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첫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호구지책거리가 생겨서 의정부에서 암사동까지 왔다갔다 해야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중랑천 자전거도로를 타고 한양대앞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옥수역 못 미처서 중랑천 하류의 끝에 나 있는 다리를 건너 한강 북단의 자전거도로를 타고 잠실대교를 건너 암사동까지 자전거로 가 보니 정확하게 40km가 나오더군요. 그러나 그것도 고작 하루. 다음날 엄청나게 쏟아진 비로 인하여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의정부-암사동까지의 최단거리는 또 얼마일까가 궁금한 생각이 들어 퍼붓는 비를 무시하고 차도를 이용하여 군자교로 해서 천호대로를 달려 천호대교를 건너 목적지인 암사동까지 달리니 29km가 나오더군요. 11km 차이가 나네요. 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는 다른 두 변의 길이의 합보다 짧다는 걸 자전거로 증명했습니다.ㅡ,.ㅡ
"당연히 먼 길로 돌아서 댕기시겠구만?"
저를 잘 아는 저의 막내동생이 제게 건넨 말입니다. 내 일터로 가는데 내 그렇게도 좋아하는 자전거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 좋아하는 잔차질을 할 수 있는 40km 거리라는 알토란 같은 권리를 수학적 논리까지 동원해서 침해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거란 걸 저의 동생은 제대로 꿰뚫고 있었던 거지요.^^
문제는 장맛비.
억수로 비가 내렸던 며칠 전의 일입니다. 첫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비가 그쳐서 물이 눈에 뜨이게 빠진 중랑천을 보고는 출근길에 냅다 뛰어들어 신바람을 내며 달린 건 좋았습니다. 그러나 여명이 일던 이른 아침에 장안동 빗물펌프장 굴다리를 넘어 한양대앞 쪽으로 내리 쏘다 보니 누가 아랫쪽에 하얀 천을 깔아놓은 것이 얼핏 보여서 브레이크를 잡았으나 이미 늦고 말았습니다.
'촤아아악~' 소리를 내며 자전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잠수하기 시작하는데 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지점의 삼각주가 온통 물바다더군요. 살수대첩도 아니고 죽은 쥐들이 여기저기서 둥둥 떠다니고ㅡ,.ㅡ 자전거 바퀴가 완전히 잠겨서 물결이 출렁이는 대로 자전거도 흔들흔들..아이고~ 예전에 중랑천에서 한 번 잔차와 떠내려 가다가 자전거를 머리 위로 들고 간신히 걸어나온 기억도 있는데 또 한 번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뒤돌아서 가기는 싫고 예전에 억수로 물이 불어난 중랑천을 섭렵했던 예의 라이딩 주법인 오리발 페달링을 정신없이 시작했습니다. 물속에서는 부력 탓에 아무래도 접지력이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연신 헛바퀴를 돌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여야 하기에 슬금슬금 최소한의 속력을 내면서 자칫 옆의 도랑으로 빠지지 않기 위하여 수백 번도 더 다녀 노면의 정보까지 훤히 꿰고 있는 장점을 십분 살려 길이 있을 법한 곳을 어림 대중으로 짐작하며 무사히 한양대 앞 공터쪽으로 난 다리를 건넜습니다.
거진 2백여 미터를 그런 식으로 가면서 실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출렁이는 물살에 밀려 넘어지면서 클릿을 못 빼면 죽은 쥐들이 둥둥 떠다니는 물을 얼마나 마실까..그래도 고깃국이니 살로 가지는 않을까? 자전거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면 자전거를 버릴까 나를 버릴까....이런 경우 나를 버리면 살신성인이란 사자성어를 적용하는 일이 가당키나 한 걸까..' 등등..그야말로 상상도 횡설수설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더 이상 자전거도로를 고집하는 건 무리다 싶어 위로 올라가려고 차도를 힐끗거리며 달리는데 아이고~ 예전에 노천극장이던 곳의 가장자리에 시멘트로 수로를 만들어 놓은 걸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싸늘한 느낌이 들어 앞을 보니 이미 앞바퀴가 수로로 추락하고 있더군요..제게서 몇 달이나 퇴출당했던 클릿페달을 장착하고 나자마자 아주 제대로 걸린 거지요. 앞바퀴를 이용한 장대 높이뛰기를 물구나무로 했죠 뭐..덕분에 떨어지면서 땅을 짚은 왼손바닥에 시퍼런 멍이 들었습니다.
비가 개고 이틀이 지나서 암사동쪽 토끼굴로 내려가 본 한강 잔차도로는 완전 뻘밭이던데 제 자전거를 막아서신 아자씨께서 "이거 다 치우려면 스무 날은 걸릴 거유" 라시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할 수 없이 예의 그 삼각형의 빗변을 이용합니다. 차도로만 달려서 좀 삭막하긴 하지만 워낙 우중 라이딩을 좋아하는지라 라이딩 거리는 40km에서 29km로 대폭 줄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합니다.
자전거를 왜 타느냐고요?
페달링을 하면서 가슴 한 가득 바람을 안고 달리면서
무한자유를 느끼기 때문이지요. 왜 좋은지도 잘 모릅니다.
