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에 고시원 화재로 여러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기사를 보면서 제가 부산에서 2년동안 기거했던 고시원 생각이 났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직장문제 때문에 내려올때 제가 소지한 물품이라고는 등에 달랑 백팩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주거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는가 서울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살림에 필요한 모든 가전제품이나 집기 일체를 따로 장만해야 하는 원룸이나 전세보다는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고 밥은 기본적으로 제공한다는 고시원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이미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군데를 물색해놓고 저는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그곳으로 직행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숙도 또 다른 선택이 될수 있겠지만 식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맞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었기에 어찌보면 연고자 하나 없는 부산에서 고시원을 서식처로 정했던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일단 짐을 풀고 생각하기를 맘에 안들거나 너무 불편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이것이 착각이었던 것은 고시원 입주후 제가 그 좁은 방에 이것저것 사들인 물품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소형 냉장고, 토스트기, 서울에서 보낸 컴퓨터등등. 아마 초기에 사들인 물품의 택배비만 계산해도 엄청날듯) 시간이 갈수록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실행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고시원마다 조금씩 구조의 차이는 있겠으나 제가 생활했던 고시원은 유독히 통로가 비좁았습니다. 5-60cm나 되려는지... 겨우 사람한명이 똑바로 걸어갈수 있는 폭이었고 두사람이 마주쳐 지나가려면 옆으로 비켜가야 했었지요. 저는 처음에 고시원에 입실할때만 해도 고시원이 조용할줄 알았습니다. 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고 예상했었지요. 그러나 웬걸...... 별의 별 인간 군상들이 다 많더군요. 그걸 여기에 어찌 일일이 다 적겠습니까만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 몇몇 분들은, 술먹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어떤 여성(20대후반? 30대초반), 세면실에 큰거를 실례해놓고 모른척 시치미떼는 어떤 50대 남성, 애인을 데려와서 밤늦은 시각까지 재미있게 담소를 나누던 씩씩한 20대 젊은이, 방문틀에 목매달아 죽은 30대초 남성(이건 저도 겁이 나서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실장이 경찰에 신고했지요), 약간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어떤 30대초 남성. 실직상태의 이 친구는 처음에는 상태가 괜찮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생활상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과대망상 증상에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보는 사람마다 10분이 멀다하고 담배 한개비만 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모두에게 기피인물이 되다가 나중에는 결국 퇴실조치당했어요.
하느님 맙소사. 내가 지금 이런데서 뭘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지더군요. 그리고 나중에는 이런 사람들중에서 혹시 불이라도 일부러 지르는 사람이 없을까라는 걱정과 공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장에게 몇번 그런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지요. 다행히 제가 대구로 이사하는 날까지 그런 끔찍한 사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만 서울 고시원 화재사건이 발생한 건물 지하에 노래방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니 제가 있던 고시원 생각이 나고 고시원 생활을 끝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있던 고시원, 4층짜리 빌딩이었는데 그 건물 지하에도 노래방이 있었거든요. 제가 이 고시원 생활을 훗날에도 잊지 않으려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usb메모리에 저장해두었었는데 얼마전 메모리의 용량이 다 차서 무엇을 삭제하여 용량을 확보할까 고심하다가 그 동영상 파일을 삭제해버려서 이젠 정말 제 머리속의 추억으로만 남아있게 되었네요.
고시원 환경이 저러다보니 주말에는 도저히 고시원에 있을수가 없었지요. 그 환기도 잘 안되는 좁은 방에서 하루종일 TV만 보자니 답답해서요. 그래서 찾아낸 코스가 양정-->수영로타리(자동차 매연냄새 맡기 싫어서 주로 망미동 주택가 뒷골목길로)-->광안리-->경성대앞 헬쓰장까지였습니다. 주말마다 양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수영로타리를 지나 광안리 백사장에서 바다냄새 맡고 경성대 앞 헬쓰장에서 수영, 헬쓰, 찜질, 목욕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다시 나오면서 메가마트에 들러서 일주일치 식량을 장만하여 도이터 랙팩에 쑤셔넣고 자전거에 매달아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규칙적인 생활을 2년동안 했습니다. 나중에는 코스를 변경하여 태종대도 가보고 황령산도 오르고 해운대도 가고 그랬지만 주말마다 제가 타던 자전거 코스는 기본적으로 양정에서 경성대앞까지였습니다. 저는 이기대는 가본적이 없는데 이기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나를 본것 같다고 했던 그 친절한 헬쓰장 언냐는 잘 있나 모르겠네요. 메가마트 와인 매장에서 시음 한번 해보라고 와인잔을 권하던 그 이쁜 아가씨는 잘 살고 있을까요...
몇일전에는 꿈을 꾸었습니다. 광안리였는지 해운대였는지 아니면 다른 어느 바다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헬기를 타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바다상공에서 해변의 시가지가 보이는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꿈속에서 눈물이 나서 흑흑거리며 쪽팔리게 울었는데 왜 울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젠 더 이상은 바다구경을 쉽게 할 수 없는 도시에서 살게되어 그런건지 뭔지... 그리고 장면이 바뀌고 왠 넓은 동굴같은 곳에 깨끗한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는데 동굴벽은 황금색이었고 물은 얕은듯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이빙을 해도 될정도로 동굴안쪽의 물은 바닥이 깊었습니다. 그런데 물로 뛰어들지 않은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물에 다이빙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쳐다보고 있다가 깨어났던 개꿈인데(?), 혹시나 해서 로또는 샀습니다. ^^
고시원 화재 얘기에서 시작해서 꿈얘기로 끝났네요. 살면 살수록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pc방에서 주는 커피한잔 홀짝홀짝 마시면서 신변잡기를 늘어놓습니다. 끔찍한 사고로 저 세상에 가신 분들... 고통없는 곳에 다시 태어나시길 빕니다. 이런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부산의 고시원 생활 그럭저럭 살만은 했더랬습니다. 이상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고(회사 퇴직하고 열심히 생계를 꾸려가는 원장님 포함하여) 무엇보다 자전거가 있었기에...
