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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잔차나라- 미천골 임도 라이딩-

ksbj79482006.06.11 16:33조회 수 972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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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6, 번짱 국이님, 첨처럼님, 거시기님, 자사남님, 파초님, 하비님, 강다구님, 알통님, 소강님, 즐거이님, 피노키오님, 엔돌핀님, 유랑자님, 긍정님, 무지개님, 북바구 이상 열여섯 분이 미천골에 모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새벽 3시 기상, 집에서 4시 출발, 미천골휴양림매표소 7시 도착, 라이딩 출발시간 7시 40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따가 8시 반이 지나야 출발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업힐이 약해 민폐를 덜 끼치려고 먼저 서둘러 시작하였습니다.

     부부가 호젓하게 바쁠 것 없이 여유있게 편안한 기분으로 올라가는 거임에도 저는 초반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무지개님은 무거운 배낭을 매고도 깃털처럼 가볍게 앞서서 올라갔습니다. 훈련을 좀 시키면 대회에 내보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물론 감독 겸 메니져를 해야죠, 그럼. 집사람은 곰, 저는 사육사가 되는 겁니다. 재주가 있는 쪽이 좋은지 돈을 세는 쪽이 좋은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집사람은 힘든 라이딩 중에도 두릅이나 취나물이 보이면 번번이 잔차에서 내립니다. 제가 라이딩에만 집중하라고 다그쳐도 소용 없습니다. 말 안해도 저는 집사람 속을 압니다. 산에서 나는 봄나물은 보약이니 전부 제 먹일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먹긴 하지만 결국 그 보약의 정수가 누구한테 갑니까? 이렇게 농삼아 야기를 발전 시키면 다 저 좋자고 하는 일이 됩니다. 아무튼 먹여주는 여자는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아내한테 꼼짝 못하는 건 다 까닭이 명백합니다.

     무려 세 시간 동안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사진 찍을 새도 없었습니다. 잠시 앉아 쉴 때 몇 장 찍은 게 고작입니다. 가족과 함께 휴양림에 놀러와 불바라기 약수까지 혼자 라이딩하는 동호인을 중도에 만났습니다. 그 분 덕분에 부부 동시 등장 사진을 두어 장 찍었습니다.

    임도에서 이탈하여 300미터 들어간 곳에 불바라기 약수가 있습니다. 저는 너무 힘든 나머지 입구에서 잔차를 지키기로 하고 무지개님 혼자 물통을 들고, 약수를 뜨러 거기로 갔습니다. 폭포가 있는 약수 앞까지 가긴 잘 갔으나 정작 약수터를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한참 헤매다 결국 폭포 물을 병에 담아가지고 되돌아 왔습니다. 폭포 중간에 약수가 나오는 샘이 숨어 있어 범인의 눈에 얼른 뜨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지개님처럼 여늬 사람, 모두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미망을 쫒습니다. 제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헛 것에 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실망할 건 없습니다. 인간은 본디 덜 깨인 몽매한 생물인즉 헛것을 쫒는 것이 당연합니다. 무수히 헛 것을 쫒는 과정에서 가끔씩 제 것을 보는 겁니다. 무지개님도, 담에 또, 불바라기 약수에 가게 되면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출발서부터 시작되는 업힐이 무려 16키로에 달한다 하였습니다. 불바라기 약수를 지나 어금니를 앙당 물고 페달을 저었습니다만 제가 힘이 부쳐. 좀 가다 쉬고, 좀 가다 쉬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였습니다. 잔차 입문 후 1단 기어로 가장 많은 페달링을 했습니다. 1단 기어가 죽겠다고 밑에서 아우성을 쳤습니다.

       페달을 돌려 한도 끝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갑니다. 천상의 거대한 녹색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도 같고, 새 하늘로 공중부양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천국으로 휴거 중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위로, 위로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아무에게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단지 한 가지 착하게 살아온 이유로다가 선택 받은거지요. 하하하!

       임도 바로 우측엔 맑은 계류가 흐릅니다. 간만에 자태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청정 계곡을 대한즉 한가롭게 앉아 탁족을 즐기던 등산 하던 때가 그리웠습니다. 저는 溪聲山色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합니다. 계곡에 소리가 있고, 산에 칼라가 있다는 단순 의미지만 소리와 색에서 대자연에 함축된 의미를 찾아 자연과 동화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총 업힐 4분지3쯤 되는 지점에서 제일 먼저 올라온 강다구님을 만났습니다. 연이어 모든 분들이 속속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업힐이 다 끝난 다음에 본진과 합치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너무 일찍 만나니까 뭐하다 들킨 것처럼 상당히 멋쩍었습니다.

     저희가 달린 미천골 임도는 그야말로 산으로 이루어진 가이없는 드넓은 바다였습니다. 저희를 싣고 달리는 잔차는 일엽편주 같았습니다. 배에 문제가 생기면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희는 그저 잔차가 아무런 말썽을 부리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소망하면 마음이 착해집니다. 苦海慈航  험한 바다를 사랑으로 헤쳐 나간다 함은 바다에 임하는 사람이 꼭 기억해야 진리입니다.

