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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자랑

靑竹2006.10.12 20:37조회 수 1591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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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파라~"
"왜혈?"
"뫄냐?"
"야자해... 압화 어디얄?"
"회사당"

궁시렁꽁시랑어쩌구저쩌구미주알고주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따금 고2짜리 딸아이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는 일은 나에게 있어서
크나큰 낙이 아닐 수 없다.^^


귀여운 딸애의 별명이 왜 하필이면
우락부락한 이미지를 잔뜩 풍기는 곰팔이인가.
딸애의 별명인 곰팔이의 유래는 이렇다.

아기때부터 어찌나 부지런히 기어다니는지
잠을 자다 보면 이눔이 무신 유격대마냥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곰실곰실 기어다니다
잠자는 우리 부부의 머리 가슴 배 할 것 없이
사정 없이 포복으로 기어서 넘어다니는 바람에
잠든 귓전을 서성이는 모기 때문에 잠을 깨듯
자다가 부시시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였기로
어른들께서 부지런한 벌레가 기어다니는 모습을
'곰실곰실' 잘도 기어다닌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나
내가 지어 준 별명이 처음엔 '곰실이'었다.

그러다가 녀석의 하나뿐인 오라비인 아들놈의
별명이 '됭구'에서 '뙹팔'로 진화되는 바람에
녀석의 별명도 오라비의  '팔' 자 항렬을
따르는 게 원칙 같아서 부득불 '곰팔이'로 개명을 하였는 바,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저항이 대단했으나
요즘은 "곰팔아아~~~" 하고 부르면
0.0001초도 안 돼서 "왜~!!!" 하고 앙칼지게(^^)
응답을 한다.

한글의 올바른 사용에 누구 못지 않게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어찌 보면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언어란 것을 딸애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만 유일하게 사용한다.
그렇다고 딸아이가 국어 과목을 등한시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아직 어리지만 평상시엔
내가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어휘를 구사하는 녀석이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꺼낸 건 다른 게 아니다.

지금은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는 믿음이
강해서 지름신께옵서 물러가신 상태지만
한 때 티타늄 자전거에 심취해서 집에만 오면
자전거 사진을 클릭해서 취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아비의 모습을 본 아들놈 왈,

"아빠~ 그거 얼마야?"
"응? 아..이거? 몇 푼 안 해. 천 만 원이다"
"헉..천 만 원? 와~ 비싸다."
"그런데 왜 묻냐?"
"매일 보는 거 보니까 아빠가 되게 갖고 싶은 거 같아서"
"있으면야 좋지..뭐"
"아빠 걱정마. 내가 취직하면 제일 먼저
첫 달에 카드로 긁어서(ㅡ,.ㅡ) 그 자전거 사 줄께.."
"정말이냐?"
"헐..아들을 믿어요 믿어.."

놈이 취직 6개월 후,

"뙹팔아"
"네~"
"애비 자전거 어떻게 된 거냐?"
"아부지"
"옹? 왜?"
"그게 말유..사회란 것이 참..거시기..생각대로..참....그참.."
"이눔이.. 아 그러니까 부도를 낸다는 거냐?"
"어따~ 너무 신경쓰시면서 밥 드시다 체하시것소..얼렁 물 드세요 아부지~"

결국 부도가 났다.

옥신각신하는 부자간의 설전을 곁에서 보던 딸뇬이

"아빠가 오빠를 믿었다는 것이 참 신기혀요~ㅋㅋㅋ"
"왜..곰팔이가 사 줄 테냐?"
"당근이지.."
"엉? 어떤 걸로?"
"아빠..난 돈 엄청 많이 벌 거거덩?
아빠가  진열대를 꾸며야 할 만큼 사 주고 말겠어"

아들놈에게 부도를 맞았지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주절주절...=3=33=333=33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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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ㅎㅎㅎ 부럽네요...
    이상적인 가족이군요.
  • 청죽님 인터넷 용어를 빌자면...이렇습니다...

