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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째서 늦은 나이에 다시 자전거를 탔는지 생각하며

noaccident2006.10.01 10:56조회 수 1886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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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쳤습니다.
지금 7살인데, 제가 제 생각만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장 걱정스런 점은 아이가 절대로 혼자 있지를 못하는 겁니다. 공원에 놀러가도
뭐가 그리도 불안한지 항상 뒤돌아 보며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러니 제가 답답한 건 사람이 뭘 하더라도 온전히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인지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게 주변에 사물이 눈에
들어올 때 까지 주변을 살피고 움직이라고 했는데도 엄마나 제가 문 밖에라도 잠시 나갈라
치면 쫓아나와 신발을 신습니다. 그럴 때면 꼭 방의 물건에 부딪치거나 긁히거나 합니다.
마음이 다급해져서 인지 신발끈을 제대로 묶지 못하고 사람을 아얘 집 문 앞에 잡아둡니다.
부모가 자기를 두고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왜 잠시도 떨어져 있지 못할까?? 어릴 때 젖 갓 떼고 엄마와 자주 떨어져 있었던 경험때문일까? 생각하며 한편 아이에게 화도 나고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언제가 엄마가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못 타 윗층에 사는 친구를 못 만난다고 말하더군요. 기가 막히고 답답하더군요. 예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안에서 오줌을 샀었고 나한데 혼이 많이 났었는데,  애가 엘리베이터만 타면 오줌을 살까 타지 못한다고 애 엄마는 내가 아이를 너무 윽박지르는 바람에 오히려 아이에게 강박증이 생겼다고 날 원망하더군요.
애 엄마와 나는 심각하게 분리공포증을 의심하고 좀 더 지켜보다가 안되면 병원에 데리고 가보자고 했습니다. 병원이라... 사실 부모가 선택하는 거지만 결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제가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자전거의 잇점이 아이에게 전달된다면 아이가 많이 정신적으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이 길어져 자전거의 잇점을 말하는 건 생략하고, 하여튼 어렵게 자전거를 가르쳤습니다. 5~6번의 시도 1회 30분 이상의 가르침만에 아이는 처음으로 자전거와 자신의 관계를 체험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 1회때 아이는 넘어지는 자전거위에서도 뒤돌아보더군요. 넘어지면서도 뒤돌아 보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고 화도나서 너 그래서 도대체 뭐가 되겠냐는 식의 막말과 꿀밤까지 먹였습니다. 그러고나서 또 측은한 마음에 아이를 안아주었는데 아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꼭 기대었습니다. 아마도 눈물을 글썽였을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아빠한테서 혼이 많이 났다는 걸 알더군요. 기분이 좋았으면 아이는 집에 들어오면서 엄마하며 큰소리로 불렀을거라 하더군요. 우리의 자전거타기 전쟁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전략은 첫 번째 두 회까지는 가르치고 윽박질렀지만 3회때 부터 바뀌었습니다. 대충 처음은 뒤에서 봐 주었는데 3회때 부터는 앞에서 아이에게 내게로 오라고 했습니다. 이 전략으로 아이가 뒤를 돌아보지 않게 되었고 처음에 10m 조금씩 조금씩 마침내 5회때는 나는 앞에서 뛰고 딸아이는 뒤에서 쫓아오는 식으로 운동장을 반바퀴씩 몇 번을 돌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갔을 때 아이는 엄마하고 엄마를 기분좋게 불렀고 그건 승리했다는 신호였습니다. 얼마 후  엄마에게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신감때문이었을까? 저는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엘리베이터를 탔냐고.. 아이의 대답은 그냥 타게 되었다는 겁니다. 내가 생각했던 자전거의 장점이 온전히 전달됬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너무 잘 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늘 조심하라고 당부합니다. 저녁에 자고있는 딸아이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져봅니다. 예전보다 훨씬 튼실해진 몸을 보며 내가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생각한 자전거의 장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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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감동적입니다. 아이 잘 키우십시오.

    저도 꽤나 우매한 인간이라 제 딸애에게 간혹 지나치게 엄하게 대해 상처를 주면서도 나중에 자상하게 사랑을 베풀면 그 상처들이 아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제 스스로의 경험들을 기억하지 못한 미련스러운 생각이었단 걸 깨달았지요. 아이들에게 한 번 각인된 상처는 상처대로 남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꾸중을 들을 때나 나중에 가서라도 그 상황을 충분히 납득할 수만 있다면 큰 걱정거리는 안 되겠지요.

  • 제가 생각하는 자전거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여간해서 움직이길 싫어하는 소심한 저의 경우를 보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차로 이동할 때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산다는 거죠.

