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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대 태우실라우?

靑竹2006.06.26 23:37조회 수 140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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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금연한 지 만으로 6개월이 다 되어간다.

만 삼십 년을 서울에서 살다가 사업 쫄닥 말아먹고ㅡ,.ㅡ
이사 온 의정부란 동네가 처음엔 무척이나 낯설고
정이 붙지 않은 건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가 같았다.

그러나 5년여를 궁뎅이 붙이고 눌러 살다 보니
그런대로 정이 들었는지 이제 멀리 나갔다가
의정부로 들 때면 "아..우리 동네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고향마을 동구밖 정자나무 밑을 지나는 기분까지 든다.

이런 변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모르긴 몰라도
집을 나서서 조금만 페달을 밟으면 크고 작은
산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의정부의 지형적 환경이리라.
도로만 7년 정도 타다가 작년 이른 봄께 처음 맛본 산뽕은
틈만 나면 애마를 끌고 산을 오르게 만들었었다.

유난히 업힐을 좋아했다.
뭐 죽어라 페달을 밟는 외에는 자전걸 다루는
기술이 없는지라 그저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비오듯 땀을 쏟으며 올라가는 일에 재미를 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다운힐의 참맛은 그렇게
비지땀을 흘리고 난 뒤라야 제대로 느낄 수 있긴 하지만...

그러나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다 보면 늘 호흡이 걸렸다.
그러나 분명 다리에는 힘이 남아있음을 느꼈다.
가슴이 터질 정도로 가쁜 호흡을 몰아쉬면서
오르자면 때로 좌절감마저 들 정도로 힘들었다.
이 모든 것이 생골초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아하는
지독한 흡연이 원인일 것이라 생각하니 암담했었다.

결국 꽉 막혀오는 호흡곤란 탓에
의정부에서 자주 가는 코스 중
석굴암이란 곳과 장흥임도 정상에서 간이화장실 쪽으로
내려가는 돌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업힐과,
축석고개 못 미처 좌측으로 있는 천보암이란 곳과
안골의 덕수암이란 곳은 영원한 미정복지로 남을 것이라
생각하며 아예 도전할 생각도 못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금연의 효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나야 작년 늦여름께인가 주위에 떠벌이긴 했지만
날 따라서 얼떨결에 금연했다는 두 사람이 있으니
수백 번도 넘게 시도했다가 실패한 나로선 그들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먼저 금연의 효과를 본 건 그들이었다.

그들보다 내가 훨씬 더 골초였기 때문에
금연을 같이 시작했어도 폐활량이 회복되는 게
아무래도 내가 더 더딜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폐활량의 향상이 별반 눈에 뜨이지 않는 점에 실망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금연 후 폐활량이 백프로 회복되는데 9개월이 걸린다는
자료를 금연 사이트에서 보았는데 금연 서너 달이 되도록
계속 졸립고 흐리멍텅한 일상이 계속되니 아닌 게 아니라
조금 초조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금연 5개월이 좀 지나자
성골 골초였던 내게도 눈에 뜨이는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힘든 업힐 코스를 오르는데 그렇게도 가슴이 터질 정도로
가빴던 호흡이 문득 탁 터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예전엔 힘든 라이딩 후에 근육통으로 인하여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꽤 힘든 라이딩을 하고 나서도 그런 경우가 줄었다.

며칠 전,
금연 삼총사는 마지막 미정복지로 남아 있던
천보암을 정복했다. 온갖 악을 써도 실패했던
그 미정복지를 셋이서 동시에 정복하는데 성공하니
우리 스스로 얼떨떨한 것이 한동안 씩씩거리며
서로 바라보다가 비로소 고함을 치며 손을 마주쳤다.
급기야 돌아오는 길에 우리 셋은 기고만장해지다 못해

"이제 의정부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네"

"그러게요..각자 다른 도시로 흩어져서 마땅한 코스를 찾기로 합시다."

하며 너스레를 떨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과가 금연의 효과라는 걸
우리 셋 중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가파르기만 하여 도무지
숨을 고를 틈이 눈을 씻고 보아도 없어보이던
지옥같은 코스들이었는데 지금은 이곳들을 오르다가
경사가 살짝 완만해지는 불과 5미터 남짓한
짧은 구간에 이르러 재빨리 숨을 고르면서

"와..요기가 바로 휴게소죠?"

라며 너스레를 떨며 올라갈 정도니 격세지감이다.

그 지독하게 힘들다 생각했던 호암사 코스를 올라
절 마당을 한 바퀴 돌고 곧바로 내려와 석굴암을
다시 오르고 이어 회룡사까지 오르는 삼종셋트
논스톱 업힐을 즐길 정도가 되었으니
이 뿌듯한 성취 앞에서 실로 감개가 무량하다.

