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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있을때 기억

franthro2006.05.28 08:48조회 수 901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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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어느 분이 경례를 안해서 영창간 친구 얘기를 하시니 생각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군단 직할 예하부대에서 타자병으로 근무를 했는데 이 보직이 참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특성이 있습니다.  맨날 타자만 쳤으니 편했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거의 제대를 서너달 남겨둔 시점까지 야간근무를 했고 밤새기를 밥먹듯이 하여 어느 날은 연이은 야간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갔을때 고참이 부르더니 문을 살살 안닫았다고 따귀를 때리면서 일장훈시를 했지만 따귀맞은 아픔보다는 졸려워 죽겠는데 왜 빨리 잔소리를 안끝내는가 하는 불만을 마음속에서 삭이던 시절이었으니 이게 다른 보직과 비교해서 편한건가 어떤건가는 읽는 이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하여간에 그때에 행정부서 장교들은 군단으로 매일아침마다 올라가 보고를 하는 부대장을 보좌하기 위하여 하루종일 뭔가를 끄적거리면서 일하는 티를 열심히 내다가 퇴근무렵에 타자병과 차트병에게 초안을 휙 던져주면서 내일 아침까지 문서를 만들어놓으라고 하는 일과의 반복이었는데 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밤새기를 밥먹듯이 하다보니 어느날 제 고참인 차트병이 아침에 코피가 터졌습니다. (저 자신은 어느 훈련때 몇날 몇일을 밤새워 타자치다보니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바닥으로 픽 쓰러진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서를 만들어놓으라고 지시해놓은 육사출신 소령이 아침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너네들 코피터지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이었습니다.  20여년전의 일이지만 그 다음말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나고 저 말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그때 당시 참 울분에 찼던 모양입니다.  자기를 위해서 밤새워 일하다 코피터진 사람에게 기껏 한다는 말이 저런 말이라니 하고 말입니다.

얼마후 그 사람은 중령 진급하여 인근부대의 장으로 영전을 했는데 팀스피리트 훈련인가 무슨 야외 훈련을 할때에 마주쳤습니다.  안면몰수하고 경례도 안했습니다.  요새 젊은 분들이많이 하는 말로 쌩을 깠지요.  그랬더니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뭐라고 뭐라고 하더군요.  잘 기억도 안납니다.  암튼 그리고는 그냥 끝이었습니다.  아마도 마음만 먹으면 저를 영창에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이었겠지요.  하다못해 군기교육대라도...

저 사건이 참 오래전 일이지만 제가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남들에 비해서 유달리 출세욕이 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잘 이용해먹을뿐만 아니라 여하한 인간적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같은 것도 남들보다는 적게 갖고 사는 것 같습니다.  지금 자전거 사고로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지방 방송의 전파를 탄지 석달이 넘었습니다.  만 석달 동안 이 게시판에서 미련스럽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올린 분들은 어떤 사람들이겠습니까?  고인이 겪었던 상황을 자기가 겪은 것처럼 감정이입해서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이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그 사건이랑 나랑 아무 관련도 없다고 마음에서 느낀다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켜도 못하겠지요.   이른 아침부터 옛날 일이 생각나서 글을 올렸습니다만, 남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이 능력이 아주 없어도 너무 메마르고 이기적인 세상이 되겠지만 이게 너무 과해도 문제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 모든일을 다 자기가 겪은 것처럼 감정이입해서 살아야 한다면 감정과잉으로 아마 도저히 살아갈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은 적절한 지점이 있겠지 싶습니다.  이제 그 사건은 완전히 끝난건가요?  누구말씀마따나 유족분들이 직접 경과보고라도 해주셨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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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저의 군생활을 보는듯 했습니다~
    아~저도 작전병이었는데요 xx작전장교 역시 초안 던져주고 자기는 퇴근~(무려 30장 정도의 분량)
    그날밤 사단 인사처에서 야간근무 단속나와서 전 사무실 폐쇄~
    다음날 아침 문서작성 안했다고 머리박고 일어났다를 반복 오전을 그렇게 보낸적이 있었죠
    정말 서러워서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얼마전 소령으로 제대 했다는 소문~휴~잘살고 있으려나
  • 초딩 탐구생활 시키는 부대장도 있어요.
    서너달이 아니고,
    하루 전날까지 야근하고 전역한 분도 있었죠.

    야간대학다니는 간부 있으면, 레포트 써줘야죠.

    군대는 보직도 보직이지만,
    서열이 잘 풀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 고참은 일병 말호봉부터 침장을 한 사람도 있었으니...
    노 난거죠...
  • 릴리님 반갑습니당... 저두 작전병출신인데요... ^^ 일요일에 신학대학원 리포트를(행정보급관 부인 꺼 ㅜㅜ) 워드작업해주던 기억...다 작업하고 나니 해가 서쪽에 걸려 있는데 어찌나 그날 하루가 허무하던지..
  • 저는 군단 군수처(C4) 행정병 이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도 출신에 눈먼 육사 출신 소령이 있었지요...
    장교들 매번 바뀔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육사 출신들... 부하 입장 생각해 주는 사람 거의 못봤습니다...
    다만 제가 전역하기전 과장(중령)으로 오셨던 분은 이제껏 제가 대해왔던 육사출신들과는 매우 달랐습니다..(고등학교 선배님 이기도 하셨지요..)

    1,3,5종 계원에... 훈련시는 상황병에... 암튼... 입대할때 300타이던 타자가 제대할쯤 800타가 넘더군요...
  • 연대 작전과 행정병이었는데 그무식한 군용2벌식 타지기가 생각나는군요...재대할 무렵 새로 보급된 전자타자기가 참 신기했다던.....
  • 저도 15사단 포병연대 작전과 워드병이었는데
    저는 그래도 밤새 워드 다 치고 아침에 프린트 누르며 쓰러졌었지요.
    일어나보니 의무대인데 저녁에 또 불려내려갔습니다. 참 슬프더군요.

    아들래미 수학 과외시키던 선임하사는 미웠지만
    육사출신 소령이신 작전과장님은 머리 굳지 말라며 '명심보감'을 워드로 치게 해주셨습니다.
    다른 간부들이 워드작업 시켜도 과장님이 시키신 일 해야한다며 계속 명심보감을 쳤지요.
    그래서 제대 말년에 한자공부는 실컷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마운 분이지요.

    저는 그래도 연대 행정병이라 좀 덜 했던 것 같습니다.
    대대 작전병은 저보다 심하더군요.
  • franthro글쓴이
    2006.5.28 16:06 댓글추천 0비추천 0
    행정병이라고 해서 유격에 열외시켜주는 것도 없습니다. 남들보다 더 갔으면 더 갔지 덜 갔지는 않은듯 싶네요. 전부 합해서 세번인가 네번 갔던 것 같습니다. 그 가리산 유격장... 산길을 달리는 새벽구보. 내려갈때부터 겁이 납니다. 왜냐하면 산의 언덕길이 하도 가파르기 때문에 여길 뛰어서 다시 어떻게 올라오나 그 생각에...
    p.s. 가리산인지 가리왕산인지 기억이 흐릿하네요. 그냥 가리산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인제에 있습니다.
  • 가리산이 맞을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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