그냥 무조건 좋아요.^^
여러분 건강하세요.
엄청난 장맛비로 수해를 입으신 분들 힘내세요.
그런데 의정부-암사동까지의 최단거리는 또 얼마일까가 궁금한 생각이 들어 퍼붓는 비를 무시하고 차도를 이용하여 군자교로 해서 천호대로를 달려 천호대교를 건너 목적지인 암사동까지 달리니 29km가 나오더군요. 11km 차이가 나네요. 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는 다른 두 변의 길이의 합보다 짧다는 걸 자전거로 증명했습니다.ㅡ,.ㅡ
"당연히 먼 길로 돌아서 댕기시겠구만?"
저를 잘 아는 저의 막내동생이 제게 건넨 말입니다. 내 일터로 가는데 내 그렇게도 좋아하는 자전거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 좋아하는 잔차질을 할 수 있는 40km 거리라는 알토란 같은 권리를 수학적 논리까지 동원해서 침해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거란 걸 저의 동생은 제대로 꿰뚫고 있었던 거지요.^^
문제는 장맛비.
억수로 비가 내렸던 며칠 전의 일입니다. 첫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비가 그쳐서 물이 눈에 뜨이게 빠진 중랑천을 보고는 출근길에 냅다 뛰어들어 신바람을 내며 달린 건 좋았습니다. 그러나 여명이 일던 이른 아침에 장안동 빗물펌프장 굴다리를 넘어 한양대앞 쪽으로 내리 쏘다 보니 누가 아랫쪽에 하얀 천을 깔아놓은 것이 얼핏 보여서 브레이크를 잡았으나 이미 늦고 말았습니다.
'촤아아악~' 소리를 내며 자전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잠수하기 시작하는데 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지점의 삼각주가 온통 물바다더군요. 살수대첩도 아니고 죽은 쥐들이 여기저기서 둥둥 떠다니고ㅡ,.ㅡ 자전거 바퀴가 완전히 잠겨서 물결이 출렁이는 대로 자전거도 흔들흔들..아이고~ 예전에 중랑천에서 한 번 잔차와 떠내려 가다가 자전거를 머리 위로 들고 간신히 걸어나온 기억도 있는데 또 한 번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뒤돌아서 가기는 싫고 예전에 억수로 물이 불어난 중랑천을 섭렵했던 예의 라이딩 주법인 오리발 페달링을 정신없이 시작했습니다. 물속에서는 부력 탓에 아무래도 접지력이 많이 떨어지기 마련이라 연신 헛바퀴를 돌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여야 하기에 슬금슬금 최소한의 속력을 내면서 자칫 옆의 도랑으로 빠지지 않기 위하여 수백 번도 더 다녀 노면의 정보까지 훤히 꿰고 있는 장점을 십분 살려 길이 있을 법한 곳을 어림 대중으로 짐작하며 무사히 한양대 앞 공터쪽으로 난 다리를 건넜습니다.
거진 2백여 미터를 그런 식으로 가면서 실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출렁이는 물살에 밀려 넘어지면서 클릿을 못 빼면 죽은 쥐들이 둥둥 떠다니는 물을 얼마나 마실까..그래도 고깃국이니 살로 가지는 않을까? 자전거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면 자전거를 버릴까 나를 버릴까....이런 경우 나를 버리면 살신성인이란 사자성어를 적용하는 일이 가당키나 한 걸까..' 등등..그야말로 상상도 횡설수설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더 이상 자전거도로를 고집하는 건 무리다 싶어 위로 올라가려고 차도를 힐끗거리며 달리는데 아이고~ 예전에 노천극장이던 곳의 가장자리에 시멘트로 수로를 만들어 놓은 걸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싸늘한 느낌이 들어 앞을 보니 이미 앞바퀴가 수로로 추락하고 있더군요..제게서 몇 달이나 퇴출당했던 클릿페달을 장착하고 나자마자 아주 제대로 걸린 거지요. 앞바퀴를 이용한 장대 높이뛰기를 물구나무로 했죠 뭐..덕분에 떨어지면서 땅을 짚은 왼손바닥에 시퍼런 멍이 들었습니다.
비가 개고 이틀이 지나서 암사동쪽 토끼굴로 내려가 본 한강 잔차도로는 완전 뻘밭이던데 제 자전거를 막아서신 아자씨께서 "이거 다 치우려면 스무 날은 걸릴 거유" 라시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할 수 없이 예의 그 삼각형의 빗변을 이용합니다. 차도로만 달려서 좀 삭막하긴 하지만 워낙 우중 라이딩을 좋아하는지라 라이딩 거리는 40km에서 29km로 대폭 줄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합니다.
자전거를 왜 타느냐고요?
페달링을 하면서 가슴 한 가득 바람을 안고 달리면서
무한자유를 느끼기 때문이지요. 왜 좋은지도 잘 모릅니다.
그냥 무조건 좋아요.^^
여러분 건강하세요.
엄청난 장맛비로 수해를 입으신 분들 힘내세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