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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루, 도리, 몽실이.

파란알통2006.08.09 17:09조회 수 82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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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에 강아지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두어 달전 저녁 라이딩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편도 1차선을 휘휘질러 왔다갔다하는 요크셔 강아지를 보았습니다. 그냥 갈 수가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니 멀리 도망을 가네요. 그 와중에도 자동차들은 섰다가 가다가를 반복하고, 그래서 자전거를 한 켠에 세워두고 계속 쫒아가니 납작 웅크리고 엎드리더군요.
이넘이 금실이 입니다. 작고 마르고..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긴 것이 너무 닮아서 금실이라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현재 금실이는 저희반 지수네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잘 크고 있죠.

  이후 아무일이 없다가 열흘 전쯤 저희학교 보건선생님께 전화를 하셨습니다.
“선생님, 길에 강아지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떡해요?”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저는 벌써 두 마리의 식객을 거느리고 있는 참이기에..잠시 생각 후..
“붙잡아 놓으세요. 제가 데리러 갈께요”
차가 많이 다니는 사거리에 김밥천국 앞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보건선생님께서는 김밥천국 아주머니가 강아지에게 밥을 주시는 것을 보시고 자주 들르냐고 여쭤보았답니다. 아주머니 왈 매일 오후 4시경이면 어김없이 와서 먹을 것을 얻어 먹고 간다고 하더군요. 보건선생님께서도 연세가 있으신지라 직접 붙잡기는 힘드셨던지 김밥천국 아주머니께 강아지 오면 꼭 붙잡아 달라고 부탁을 하시고 발걸음을 돌리셨다네요.
  이틀 후, 일요일 아침 7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보니 보건선생님께서 “지금 빨리 김밥천국으로 가봐요”라고 내용을 전하고는 뚝 끊어버리시네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눈꼽만 띠고 설레설레 김밥집으로 가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강아지 한 마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털을 빡빡밀은 흰색 말티즈..그놈 피부에는 진드기가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은 흉터가 산재해 있었고 한쪽다리는 땅에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부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그 상태가 전날 김밥천국 아주머니가 동물병원에 가서 거금 10만원을 들여 기생충과 간단한 치료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아~이놈을 어떡해야하나? 작업실(제가 조각을 전공해서 작품활동을 합니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도리, 짜루, 몽실(임시로 지어준 이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볼 일이 있어 잠시 시내를 들렀다 작업실로 돌아가니 머리숫자 하나가 모자랍니다. 몽실이가 담벼락 틈새로 탈출...하루종일 몽실이를 찾으러 동호회 동생들과 잔차를 타고 돌아다녔지만 본 사람은 있어도 몽실이는 없더군요. 아, 이거 괜시리 맡아서 키운다고 했다가 몽실이에게나 제게나 서로에게 못할 짓을 한 생각에 밤잠을 못이루고 베란다에서 담배만 작살냈습니다.
  수요일 아침에 작업실에 들러 이것저것 서류정리를 하고 있는데, 짜루와 도리가 갑자기 짖어대며 그러는 것입니다.
“주인님, 빨리 와보셔요. 저년 왔어요!!”
창문 밖을 내다보니 몽실이가 담아래서 이리 저리 눈치를 보고 있더군요. 후다닥 뛰어나가 얼른 잡아와보니 암만 여름이라지만 털을 깎아 놓은 상태에서 3일동안 노숙은 감기가 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유기견의 세월이 얼마만큼이었는 지는 모르지만 돌아다니던 습성을 버리지 못해 탈출을 감행했던 몽실이가 반갑기도 하고 걱정을 끼쳐 밉기도 했지만 아픈 놈을 무작정 혼낼 수가 없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왔습니다. 지금 일주일정도 같이 있는데 이제 감기와 다리도 제법 나았고 저를 보면 재롱도 잘 피웁니다.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왜 길거리를 헤메고 밥을 구걸하고 방치되어 살다가 죽어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애시당초 키우지를 말던지...
  강아지 때는 이뻐서 별 생각없이 키웠다지만 새끼도 뽑고 나이들고 하니 보기싫고 관리하기 힘들어서 등돌리면 어떡하란 말입니까?  몇일 전, SOS프로그램에서 유기견 돌보는 아주머니 방송분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유기견들- 사회문제로써 보통 골치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첫번째 사진이 몽실이 두번째 사진은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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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선생님이시군요.
    저야 강아지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좋은 일 하십시다.
    자칭 타칭 애견인들이 해야 할 일인데 말입니다.
  •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신 알통님,,,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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