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을 입지 않습니다. ㅡ,.ㅡ
결혼 후에 전 내의를 한 번도 입지 않았습니다.
추위를 전혀 타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해십니다.
내복을 입지 않게 된 연유를 설명하자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가슴이 아프긴....지금도 웃음이 나오누만..)
제가 결혼하던 1985년 1월 11일 11시.
그 날은 정말 엄청 추운 날씨였습니다.
영하 십 도 이하로 떨어져 매우 추웠지요.
300여 명이 넘는 하객들 앞에서
발발발 개떨듯 떠는 꼬라지를 보이기 싫어
과감하게 검은 양복 속에 내복을 입고 나갔습니다..ㅡ,.ㅡ
겉만 멀쑥하면 됐지 설마 누가 벗기랴 했죠 뭐..
그런데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고 룰루랄라 갔는데
마누라가 눈치채기 전에 내복을 벗는다는 것이
젊은 날 일찌기 도입해서 성실하게 앓던 치매 때문에
그만 깜빡 잊고 있었더랬습니다..으흑흑..
호텔로 들어갔는데
떠꺼머리 총각과 시골(정읍) 처녀는
서로 긴장하는 기운이 역력한 터라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맥주를 서너 병 시켰습니다.
"건배~!!!"를 외치며 그걸 다 나누어 마시고 나자
춘삼월 봄기운이 완연해지듯 얼굴들이 발그레해지고
덕택에 비로소 객기를 되찾은 저는 목소리를 상당히 깔았지요.
"목욕해야지?"(베이스..)
"먼저 하세요" (수줍수줍...)<--모기 소프라노
"알쓰"
요 대목까지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바지를 벗고 들어가려고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내리는 순간 살색 바탕화면이
나타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웬 노란색 줄무늬 내복이
짠~하고 나타나 마누라의 안전을 감히 어지럽혔나 봅니다.
"호호호호호호호호"
"어험험...내복 입은 사람 처음 봐요?"
"까르르르르르르르"
"음..거 어지간하면 그만 웃지.."
"까..르..끄억.." (아예 호텔방 바닥을 구른다)
그 뒤로 내복에 한을 품었습니다. ㅡ.ㅡ
남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
(아차 이건 여자의 경우지)
남자가 한을 품으면 소한 대한에 장마비가
내린다고 했잖습니까?
결혼 첫날에 마누라가 별명을 지어 주더군요.
'털팽이'
남자는 좀 털털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털팽이가 충청도 지방의 사투리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털털한 사람의 궁극적인 상태를 이른다는 건 잘 압니다.
그런 제가 오늘도 한 건 저질렀습니다.
어제 감기몸살로 끙끙 앓다가 좀 늦잠을 잤습니다.
늦잠을 잔 탓에 허둥지둥 일어나 긴 쫄바지를 걸치고
긴팔 저지를 입고 헬멧을 잽싸게 쓰고 집을 나서자마자
광속으로 밟았습니다.
회사에 오니 땀이 범벅이더군요.
"아프다더니 다 거짓말이군" 하더군요.
캐비닛 옷장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쫄바지를 벗는데 어머나 어머나..으찌 쓰까나..
뭔 반바지가 쫄바지 속에서 나온답니까? 으흑흑..
청춘시절에 일찌기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마스터한 치매기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했나 봅니다.
어제 저녁에 샤워를 끝내고
집에서 늘 입던 반바지 차림새로 잤던 것인데
그걸 벗지 않고 그 위에 쫄바지를 입고 나왔던 거지요..케헹~
"푸하하하하하하하하..고것은 뭔 패션이랴?"
"죵해욧~!!!!"
내복에 이어 반바지에 또 한이 맺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으흑흑..
(내년에 반바지 없이 어캐 여름을 날꼬...쩝)
(어쩐지 페달링하는 엉덩이며 허벅지 부분이
영 거추장스러운 것이 힘이 더 들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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