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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속도?

靑竹2006.09.02 19:58조회 수 1091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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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짧은 코스로는 30km,
길게 돌면 40km의 출근길로
애마를 끌고 집을 나선다.

행복한 라이딩을 위한 속도로
20km/h내외로 상한선을 나름대로 정해 놓고
오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행복속도를 위반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을 하건만...

시선을 전방에 집중한 채
발생 가능한 모든 돌발상황을 그리며
온몸의 감각기관을 전시동원체제로
운용하는 격렬한 라이딩을 위한 투쟁심은
아마도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집을 나서서 처음 얼마간은
사뭇 여유로운 페달질로 평화를 갈구하면서
주위의 풍광을 눈에 담는다거나
조석으로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9월의 선선한 바람을 피부로 음미하고
나아가 좀 더 여유로울 경우
안장 위에서 사색까지 즐길 정도로
행복속도를 지키는데....

도발적인 시선(일방적인 생각^^)을
힐끗 던지며 휘익 지나가는 라이더나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문 탁 트인
잔차도로가 주는 매혹적인 유혹이나
혹시 날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를
꽉 막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랑천변 도로위의 운전자들을 향한 심술 등의
여러가지 요소들은 기어코 질주본능을
어김없이 이끌어내고 만다.

결국 집을 나선지  십 분여가 채 안 되어
행복속도 프로젝트는 종말을 고하고
기름기 빠진 부실한 무르팍에 힘을 주며
똥말에 채찍을 가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이따금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행복속도를
철저하게 지키며 늘 유유자적 달리는
지인 한 분을 따라잡게 되는데
의정부와 가까운 도봉동에서
강남의 삼성동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시는 분이다.

난 평소 이 분의 그 달관한 듯한
라이딩 자세가 너무나 부러웠는데
엊그제 또 노상에서 체포(엥?)를 하게 돼서
속도를 늦추고 나란히 달리면서 물었다.

"아니, 형님은 어쩌면 그렇게
항상 그림같이 달리슈? 난 안 되던데요?"

그런데 그분의 대답이 의외로 가관이었다.

"딴 사람들이 갈구고 지나가면
나라고 달리고 자픈 맴이 없것소..."

"네?"

"수도 없이 겪은 지난 날의 경험에 비추어도
잘 절제가 안 되니 바늘로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참아야 하느니라'를 수도 없이 외친다우 헐헐"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로군요"

"뭔들 쉬운 일이 있것소"

"........"



으흡~!! 낼부터 다시 행복속도로 돌입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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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그렇게 매일 자출을 하시니 300Km 싱글 라이딩이 가능하신가 봅니다.
    자출하시는 분들과 같이 라이딩을 해 보면
    지구력 면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지던데
    아마 '행복속도'를 지키지 못한 '부산물'이 아닌가고
    생각해 봅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 靑竹글쓴이
    2006.9.2 20:10 댓글추천 0비추천 0
    짧은 거리일지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타는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십시오 구름선비님^^
  • 하하하. 정말 재미 납니다. 재미 나면서 또 마음에 여백도 생깁니다.
  • 청죽님 마음잘 압니다. 제가 그러니까요... 북수원에서 안양넘어가는 업힐구간에서부터 저는 행복속도가 틀어집니다. 업힐후에 안양진입까지 다운힐 구간이 나오면 언제나 여지없이... ^ ^
  • 가슴 깊이 동감합니다
    누가 옆으로 휙~ 하고 지나가면 바로 발동되는 전투모드...하지만 언제나 멀리 앞서가는 당신...흑흑
  • 자출길엔 싸이클타듯 죽을힘다해 출근질-_-
    퇴근길엔 행복속도를 지키며 집으로 궈궈~
  • 이미..일전에 청죽님의 관광모드(?)에 익숙해진 본인으로서는..
    아무리 격렬한 투쟁심(??)을 키워도
    어차피..속도에서는 포기한 몸이오니..
    어언..저절로 소위 행복속도가 저절로 행하여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청죽님의 배려(??)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흑...왜 나는 속도가 안느는거얏!!)
    금일..흥복산..장흥임도를 가는 길에 청죽님을 뵙고자 했는데...쩝 안계신다고...
    암튼...간만에 의정부 잉간(??) 분들 뵈러 캡틴님...앞마당 지나가렵니다...
    그럼..다음에는 꼭!!!

    난..행복한 사람....노력이 없어도(??) 자연 행복속도 준수하는 사람...히히히
  • 靑竹글쓴이
    2006.9.3 13:48 댓글추천 0비추천 0
    바이크몬님 감사합니다.^^ 여백을 느끼며 산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요./ 스토커님은 다운힐 시점이 아닌 업힐 시점에서 투쟁심이 생기시는 걸 보니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저도 업힐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늘 파김치가 된답니다.^^/ 빨강소주님은 자출 노하우를 이미 소유하신 듯합니다.ㅋㅋㅋ 안전운전 하십시오.^^/ 크림슨님은 무장해제 상태로 전투모드에 들어가시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속도가 뭐 대순가요? 설렁설렁 달리면서 경치구경 세월구경이 제일이죠 뭐. / 民草님을 꼭 의심해서가 아니라 왜 의정부를 비웠다 하면 꼭 의정부에 들리시는 겁니까? 그리고 왜 속도가 안 나신다고 투덜이십니까?ㅋㅋㅋ 축석령고개에 가셔서 내려오실 때 브레이크를 잡지 마세요. 쌀 한 가마가 넘으시는 무게로 내리 쏘시면 비교적 만족할 만한(= 기절할 만한) 속도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 "창조적 언어를 구사하라"
    저의 누나 결혼식 때 주례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 속도'라는 단어야말로 진정한 창조적 언어라 생각됩니다.
    짧은 단어 속에 참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다가
    언제라도 되새김하여 혼잣말로 외칠 수 있는 아주 적당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안장 위에서 가끔씩이나마 이 단어가 생각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언어 가르쳐 주신 것 감사합니다.
  • 우웩?....대단하십니다..여행자님....
    전 저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하신 목사님 말씀 조차 기억의 흔적도 없는데...
    누님 결혼식의 주례사까정?....

    그만큼...그 말씀이 인상이 깊었었다는 증거겠지요....
    '창조적 언어'....그에 관한한 저 역시 청죽님의 글에 대하여 늘 즐거움을 느끼며
    읽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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