    이 조그만 운송수단 하나면
    스스로의 힘으로 페달을 밟아서 대단히 효율적인 역학작용을 이용하여
    제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사각형의 철제 상자에 앉아서 운전하는 것보다
    대자연을 직접 몸으로 대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건 부수입이죠.^^

    아마 따님도 그런 점을 자신도 모르게 깨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즐겁고 건강하시길..
  • noaccident글쓴이
    2006.10.1 12:15 댓글추천 0비추천 0
    靑竹님 댓글 감사드리고요. 글 솜씨가 미천해서 괜히 글 썼나 했거든요. 전 자전거를 타면 잡념이 없어지더군요. 자전거는 두바퀴와 핸들이 있고 페달이 있는데, 전 딸아이에게 넘어지고 안 넘어지고는 오로지 너에게 달렸다. 너의 의지로 핸들을 돌리고, 너의 힘으로 페달을 밟고, 너의 눈으로 세상의 장애를 넘어라. 지금은 비록 네가 아빠나 엄마에게 의지하고 엄마나 아빠의 눈으로 세상을 볼려고 하지만 만약 네가 자전거를 통해서 자신의 힘을 깨달으면 그리고 자전거가 탄 상태에서는 누구도 아닌 너 자신만이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독립된 개체임을 인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 남에게 알리기 쉬운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글 너무 잘 봤습니다. 사실 제 10살짜리 아들 녀석도 아주 작은 트러블을 겪고 있지만요...저도 포기하지 않고 온 가족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진 따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님의 잔잔한 미소를 떠 올려 봅니다.
  • 자식 키우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점 하나가
    부모되는 교육이 필요하단 것 이었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부모노릇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고
    나중에 후회하는...
    그래서 가슴아픈....

    시청이나 문화원에서 상시 교육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될듯합니다.
  • 아직 저도 아버지는 아니지만 언젠가 아버지가 될텐데 귀감이 되는 내용이였습니다.

    힘내세요~
  • 제 아들놈이 12살인데 가끔 제가 물어봅니다.
    혹 아빠한테 아주많이 서운한적이 있었냐? 하며 솔직한 심정으로 내심 예전에
    잘못에 대한 벌로취했던 행동들을 걱정하면서 말이죠.....
    아들 : 음........응 있어요! 줄줄줄.......
    흠...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5살때 일을 기억을 하는겁니다.
    같이 먹던 과자를 하나 건네주면서 음... 그럼 또있어?
    제가 난감해 하는 표정을 읽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더군요
    에이 다 제가 잘못해서 그런건데요 뭐..... 하면서 웃어 넘기더군요 ㅡㅡ;
    또 있다라는 뜻이......
    그래서 제 딸아이에게는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아이한테는 정말로 오래 가는것 같습니다 청죽님 말씀따나 벌칙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저는 꼭 설명을 하는 편이라서 그 나마 다행? 이었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제가 취했던 행동들이 아무리 아이를 위한 조치일지라도 상처가 크게 남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급적이면 따님에게는 언어폭력조차 행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저도 마찬가지 이겠구요...

    따님에게 많은 사랑과 더불어 용기를 주시기를 바래봅니다.
    자전거가 계기가 되었는지 아니면 아빠와함께 자전거를 타게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용기있는 아이로 잘자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 소견으로는 자전거의 장점은 즐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것 같습니다만
    따님에게서의 자전거 장점은 모르긴 해도 아빠와 무엇을 해냈다라는 기쁨에서
    오는게 아닐까요~~~

  • 이곳에는 좋은 아버지들이 많이 계시군요.
    가슴으로 뭉클하게 전해지는 것이 많습니다.
    아들 두녀석... 큰 아들은 9살 둘째는 이제 20개월인데...
    두 녀석에게 다 좋은 아버지로 남고 싶은데 너무 어렵습니다.
    저에게 우리 아버지는 참 좋은 분이셨는데 말이죠...
    가만히 불러보게 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 부모의 입장이 되니 아이의 미숙한 모습이 참으로 답답하기도 하고 맘이 안쓰럽고 하더군요.
    자책감도 많이 들고요.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 좋은 아버님이세요. 홍은택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인가 책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진이 미대륙 횡단하던 부녀를 찍은 사진이었답니다. 그렇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기원해봅니다.
  • 혼자 할수있는일에 대해서 늦게남아 깨달음 인가봅니다.
    아빠가 자기를 믿고있다는 마음을 가졌나 봅니다..
    어른 눈에 애들은 실수 투성이죠! 하지만 실수를 많이 해 봐야 자신감도 생긴다고 합니다..
    실수할때마다 이해해 주시고 칭찬도 곁들이면 아이들의 얼굴엔 엄마 아빠의 사랑만이 담겨있죠.
    저도 애들을 셋 키우지만 주말만 되면 미안해 집니다..
    님의 글 보면서 다시한번 칭찬하고 격려만 해주는 부모가 되야겠다, 마음으로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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