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남광주역입니다, 아마 광주에서 살았거나 사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셨을 겁니다.
제 취미가 독특(시내버스 종점여행,5일장 구경하기,...)해서 고등학교때 시험끝나고 단체로 영화보러 갈때 전 여기서 기차타고 하동까지 같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지요.남광주역을 지나 효천 남평 앵남 화순 능주 청풍 이양 보성 조성 예당역을 지나면서 주위에 타신분들 이야기를 듣고있다 보면 세상 다산거처럼 느껴지곤 합니다.가끔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팔다남은 거라고 하면서 보자기에서 꺼낸 인절미를 얻어먹은 그 맛.
ktx가 생겨서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지만 빠르게 지나갈수록 우리들 기억도 빠르게 지나가나 봅니다.
사평역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대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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