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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화 이야기 ++

Objet2006.10.24 13:55조회 수 968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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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프로스펙스 운동화가 처음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그 동안에 나왔던 운동화들이 오래 신지 못하고 접착부분 등이 빨리 떨어지고
천이 헤어지는 문제가 많이 있었지요. 그렇다고 수입품을 신자니 비싸기도 하고
발사이즈에 맞는 것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프로스펙스 운동화 시제품 나온 것을 얻어 신게 되었는데 너무
좋았었습니다. 그 운동화를 신어 본 소감을 써서 기일 내에 보내주어야 했기에
처음에만 몇 번 신고 모셔두었습니다.
어느 초여름 날 직장 동료들이 대청댐으로 낚시를 간다고 그 곳 풍경이 좋으니
사진도 찍을 겸 같이 가자고 해서 저는 카메라가방을 메고 따라 나섰습니다.
물론 그 아끼던 운동화를 신고 말입니다. 제가 낚시를 해 본 것은 국민(초등)학교
5학년 시절 인천 주안염전 유수지에서 나 자신을 낚았던 기분 나쁜 기억밖에
없습니다. 낚싯대는 못쓰게 된 비닐우산에서 뺀 대나무를 사용했는데 반나절
동안 한 마리도 못 잡다가 갑자기 낚시 바늘이 제 귀를 뚫었었지요.
대청댐 근처 민박집에 도착한 것이 그 날 땅거미가 질 무렵 이였습니다.
물가에 나가 보니 잔잔한 호수에 드리운 저녁노을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혹시라도 운동화가 젖을까 신경을 써가며 내일 촬영 할 무엇이 있을까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민박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민박집은 울타리도 없어서 방문만 열면 바로 호수가 보였습니다.
댓돌 위 여러 신발들 사이에 운동화를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가서
저녁 식사를 한 후 모두들 밤새 고스톱에 몰입하였지요.
저는 한 쪽에서 카메라만 만지다가 졸기 시작했습니다.
문밖에서 가끔 동네 아이들 소리가 났어도 피곤한 관계로 문을 열어 보기가
귀찮아 그냥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집을 떠나면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잘 알지만 눈이라도 감고 있으면 다음 날 덜 힘이 들므로 미동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요. 새벽녘에 깜빡 잠이 든 사이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댓돌 위로 눈이 내려 운동화를 하얗게 덮고 있었습니다. 장화를 비롯한 다른
신발들은 그대로인데 제 운동화에만 눈이 쌓여 안보이게 되었습니다.
그 때 놀라서 깨어났지요. 모두들 코를 골고 자고 있는 사이를 지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문득, 아차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슬리퍼를 끌면서 집 주위를 돌았습니다.
그러나 운동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인집 할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혹시 제 운동화 못 보셨냐고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 할머니는 “쯧쯧, 엇저녁에 방에 갖고 들어가야 했는데..”
하고 혀를 찼지요. 그날 오후에 허벅지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올라 와서
시내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카메라가방을 메고 긴 장화를
신은 것이 우스웠던지 버스 안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었습니다.
그 때 웃었던 분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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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ㅋㅋㅋㅋㅋ 그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어떻게 그러고 버스를 타실 수 있으세요? 슬리퍼라도 한개사서 끌고 오시지..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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