    "부럽군화~"
  • 부럽습니다^^.............저도 아버지 어머니께 더 잘해드려야 할텐데...
  • 청죽님의 글에서도 향토적인 색채가 느껴 지는데
    가족분들 모두가 정겹고 살갑게 사아 가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청죽님의 다음 애마는 트렉 8500에서 티탄으로 가시겠군요....
    아니면 샾을 하 나 차리시려나....^^
    늘...행복하신 가정이시길 바랍니다요....^^
  • 아들 하나 밖에 없는 저한테는 지대로 염장입니다 그려
    딸 이나 하나 주워올까?
    이젠 늙어서 잘 만들어 지지도 않으니 ㅋㅋㅋ
  • 靑竹글쓴이
    2006.10.12 21:21 댓글추천 0비추천 0
    흐흐..fmbae님..죄송합니다.^^
    이름하여 '팔불출 염장권'이옵니다.
  • 울 딸랑구 둘째넘이 어릴때 하도 먹어서 살이 디룩디룩 올라서...걱정되어 지어준 별명이 보리뚱순이였는데... 그냥 평상시엔 뽈뚱이... 그런 결과인지 지금은 예쁘게 키만 쑥쑥 잘 큰답니다.
    제가 보기엔 작지만 제 반을 훌쩍 넘깁니다. 귀여운 아이들... 큰 아이는 벌써 제 배꼽만치 왔죠...
    큰넘은 태어날 때 다리만 보이더라는... 간호사 왈~! 뭔 다리가 이래 긴 아이는 첨 본다고...
    "언니야 이아 봐라~~! 다리가 이 뭐꼬???" 나도 나중에 딸자랑 해야지... 배아퐁~!
  • 이젠 짜수님까지?

    사실 저도 딸이 있긴한데...
    그게 조카놈을
    갖 나아서 6살 까지 데려다 키웠었죠.(쌍동이라)
    이제 12살이니 우리집에 있었던 기간 반
    지 집에서 자란 기간 반 인데,
    아직도 절 아부지라 부르며 제가 젤 좋다나...(우리집에 올때만 ㅋㅋㅋ)
    어쨌건 세상에서 젤 이쁜 딸 이랍니다.

    도로 찾아올까?
  • ㅋㅋ 근데요 지금 댓글 다신분들 노총각들 가슴에 푸지프레임 절단나는듯한 아픔을 주신건 아세요 ㅠㅠ
  • 에고....자식자랑....유구무언....(흑흑...청죽님...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나에겐...염장질???)

    차라리...나도 둘째는 딸로 낳을 걸....(그게 맘대로 되면...돈..억수로 벌겠당~~)
  • 참 글이 맛깔스럽습니다. 저도 빨랑 장가가서 부도 않내는 자식을 낳고싶습니다~ㅎㅎ
  • 그녀석 기특하네요.

    우리 아들은
    '아빠가 몇 살인데 그러고 다녀?'
    '아빠 고삼 아빠 맞아?'

    이러는데....
  • 자녀와의 어루러져 사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행복하세요. 쭈욱~~~~
  • 그라믄 저도 막간을 이용해 제 여식 자랑 좀 할까요???ㅋㅋ 제 여식도 시방 고인데, 분당에서 살다 보니 헥교 선상인 제 봉급 가지고 여식 사교육비는 커녕 용돈도 제대로 못 줄 판이니...기특하게도 울 딸아이는 애비를 측은히 여겨서 그러는지 사교육비를 안씁니다. 단 한푼도요. 요즘엔 마지 못해 중간고사 기간이라고 사설 독서실만 다니고요...저와 아내에겐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성적이야 지가 할 나름이고...암튼 정말 요즘 보기 드문 계집애입니다. 해서 나중에 딸아이 잔차나 괜찮은 놈으로 사주려고요... 그 때까지 제 8500은 잘 굴러 다닐려나????ㅎㅎㅎㅎ
  • 노총각들이 이런 글을 읽고 얼마나 가슴이 욱죄어 오냐면,
    먼저 거의 희박한 확률의 여친 만들기에 성공해야죠.
    설사 여친이 있다한들 결혼으로 골인할 확률도 역시 만만치 않고.
    설령 결혼까지 밀어부쳤다해도 예물로 이쁜 딸네미가 딸려오는 것도 아니니,
    요즘 같이 한 두명 낳는 시대에 딸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OTL

    덧글 - 그러니 노총각들에게 먼저 저지르고 보자는 맘을 품게 만드는 이런 글은 옳지 않습니다.
  • 하 역시.. 총각들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네요...부럽습니다.
  • 저희 아자여에 청죽님인지 그냥 같은 닉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문자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부럽습니다.

    결혼은 생각이 없는데 딸래미는 갖고싶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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