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펌] 면접 실화랍니다

jericho2006.09.17 10:05조회 수 1619댓글 8

    • 글자 크기


1. 들어오자마자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음료수를 꺼내 면접관들에게 하나씩 돌리면서 "힘들죠?”라고 하는 면접생.


2. 가벼운 어조로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특기가 뭐냐”고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해가며 에미넴의 랩을 5분 동안 열라 침튀기며 똑같이 한다. 뭔 소린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Motherfucking"이란 단어는 선명히 들렸다.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말리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분위기는 한 순간에 싸늘해졌다.


3. 그룹 면접에서 옆 사람과 짝을 지어 토론을 시켰다. 처음엔 둘 다 조리있게 잘 얘기하더니만, 갑자기 한 놈이 “너무 잘난 체하시는 거 아닙니까”라면서 감정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눈을 부라리던 두 사람은 결국 멱살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나가서 싸우라고 했다. 나가서도 싸움이 끊이지 않아서 결국 경비원들 불러 건물 밖으로 쫓아내야 했다.


4. 여자 면접생. 한참 질문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다. 재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태연히 꺼내든 그 여자 면접생은 통화 내용이 충분히 전달될 정도의 큰 목소리로 닭살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기구나? 응, 지금 면접중이라서 통화 오래 못하거든? 나 면접 잘보라고 해줄 거지?”


5. 농담삼아 “여자친구는 없나?”라고 물었더니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있었는데…” 라고 얘기를 시작한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일부터 싸웠던 이야기와 그녀가 양다리 걸쳤던 세세한 디테일까지 한참 동안 절절한 목소리로 털어놓는다. 퍼질러 앉아 소주 한잔 걸칠 것 같은 표정으로.


6. 출근을 하게 된다면 언제부터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이번 달에는 스키장 가야 하고 다음 달 초까지는 친구 별장에 놀러가 있기로 해서 곤란하니까 다음 달 중순 이후로 스케줄을 맞춰보겠다”고 대답하는 면접생.


7. 여름이었는데, 정장 바지에 흰 양말에 스포츠 샌들 신고 온 면접생.


8. 중간중간 커다란 하트 무늬가 뻥뻥 뚫린, 귤 담는 주머니 같은 그물 스타킹을 신고온 여학생.


9. 좀 경력이 있는 웹 프로그래머가 이력서를 냈다. 면접에 부를까 말까 하고 있는데 회사로 전화를 걸더니만 “면접은 언제 가면 됩니까? 저 작업량이 많아서 바쁘거든요? 빨리 일정 잡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닦달하는 것이었다.


10.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 동기를 물어보았더니 언제 어떻게 그 많은 자료를 다 조사한 것인지 회사의 창립부터 대표이사의 경영관, 사훈과 사원들의 모토, 사업계획, 사업실적, 앞으로의 전망과 비전 등 자신의 꿈과 회사의 이상이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 매우 감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설을 펼친 면접생. 정말 면접관들을 눈물나게 하기 충분했다. 달달 외운 그 연설문이 우리 회사가 아니라 최고 경쟁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만 빼면. 실수로 잘못 외운 것이었겠지. 그 면접생 그날 과음했을 것 같다.



11. “우리 회사에 지원한 걸 보니 원래 컨설팅에 관심이 많았나 보죠?”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한 후) “…아뇨, 관심 없습니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못하겠습니다.” (한숨)


12. 영어로 자기 소개를 시켰더니 첫 문장에서 막히고 나서 얼굴이 빨개진 채 한참 더듬거리더니, “저 오늘이 200번째 면접인데 너무 속이 상합니다”라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 어떤 면접생이 있었지.


13. 나갈 때 허리를 굽히며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고 말하는 면접생.


14. 뻔히 가발인 거 티나는 가발을 쓰고 온 면접생이 있었는데… 사이즈가 좀 작아보였다.


15. 우리 회사는 압박면접으로 유명하다. 면접관들의 황당한 질문에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을 잘 마치고 나간, 얌전하게 생긴 여자 면접생. 면접관들은 한결같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간 직후 복도에서 다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씨바 !” 라고 외치지만 않았다면 아마 합격도 가능했을 것이다.


    • 글자 크기
산산 (by kdsnj5222) 할 말이 없네요... (by noaccident)

댓글 달기

댓글 8
  • 재미나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면접저도 내일 보러가는데 벌써부터 긴장되네요. 잘되야 할텐데
  • 15번 압권~~~~~~~~~~~~
  • 면접... 남 얘기가 아닌 ㅡ_ㅡ...
    10번이 좀 안타깝네요 ㅋ..
  • 요번에 저 면접 볼때..

    면접관 : 영어는 얼마나 하시죠?
    레쥐 : 영어는 거의 못합니다만 필요하다면 최단 시간내에 회사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겠습니다.
    면점과 : 아.. 네.. 속찍하시군요 알았습니다.

    다행이도 면접은 합격을 했고.. 다음주... 실기 시험이 있었다. 물론 문제는 그 면접관이 출제..
    시험지를 받아보고.. 나도 모르게 나온 한마디..

    '시바'

    필기 시험 문제를 영어로 출제 했다. ㅡ,.ㅡ;;
  • jericho글쓴이
    2006.9.18 02:26 댓글추천 0비추천 0
    음.. 이제 남 얘기가 아니네요 ㅠㅠ
  • 맥심 잡지에 실렸었던 글이네요 ...ㅎㅎㅎ
  • 10번은 무조건 합격이네요. 경쟁사 분석을 철저히 했다면...기획실로~
  • ㅎㅎ 재성이님~ 화이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743 어느글 찿아요 산아지랑이 2006.09.16 598
18742 어이없는..71 kohosis 2006.09.16 8241
18741 잠자는 개를 건들다.....6 야전공병 2006.09.16 2203
18740 게시판을 개판으로 만들면 안 되는데....3 푸카키 2006.09.16 884
18739 환불,교환 하는 물건은 오지도 않네요...1 gmjr 2006.09.16 668
18738 유 실 물1 날초~ 2006.09.16 727
18737 아,,,1 광팔이 2006.09.16 605
18736 최용수, 박용수 선수 KO승~!4 soulgunner 2006.09.17 1065
18735 회원정도 수정하면 미가입 회원이라 나옵니다 관리자님,,, cacacas 2006.09.17 328
18734 잔차를 다시 생각중...1 illust71 2006.09.17 816
18733 MTB용 고글에 관하여...6 naim1 2006.09.17 1606
18732 하루에 3잔소주 !14 gracest 2006.09.17 1458
18731 산산3 kdsnj5222 2006.09.17 909
[펌] 면접 실화랍니다8 jericho 2006.09.17 1619
18729 할 말이 없네요...1 noaccident 2006.09.17 900
18728 건망증을 이깁시다.^^15 靑竹 2006.09.17 934
18727 서울시, 2010년까지 자전거도로 385km 연장14 edenland 2006.09.17 1134
18726 꽁익이 입니다~3 박공익 2006.09.17 688
18725 왜 사용자권한이 없다고 나오나여?2 스피드 2006.09.17 417
18724 그,,,, 지하철에 자전거전용칸 만들어준다는거 어떻게된건가요??12 wnstj20000 2006.09.17 1378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