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궁금한 생각이 들면 꼭 알아보고야 마는 직성 탓에
언젠가 '난 하루에 몇 킬로나 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느닷없이 들었던 건 별로 행운이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아침부터 해가 지도록
의정부에서 행주산성으로 일산으로 김포로 성남으로...
무려 256km를 들개마냥 쏘다닌 적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어찌나 힘이 들던지
길 옆 풀숲에 자전거를 집어던지고 푹 자고만 싶었다.
물론 힘을 내서 어찌어찌 집에까지 오긴 했지만
라이딩을 하다 보면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려워
자전거를 팽개치거나 포기하고 내리고 싶을 때가 많다.
산뽕에 맛들려 산만 타다가 간만에 130km 도로 라이딩을
빡세게 했더니 허벅지에 알이 단단히 뱄는데
문제는 다음날,
금연 후 폐활량이 부쩍 좋아진 게 어찌나 신이 나던지
아파트를 나서면 코앞에 있는 호암사,석굴암,회룡사
3종 세트 입힐 투어를 거의 매일 했더니만
호암사 주지스님이 이제 말을 다 거신다.
"여가 운동코스로 좋은 가베요? 경사가 장난이 아닐 낀데요?"
(갱상도 분)
아무튼 허벅지에 알이 잔득 뱄기로
그날은 삼종 업힐을 쉴까 하다가
객기가 들어 호암사부터 시작했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문제는 호암사보다 더 힘든 석굴암.
호암사를 내려와 석굴암을 오르는데 절반 정도 올라가니
이미 파김치가 됐다. '아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하며
포기하려는 찰라,
"어머머..세상에 저 아저씨 좀 봐요.."
"그러게..세상에 자전거가 여길 어떻게..."
하는 낭랑한 여인네의 목소리들이 들려 힐끗 앞을 보니
약초인지 나물인지를 캤는지 보따리를 하나씩 든
아주머니들이시다. 이런 상황을 만난 건 정말 비극이다.
어릴 때 땅에 넘어져 대가리를 찧어 멍이 들어도
지나는 어른들께서 내가 울기 전에 선수를 쳐서
"엇따~ 그놈 참 장사네..그렇게 넘어지고도 안 우네"
하면 아픈 걸 죽어라 참으며 이를 악물곤 했는데
당시 장사라며 치켜세우던 그런 말이
시끄럽게 우는 게 보기 싫은 어른들의
주도면밀한 작전이었단 걸 몰랐었다고 치자.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 석굴암 업힐에서 만난
약초 아즈마이들의 감탄에 왜 왜 무르팍이 깨져라
페달을 밟아야만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궁시렁.
결국 내리는 걸 포기(?)하고 석굴암 정상까지
천신만고 올라가 상대가 삼십 분 넘게 귀를 물고 늘어져
만신창이가 된 투견장의 도사견처럼 혀를 빼물고 꽤 오래 씩씩거렸다.
업힐을 하다가 너무 힘들면
언제고 자유롭게, 스스럼 없이
내릴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었으면 좋겠다..케헹~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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