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파라~"
"왜혈?"
"뫄냐?"
"야자해... 압화 어디얄?"
"회사당"
궁시렁꽁시랑어쩌구저쩌구미주알고주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따금 고2짜리 딸아이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
크나큰 낙이 아닐 수 없다.^^
귀여운 딸애의 별명이 왜 하필이면
우락부락한 이미지를 잔뜩 풍기는 곰팔이인가.
딸애의 별명인 곰팔이의 유래는 이렇다.
아기때부터 어찌나 부지런히 기어다니는지
잠을 자다 보면 이눔이 무신 유격대마냥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곰실곰실 기어다니다
잠자는 우리 부부의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이
사정 없이 포복으로 기어서 넘어다니는 바람에
잠든 귓전을 서성이는 모기 때문에 잠을 깨듯
자다가 부시시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였기로
어른들께서 부지런한 벌레가 기어다니는 모습을
'곰실곰실' 잘도 기어다닌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나
내가 지어 준 별명이 처음엔 '곰실이'었다.
그러다가 녀석의 하나뿐인 오라비인 아들놈의
별명이 '됭구'에서 '뙹팔'로 진화되는 바람에
녀석의 별명도 오라비의 '팔' 자 항렬을
따르는 게 원칙 같아서 부득불 '곰팔이'로 개명을 하였는 바,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저항이 대단했으나
요즘은 "곰팔아아~~~" 하고 부르면
0.0001초도 안 돼서 "왜~!!!" 하고 앙칼지게(^^)
응답을 한다.
한글의 올바른 사용에 누구 못지 않게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어찌 보면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언어란 것을 딸애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만 유일하게 사용한다.
그렇다고 딸아이가 국어 과목을 등한시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아직 어리지만 평상시엔
내가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어휘를 구사하는 녀석이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꺼낸 건 다른 게 아니다.
지금은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는 믿음이
강해서 지름신께옵서 물러가신 상태지만
한 때 티타늄 자전거에 심취해서 집에만 오면
자전거 사진을 클릭해서 취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아비의 모습을 본 아들놈 왈,
"아빠~ 그거 얼마야?"
"응? 아..이거? 몇 푼 안 해. 천 만 원이다"
"헉..천 만 원? 와~ 비싸다."
"그런데 왜 묻냐?"
"매일 보는 거 보니까 아빠가 되게 갖고 싶은 거 같아서"
"있으면야 좋지..뭐"
"아빠 걱정마. 내가 취직하면 제일 먼저
첫 달에 카드로 긁어서(ㅡ,.ㅡ) 그 자전거 사 줄께.."
"정말이냐?"
"헐..아들을 믿어요 믿어.."
놈이 취직 6개월 후,
"뙹팔아"
"네~"
"애비 자전거 어떻게 된 거냐?"
"아부지"
"옹? 왜?"
"그게 말유..사회란 것이 참..거시기..생각대로..참....그참.."
"이눔이.. 아 그러니까 부도를 낸다는 거냐?"
"어따~ 너무 신경쓰시면서 밥 드시다 체하시것소..얼렁 물 드세요 아부지~"
결국 부도가 났다.
옥신각신하는 부자간의 설전을 곁에서 보던 딸뇬이
"아빠가 오빠를 믿었다는 것이 참 신기혀요~ㅋㅋㅋ"
"왜..곰팔이가 사 줄 테냐?"
"당근이지.."
"엉? 어떤 걸로?"
"아빠..난 돈 엄청 많이 벌 거거덩?
아빠가 진열대를 꾸며야 할 만큼 사 주고 말겠어"
아들놈에게 부도를 맞았지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주절주절...=3=33=333=3333=333333333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