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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구름선비2006.07.04 19:39조회 수 426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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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있는 교육에 참석 중입니다.

교육을 받는 중에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이 배정되어 있구요.

오늘 오후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하던 말이 있습니다.
"'피'字 들어 가면 '피곤하다.'"

오래간만에 받아 보는 교육이라
항시 피곤하군요.

사실 시켜서 하는 일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교육생 대표의 제안으로 두당 1만원씩 내어서
위문품을 사가지고 봉사활동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나이 든 직원들은 그저 돈만 내고 봉사활동에 빠질 수 없을까
하는 의견을 내었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가난한 무의탁 노인들을 모시고 있는
양노원이었습니다.

갹출한 돈으로 그 쪽에서 원하는 백미와 잡곡, 사탕 등을 배달시켜
대표들만 참석한 간단한 전달식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강당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저 수용된 사람은 많고, 건물은 노후화 되었으며
환경은 지저분할거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깨끗한 건물, 잘 정돈된 정원,
그리고 깨끗한 사무실과 침실
노래방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 작은 강당까지....

저와 몇 사람은 할머니들이 거처하고 계신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러 갔지만 사실 봉사활동을 할 것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저와 동료는 2층에 있는 화장실을 청소하였습니다.
문틀과 유리창에 약간의 먼지가 있을 뿐
물청소 하는 내내 우리 직장이나 우리집 보다도
깨끗한 환경을 보고 과연 청소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였습니다.

봉사활동은 깨끗한 화장실을 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끝났습니다.

잠시 후 땀이 난 얼굴을 식히기 위하여
건물의 옆 바람이 잘 부는 장소로 모였습니다.

마침 바람을 쐬러 나온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연세가 95세라는 할아버지는 '빨리 죽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마나님과 따님이 있었지만 마나님은 돌아가시고 따님은
사고로 죽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이 곳으로 오셨답니다.

5년 전부터 '오줌주머니'를 달고 사는데
그게 지겹다고 하십니다.

일정때는 잘못한 것 없이 순사에게 잡혀서
'원하면 일본에 가게 해 주겠다'는 말에
일본으로 끌려가서 타이어 공장에서 일하셨다는군요.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 두 마디를 잃었다는데
그 손가락을 보여주며 회상에 잠기시는
이제는 의지할데라곤 시설 밖에 없는 노인의
쓸쓸한 얼굴에서 회한과 인생의 무상함과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관에서 나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고맙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쑥스러운 생각과 함께

곧 다가올 노년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는 내 생활에 대한 답답함이 몰려 왔습니다.

짧은 봉사활동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였으니

오늘의 '억지 춘향'식 봉사활동도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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