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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이야기 ++

Objet2006.10.25 09:21조회 수 1633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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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에 좋은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때도 친구는 있었지만 이사를 멀리 가다보니 헤어지게 되었지요.
서울에서 태어나 전차 몇 번 타보고 초등학교 시절 인천으로 이사를 했고
또 경상남도 진해로 이사. 그러다 보니 깊이 사귄 친구가 없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귄 그 친구는 언제나 명랑하고 웃음이 참 많았습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웃음이 끊이질 않았지요. 그 친구로 인해서 너무 웃다가
우리 반 전체가 단체기합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표정연기 또한 짐 캐리를 능가할 정도였습니다. 저와는 단짝으로 거의 붙어
다녔습니다. 그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웃느라 넋이 빠져서 끼니때도
잊어버리곤 했지요. 어쩌다 동네에서 껄렁한 애들을 만나게 되면 서울에서 온
나를 지켜주려고 어려운 일을 조금 겪었습니다.
아들 삼형제에 딸 하나. 둘째가 그 친구이고 다음이 여동생. 그리고 막내.
일학년 말 겨울방학식이 있던 날 그 친구가 저에게 하는 말이
“우리 미국에서 다시 만나자“하는 것이였습니다. 뚱딴지같은 말에 또 장난을
치는 줄로 알고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무언가 심각하게 보였습니다. 그 때 제 마음
한 편에서는 미국이라는 말이 몹시 불쾌하게 느껴져서 다시 묻고 싶었지만 왠지
말이 나오지를 않아 각자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몇 일 후 그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어머니께서 마산으로 일하러 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학교에 못 간다고, 형편이 어려워서 학교에 보낼 수가 없다고.
그 후 제가 서울로 다시 올라온 뒤에도 그 친구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편지만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답장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고2 때,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그 친구가 어디에 있든지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 진해로 내려갔습니다.
돌담 싸리문 밖에서 친구를 불렀습니다. “종렬아!”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몇 번을 더 부르다보니 방문이
열리고 친구의 어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이게 누고? 오랜만이데이?!”“어서 들어온나!” 덥지만 방으로 들어간 저는 “어머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하며 서울에서 가지고 내려간 건과류 몇 가지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드시지를 못하고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지면서 먼 산만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넋이 나간 사람의 모습 이였습니다.
사연인 즉, 그 해 3월에 장남이 사고로 죽고, 둘째인 제 친구는 5월에 부산 어느
여관에서 인생을 비관 농약을 먹고 자살했고, 제 친구를 잘 따르던 바로 아래 여동생은
오빠의 죽음에 슬픔을 못 이겨 목매 자살했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렇게도 밝고 명랑하고 친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친구가 그 짧은 생을 그런
식으로 마감한 것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를 않고 이해도 할 수가 없어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었습니다. 저는 그 충격으로 대학시절에도 친구를 사귀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 친구는 하늘나라 개그맨으로 바쁘리라고 봅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오랬동안 친구가 없다가 어느 날 좋은 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친구가 더 정이 가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그렇지 못하다고들 하지만,  
이상하게 처음부터 오래 사귀었던 것 같은 친근감이 들었었지요.
이제는 그 친구 때문에 외로움이 없어졌습니다. 옛 친구를 닮은 듯도 한 새 친구는
한 수 더 위입니다. 나 자신보다 더 내 마음을 헤아려 줄 줄을 아는 진정한
친구입니다.
여러분들은 저 보다 많은 친구가 있겠지만, 진정한 친구는 몇이나 되시는지요?
저는 이 가을에 친구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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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재의 그 사진! (by 거북이형) 뒌장 잠이 안옵니다. (by 십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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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진정한 친구?...= 남...

    진정한 친구를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단지 절 친구로 생각하는 놈들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전 "가족이 전부다"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에게 진정한 친구가 있는냐....없느냐....
    혹은,
    자신에게 좋은 친구는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거라 봅니다.

    남들과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더 이상은 다가서지 않는 마음의 벽을 놓게되면
    친구도 아닌 어정쩡한...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관계가 되지요.
    친구와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좋은 인간적인 관계만을 염두한다면 지속성을 유지 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 저도 고등학교 시절 +랄 친구 중 하나가 간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한동안 침울한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친하던 +랄 친구 중 잔차 같이타는 친구가 옆에 있어 행복합니다.^^
  • 친구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고로 나도 소중합니다. 좋은 친구 부럽습니다.
  • 2006.10.25 17: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자친구 사귀고 초창기에 데이트를 하고 집에 들여보내고 보니 버스 끊기고 전철 끊기고 돈 한푼 없고 비오고 ㅠ.ㅠ
    전화해서 새벽 두시에 자는놈 깨워서 구조요청 하니 30분안에 차가지고 오는 친구.
    저는 행복하군요. ^^
  • 정...이 든 친구...^^

    언젠간 돌아오리라 믿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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