어제는 호암사에 이어 석굴암을 거쳤다가
회룡사를 오르는데 선배님 한 분이 회룡사에서
내려오기에 물었더니 나와 역순으로 오르는
중이라서 호암사만 남았단다. 그 선배님의 말에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말이 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선배님. 내 할 이야기가 좀 있는데
회룡사에 금방 올라갔다 올 테니 쪼매만 지둘리슈.
호암사에 같이 올라가면서 이야기 하자구요."


ㅋㅋㅋㅋㅋㅋ


이제 우리 금연동지 셋은
스스럼 없이 서로 담배로 염장을 지른다.

"담배 한 대 태우실라우? 너무 심심해 보이십니다. 흐흐"

"잉? 내 걱정일랑 말고 청죽님이나 피워요."

"거 담배를 너무 참다 보면 정신적으로 좋지 않아요.
생각 나면 한 대씩 피우십시오."

"난 집에서 많이 피우니깐 됐어요."

"엉? ㅋㅋㅋㅋ"

비록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고 평생 참는 것'이란 말도
있긴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보니 죽고 싶을 만큼
간절했던 흡연의 욕구는 믿을 수 없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요 근래에 피우고 싶은 생각이 한 번 들긴 했다.
월드컵 대 프랑스전 전반을 보다가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하지만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금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금연이 가져다 주는 경이로운 효과를 경험했기에....


담배를 끊은 가장을 바라보는 가족들이
뛸 듯이 기뻐하는 건 우리로선 과분한 덤이기도 하다.


여러분 금연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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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네~~~~~~~~~~~~~
  •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역시 동기가 있고 효과가 있어야 끊어지나봅니다. 끊으면 그렇게 좋은걸 왜 피웠을까요? 피운다고 뭐가 해결되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ㅋㅋ
    건강도 찾으시고 오손도손한 가족분위기도 되찾으셨으니 더 바랄건 없으시겠네요. 축하드립니다.^^
  • ㅎ 전 6년간 금연했는데 다시 핍니다..시험의 압박감을 다스릴 만한게 없더라고요..
  • 글 참 재미있게 쓰시네요~ ㅎ 저도 금연을 한번 ㅡㅡ;
  • 저도 1년 금연했을 때는 평페달로도 호암사, 석굴암 등 가볍게는 아니지만 한 번에 올라갈 수 있었죠.
    그런데 금연 딱 1년 되던날 뭐에 홀렸는지 다시 피우게 되었습니다.
    금연 6개월 뒤에는 담배란 것이 전혀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 뒤로 오랫만에 호암사 올라봤는데 클릿 달고도 오르질 못하겠더군요. ㅜ.ㅜ
    담배 조심하세요. 장난으로나마 피운다는 생각하지 마세요. 무서운 놈입니다.

  • 靑竹글쓴이
    2006.6.27 0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pmh 79님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담배는 끊는 게 아니고 평생 참는 거란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흡연욕은 눈에 띄게 줄지만 금연에 임하던 초기의 치열함이나
    절실함 또한 눈에 뜨이게 누그러지게 마련이라 그런가 봅니다.
    다시 도전하세요. 언제 호암사 석굴암 회룡사를 연이어서 같이 오르시지요.^^
  • 삼년이 넘어 사년이 다가오지만.. 금연한지..

    골목길에서(쪽팔렸나봅니다.) 버지니아 슬림 한 개피를 세모금만에 다 피우고...

    꽁초를 중지에 걸어 딱 튕기는 순간....

    니미.. 이렇게 피우기 시작 하는구나.... 정신 확 차리니 꿈이대요..^ ^

    그 구수한 담배 냄새가 침대 주위를 떠나지 않습디다...

    참는거 맞습니다.... 생활하는 주위에 흡연자는 마귀로 봐야 합니다...ㅋ
  • 靑竹글쓴이
    2006.6.27 02:32 댓글추천 0비추천 0
    벽새개안님은 흡연몽을 꾸셨군요.
    금연한 지 오래 되셨군요. 부럽습니다.^^
    전 말로만 듣다가 삼 개월이 경과할 즈음에 처음 흡연몽을 꾸었는데
    말씀대로 어찌나 생생한지 한 개비 피운 게 너무 억울한 나머지
    고함을 바락바락 지르다 깨니 꿈이더군요. 으스스...~~~
    항상 건강하십시오.
  • 한 4~5년 되면 참는 것도 좀 쉬워지는거 같습니다.
  • 금연 강요하지 맙시다... 알아서들 피우던지 말던지 하겠죠... 꼭 잔차탄다고... 운동한다고 금연해야하는게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강요가 아니고 대세죠..^ ^

    흡연몽...ㅋ 난생 첨 들어보는 단어 입니다...

    제가 담배에 대하여 한 말씀 하겠습니다...