이렇게 일단 짐을 풀고 생각하기를 맘에 안들거나 너무 불편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이것이 착각이었던 것은 고시원 입주후 제가 그 좁은 방에 이것저것 사들인 물품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소형 냉장고, 토스트기, 서울에서 보낸 컴퓨터등등. 아마 초기에 사들인 물품의 택배비만 계산해도 엄청날듯) 시간이 갈수록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실행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고시원마다 조금씩 구조의 차이는 있겠으나 제가 생활했던 고시원은 유독히 통로가 비좁았습니다. 5-60cm나 되려는지... 겨우 사람한명이 똑바로 걸어갈수 있는 폭이었고 두사람이 마주쳐 지나가려면 옆으로 비켜가야 했었지요. 저는 처음에 고시원에 입실할때만 해도 고시원이 조용할줄 알았습니다. 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고 예상했었지요. 그러나 웬걸...... 별의 별 인간 군상들이 다 많더군요. 그걸 여기에 어찌 일일이 다 적겠습니까만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 몇몇 분들은, 술먹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어떤 여성(20대후반? 30대초반), 세면실에 큰거를 실례해놓고 모른척 시치미떼는 어떤 50대 남성, 애인을 데려와서 밤늦은 시각까지 재미있게 담소를 나누던 씩씩한 20대 젊은이, 방문틀에 목매달아 죽은 30대초 남성(이건 저도 겁이 나서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실장이 경찰에 신고했지요), 약간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어떤 30대초 남성. 실직상태의 이 친구는 처음에는 상태가 괜찮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생활상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었는지 과대망상 증상에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보는 사람마다 10분이 멀다하고 담배 한개비만 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모두에게 기피인물이 되다가 나중에는 결국 퇴실조치당했어요.
하느님 맙소사. 내가 지금 이런데서 뭘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지더군요. 그리고 나중에는 이런 사람들중에서 혹시 불이라도 일부러 지르는 사람이 없을까라는 걱정과 공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장에게 몇번 그런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지요. 다행히 제가 대구로 이사하는 날까지 그런 끔찍한 사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만 서울 고시원 화재사건이 발생한 건물 지하에 노래방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니 제가 있던 고시원 생각이 나고 고시원 생활을 끝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있던 고시원, 4층짜리 빌딩이었는데 그 건물 지하에도 노래방이 있었거든요. 제가 이 고시원 생활을 훗날에도 잊지 않으려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usb메모리에 저장해두었었는데 얼마전 메모리의 용량이 다 차서 무엇을 삭제하여 용량을 확보할까 고심하다가 그 동영상 파일을 삭제해버려서 이젠 정말 제 머리속의 추억으로만 남아있게 되었네요.
고시원 환경이 저러다보니 주말에는 도저히 고시원에 있을수가 없었지요. 그 환기도 잘 안되는 좁은 방에서 하루종일 TV만 보자니 답답해서요. 그래서 찾아낸 코스가 양정-->수영로타리(자동차 매연냄새 맡기 싫어서 주로 망미동 주택가 뒷골목길로)-->광안리-->경성대앞 헬쓰장까지였습니다. 주말마다 양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수영로타리를 지나 광안리 백사장에서 바다냄새 맡고 경성대 앞 헬쓰장에서 수영, 헬쓰, 찜질, 목욕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다시 나오면서 메가마트에 들러서 일주일치 식량을 장만하여 도이터 랙팩에 쑤셔넣고 자전거에 매달아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규칙적인 생활을 2년동안 했습니다. 나중에는 코스를 변경하여 태종대도 가보고 황령산도 오르고 해운대도 가고 그랬지만 주말마다 제가 타던 자전거 코스는 기본적으로 양정에서 경성대앞까지였습니다. 저는 이기대는 가본적이 없는데 이기대에서 자전거를 타는 나를 본것 같다고 했던 그 친절한 헬쓰장 언냐는 잘 있나 모르겠네요. 메가마트 와인 매장에서 시음 한번 해보라고 와인잔을 권하던 그 이쁜 아가씨는 잘 살고 있을까요...
몇일전에는 꿈을 꾸었습니다. 광안리였는지 해운대였는지 아니면 다른 어느 바다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헬기를 타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바다상공에서 해변의 시가지가 보이는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꿈속에서 눈물이 나서 흑흑거리며 쪽팔리게 울었는데 왜 울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이젠 더 이상은 바다구경을 쉽게 할 수 없는 도시에서 살게되어 그런건지 뭔지... 그리고 장면이 바뀌고 왠 넓은 동굴같은 곳에 깨끗한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는데 동굴벽은 황금색이었고 물은 얕은듯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이빙을 해도 될정도로 동굴안쪽의 물은 바닥이 깊었습니다. 그런데 물로 뛰어들지 않은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물에 다이빙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쳐다보고 있다가 깨어났던 개꿈인데(?), 혹시나 해서 로또는 샀습니다. ^^
고시원 화재 얘기에서 시작해서 꿈얘기로 끝났네요. 살면 살수록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pc방에서 주는 커피한잔 홀짝홀짝 마시면서 신변잡기를 늘어놓습니다. 끔찍한 사고로 저 세상에 가신 분들... 고통없는 곳에 다시 태어나시길 빕니다. 이런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부산의 고시원 생활 그럭저럭 살만은 했더랬습니다. 이상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고(회사 퇴직하고 열심히 생계를 꾸려가는 원장님 포함하여) 무엇보다 자전거가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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