반대로 얼띠기라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 지난 월드컵때... 울나라 선수 이름도 모르면서 시청 광장에 쏟아져 나와 응원한다고... 외신에서 조작이란 기사를 썼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저도 당췌 스포츠랑은 거리가 멀어서 처음 경기 시청할땐 울나라 선수 이름을 다 몰랐다는...
    겨우 황성홍, 홍명보... 등만 알고 처음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무슨 평가전이라고 학교가 썰렁하네요...
    아직도 연구실에 쳐박혀 있는데 이제 퇴근해야 겠습니다..
  • 아유 8강에서 미국이 독일 이겼으면 4강에서 우리가 미국이랑 다시 한 번 붙고
    우리가 결승 갈 수도 있었어요^.^
  • 예전 79년도에 미국에 유명한 축구 클럽이 있었던것을 기억 하시는지요?...
    " 코스모스 "라고요.
    펠레,베켄 바우어,가린샤,뮐러......등....으로 구성된 세계축구의 슈퍼스타들로만 구성된
    미국의 프로축구팀이 바로 그 유명했던 코스모스였고 79년도에는 우리나라에도 내한해서
    화랑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던 장면도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청죽님께선 기억 하시고 계시리라 생각 되는군요.

    담배 끊으셨고 엠티비를 타시니까 기억 하시리라 생각 합니다..^^..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언제 중랑천 따라 의정부 가기전에 전화 함 드리지요...^^
  • 흠...나이를 속일순 없죠... 후다닥~~~~~~~~~
  • 뭐랄까...덤앤더머의 얘기같기도 하고...아무튼 너무 웃었습니다. 꽁트의 한 장면 같은 생각이 드네요...^^저도 요즘 기억력이...당구치면서도 금방 친 공을 기억을 못할대도 많아요..^^그 흔한 우라마시도 치고나면 '금방 뭘 쳤지?'하고 말이죠..^^
  • MTB를 타면 머리가 나빠진다기 보다는
    다른 잡다한 것들이 차지하고 있던 뇌 용량에 MTB가 자리잡게 되면서 예전에는 시시콜콜하게 기억하던 것들이 잘 기억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몇일전 탄 코스가 기억나지 않는건?
    다 좋은 코스고 MTB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해서..
    코스의 이름과 정확한 위치는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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