    25년 피우다가 끊었습니다.... 정말 부작용이 심했죠...

    저는 담배를 습관적이 아닌... 진짜 즐겼습니다....

    피우기 전에 먼저 담배를 코밑에 갇다 대고.. 냄새부터 즐깁니다...

    불을 당기고.. (이 글 올리는대도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한모금 길게.....

    첫맛.. 중간맛.. 마지막맛.. 다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맛있어 보이고, 멋있다고 했죠....

    사실 저 때문에 담배 시작한 사람들도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마누랍니다..

    지금도 피웁니다..... 한번씩 집에 혼자 있을때... 마누라 피우는 담배를 보면...

    심장이 쾅쾅 뜁니다.... 이현상은...

    내가 흡연시절 담배에 정말 많이 의존 했다는 이야기죠...

    저는 않좋고.. 기분 나쁘고... 이럴땐 술을 절대 마시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을때만 마시죠..

    대신 담배로 많이 풀었습니다....

    그래서 끊을때... 엄청난 금단현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죠....

    몸이 몸살난거 같이 아프고 떨리고..... 살깥이 옷을 입을때도.. 쓰리고... 소름이 쫙 끼치고...

    신경질이 나고...(이때문에 마누라 애들이 고생 좀 했죠..)

    영화... 친구에서... 글마.. 이름뭐죠?? 유호성인가... 마약 중독 연기 있죠...

    그의 그대로입니다...

    다시 피우면.. 분명 남은 내인생 안에 또 끊을것이 뻔합니다..

    그 고통을 다시 맞이할 용기가 없습니다....

    담.배.는.마.약.입.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마약보다 더 합니다...


  • ^^전 이제 3주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 뜨고 부터 저녁에 눈감을때 까지 항상 담배가 말린(?)듯한 느낌입니다. 심하게 피고 싶다는 생각은 아닌데...입속에서 조금씩 피고 싶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참고 있습니다. 술을 먹어도 참습니다. 참아지더군요.

    역시나 담배는 끊는게 아니고 참는건가 봅니다. 3주 참은게 아까워서라도 담배는 안 피울 생각입니다.

    아...3주가 되었지만 호흡의 차이는 느껴지더군요. 확실히 느꼈습니다. ^^
  • 저두 지금 399일째입니다.. 저두 흡연몽에 시달립니다.. 저도 처음엔 호흡때문에 고생했는데 지금은 다리가 안따라줘서리 ㅜ,ㅜ 저희모임분이 약50여분이신데 3분남으셨네요 ^^
  • 축하드립니다...저도 3년 끊었다가 다시 피우게 되었는데...다시한번 절실히 금연욕구를 느낍니다.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평생 참는것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팍~와닿는군요^^
  • 저희동호회는 담배 태우시는분이 한분도 없다는...
    자랑스럽죠......^^;;
  • 전 담배 끊은지 좀 오래 되었군요.
    6.29선언? 하는 날 즈음 끊었으니까. 꼭 그날하고의 이유는 없고 단지 고문"과 인내" 등등을 생각하다 끊었습니다.
    그 전날 청평댐 밑에 낚시를 갔다가 담배가 없어서 애들하고 애 엄마를 강변에 남겨 두고 뚝방으로 올라와 차를 몰고 좁은 농로를 따라 담배를 사러 갔었습니다.
    그 당시 하루 3갑 정도 피웠고 그전엔 4갑 까지 피웠었습니다.
    4갑 피면 타고 있는 담배가 손에 하나 재떨이에 하나 이렇게 됩니다.

    제가 생에서 잘한 일이 별로 없는데 금연한 것 하나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담배 피는 사람한테 나는 냄새 머져도 싫습니다.

    그 덕인지 애가? (이제는 막내가 23) 자유롭게 키웠습니다만 담배는 전혀 안하는군요.

    혹 가다 담배를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냐고 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전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냥 안 피면 끊는 것이라고.

    담배 끊고 싶은데 못 끊는다는 분들은 정말은 끊고 싶은 것이 아닌지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청죽님의 녹색 글을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댓글을 다시는 것은 보았는데
    다시 녹색글이 등장했군요.

    이젠 글 좀 자주 올리셔서
    몽매한 중생들의 얼굴에 환한 빛을 비출 수 있게 해 주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청죽님 마니마니축하드립니다..저도 금연4년되갑니다...제가 어디에다 흡연에 체력의 30%를 도둑맞는다고 썻던기억이 납니다.....그 30이 대단하죠...
    언제 그코스함 가고싶습니다..안내부탁드리겟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청죽님..^^..저도 한 1년반정도 금연하면서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의 업힐을 한적이 있었다는...근데 지금은 다시 피는중...-.-; 좀 피다가 안되겠다 싶을때 다시 금연할 생각입니다...ㅋㅋ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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