     저는 본 팀과 합류 후 전매특허인 땡칠이 역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런데 땡칠이 배역도 괜찮습니다. 본 팀이 모여 휴식하는 곳에 도착하면 모두들 도열하여 얼마나 크게 박수를 쳐준다고요. 그 기분 많이 안 겪어본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다운힐 때 집사람이 많이 쳐졌습니다. 시종일관 브레이크에만 의존하여 내려가니 속도가 10키로 채 안 나오는 것입니다. 장장 15키로가 넘는 다운힐을 그런 평속으로 내려왔는 즉,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엉덩일 뒤로 빼고, 페달을 수평으로 하고, 자세를 낮추고, 앞 뒤 브레이크를 6:4 정도로 제어하고, 전방을 주의 깊게 살피고, 겁먹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좀 빨리 내려가라고 제가 뒤에서 재촉을 해 주지만 전혀 먹혀들지가 않았습니다. 좌측이 천애의 낭떠러지여서 무서운데다 자갈 등으로 길이 험하고, 경사는 급하고(?), 발은 삐어 아프고, 몸은 지쳐 힘들고,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 평소 실력의 반도 안나왔던 것입니다. 그래도 나이 오십의 여자 초심자가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전 구간을 완주했으니 칭찬 받을 만 합니다. 소강님께서 끝까지 저희 부부와 함께 동행 하며 위로의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업힐에서 늦어지는 민폐는 한 시간 반 먼저 출발한 것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으나 집사람이 다운힐에서 지체 된 것은 전체 팀원에 누가 되었습니다. 저 나름대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실패가 되었기에 번개에 참가하신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긴 임도 다운시, 몸을 뒤로 뺐다 하더라도 엉덩일 안장 위에 올려 체중을 실어 놓으면 발로 암만 세게  페달을 밟아도 힘이 전달이 안 되고 공연히 다리만 아팠습니다. 더하여 잔차 중심 잡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 그러다 두어 번 넘어지기 까지 하였습니다. 엉덩일 들고, 뒤로 빼서, 허벅지에 안장 넓은 부분을 끼우고, 아예 안장에 붙히지 않으니까 비로소 수평의 좌우페달에 다리의 힘이 확실하게 가해지며 잔차 중심이 잘 잡혀, 돌, 나무뿌리. 패인 곳 등의 험로 돌파도 용이하고, 안정감있게 빠른 속도로 다운힐이 가능했습니다. 다운힐시 험로를 돌파하는 팁은 무게 중심을 높은 곳인 안장에 두지 말고, 낮은 곳인 크랭크에 둬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잘 아는 분께서 도움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통님께서 잔차나라 공동재산인 무전기를 두 개나 분실하였습니다. 잔차를 캐리어에 적재 중 무전기를 잠시 차량 본넷트 위에 올려두었는데 깜박 잊고 그냥 출발 하셨다는 것입니다. 후에 휴양림 사무소에 확인한 바 아무도 습득한 사실이 없었다고 합니다. 잔차나라의 주요한 공동기물을 분실하였으니 당연히 배상하여야겠으나 부담을 혼자 다 지는 건 좀 가혹하다는 생각입니다. 모두 함께 즐기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발생한 사고이고, 사물이 아닌 만큼 번개 참가자끼리 십시일반 갹출하여 힘을 보태 드리면 어떨런지요? 물론 뜻을 같이 하는 분만 해당 됩니다. 개당 오만원이라니 십만원이 필요합니다. 저와 무지개님은 솔선수범 차원에서 각각 만원씩 냅니다. 알통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면 펄쩍 뛰시겠지만 이런 일을 횐님께 알림은 상부상조하며 형제애를 나눈다는 차원에서 좋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저와 58세 갑장이신 첨처럼님과 거시기님과의 멋진 랑데뷰 미천골 임도 라이딩을 기대했었는데 산 중에서 전화 연락이 두절되고, 다른 라이딩 팀에서 전해준 말이 와전되어 엇갈리는 바람에 허사가 되었습니다. 두 분께선 미천골 업힐 후 - 어성천을 거쳐 양양까지 라이딩 하신 것으로 압니다. 예전에 전천후님께서 라이딩한 코스를 똑같이 답습하신 셈이 되었습니다. 이 코스만 해도 엄청난 것입니다. 두 분 역시 연세가 많으시고, 이제 갓 잔차에 입문하신 바를 고려하면 쾌거를 이루신 것이 분명합니다. 두 분과 함께 가을에 다시 한번 미천골에 가서 이번에 돈 정코스를 함께 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6시 반이 되서야 모든 라이딩이 끝났습니다. 출발점이었던 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하니 감계 무량하였습니다. 업힐만 약 27키로, 다운힐이 최소한 30키로, 평탄지가 대충 10키로, 일반 도로가 5키로, 총 72키로의 미천골 임도를 총 열 한 시간 동안에 걸쳐 완주한 것입니다. 저와 무지개님은 차 안에서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소리가 크게 났습니다. 파초님께서 담 코스로 정선 가리왕산 임도를 추천하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또 갈 겁니다. 조국에 아름다운 산하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 건 잔차 타는 저희의 홍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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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노익장을 자랑하시니 정말로 대단하시다는 생각뿐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랫동안 즐거운
    라이딩하시길 바랍니다.^^
  • 대단하십니다. 같이 따라다닌 것은 아니지만 마치 제가 동행한 것처럼 라이딩시의 모습이 상상으로 그려지네요. 산이나 들로 나가시기만 하면 나물캐느라 정신없는 우리 어머님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즐기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저 홀로 댓글인줄 알았는데 쓰고 나서 올리고보니 rump5502님에게 1등을 놓쳤네요. ㅎㅎㅎ
  • 연세드신 형님들의 라이딩을 보노라면 자신이 초라해 짐을 느낍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같이 라이딩을 하는 형님들을 보면서 느끼는 말입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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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88 힘찬 응원을..... kwakids 2004.07.28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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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86 힘줄 늘어나 고생 해 보신분들~ trek4u 2004.07.28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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