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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자전거...그리고..이야기....

풀민이2006.10.30 19:13조회 수 1249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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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4일 싸이에 올려져 있는 글이네요......
싸이에 사진 올리다 보니..몇몇개 쓴 글이 눈에 띄길래...정리하다가...
꼭 이맘 때... 쓴 글이라..한번 올려 봅니다....

..............................

자전거...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고..
40이 훌쩍 지나서 배운 자전거가 이젠 생활의 낙이 될 줄 꿈에도 생각했겠는가..

자전거에 대한 그리 좋지 못한 기억이 있는 본인으로서는
자전거가 그리운 낱말만은 아닌 듯하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5학년(그땐 국민학교)쯤이었을까...
반에서 제법 좀 산다는 친구 놈이 학교에 자전거를 가져왔다..
평소 좀 난체(?)하던 놈이라 그리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워낙 당시에는 귀중한 새 자전거인지라 비까번쩍이는 자전거 한번 만져보기 위해서
입가에 다정한(?) 미소 띄우며 은근슬쩍 접근하여 핸들바를 만져 보았다...
약간 경계하는 그 친구 놈을 슬쩍 밀어 부치며 이왕 만져본 김에 한번 올라타보았는데..
그게..그리 쉽지만은 않은지라..그만 보기좋게 나뒹굴어져서.......
그 당시 무릎깨지고 정강이에 피나는 것은 다반사..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 새자전거... 핸들이 꺾여서 꼬꾸라져 있는 자전거를 보는 순간...
앞이 깜깜..
주위의 다른 친구들의 경악하는 모습과 자전거 주인인 그 친구 놈의 놀란 눈과..
흙먼지 속에 쳐박혀 있는 자전거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는 순간...

어느 덧 장면이 바뀌어 친구 엄마에게 형수님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아련하게...
그날 형님에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맞았다는 슬픈(?) 추억...
남들은 아버지나 친구에게 자전거를 배웠다는데...
일찍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 뻘 되는 형님 밑에서 자란 본인으로서는
자전거를 탈 여유도 없었고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청년이 되었고..
직장을 가지고 미친듯이 살았다..
결혼을 하였고 이제 나도 자식이 생겨서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자식이 어느 날 자전거를 사 달라고 졸랐다...
문득..어린 시절 그 날의 자전거 사건(?)이 떠올랐다..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에 한치의 망서림 없이 아이의 자전거를 사 가지고 왔다..
근데..아뿔싸..난 자전거를 탈지 몰랐다..아니 타 본 적도 없었다..

내 아이는 아버지의 도움도 없이 어느 날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내 아이 역시 자전거에 있어서는 아빠와의 추억은 없을 듯 한데....
괜히 마음이 아파왔다...

그러나 그것도 그뿐.. 다시 생활은 이어졌고...
다시 삶은 치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119..앰블란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 중..
이렇게 내 삶은 끝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도 못 느끼고.. 다만 눈을 뜨지 못하겠다는 생각 뿐..

다행히 현대 의학은 그런 위급한 상황도 간단하게(?) 삶을 연장시켜 주었다..
약 한 달간의 병원 생활..
아이러니 하였지만.. 40여년만의 유일한 휴식기였다..

퇴원 후 현격하게 떨어진 체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라는 숙제가 남았다..
그렇다고 급진적인 운동도 피하여 하고...
하루 한갑, 한갑반을 피던 담배도 끊었다.
그리고 물처럼 마시던 커피도 끊었다.
모든 중독성있는 카페인 물질은 입에도 대질 않았다..

언제 내 의지가 이리도 모질고 강하였던가..
하지만 이는 의지와 관계없는 생과 사의 문제였었다

그러던 지난 해 여름 7월 하순..딱 지금의 1년 전이었다..
방학을 한 큰 놈이 집에서 빈둥빈둥(?) 나뒹굴고 있었다..

보기가 싫었다..아빠가 아파서 집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미안하였지만
컴퓨터 앞에만 매달려 있는 아들의 모습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한강가자'...
아들을 앞세워 자전거를 타 보기로 하였다..
마침 집에는 큰놈과 작은 놈의 자전거가 있었기에...

큰놈의 자전거는 내가 타기로 하고 작은 것은 큰놈이 타고...
비틀 비틀거리며 양재천 도로로 나오기는 했는데..

뙤약볕 밑에서 반바지 반팔의 중년의 남자가 낡은 잔차 위에서
뻘뻘 땀흘리며 뒤뚱대는 모습..그 자체가 코메디였다....

큰 놈의 가르침(?)을 받잡아 성실히 배운대로 따라 하기를 한나절...
어느 덧 우리는 잠실대교 밑 그늘에서 생수를 사 먹고 있었다...

'야! 별것 아니네..'
우리집에서 한강까지 이리도 가까울 줄은..
이전 작은 놈이 친구와 한강까지 놀러 갔다 왔다고 하기에 혼줄을 내줬던 일이 생각났다.
'그놈..얼마나 억울하였겠는가..어리석은 아빠를 둔 죄..'

이렇게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가 별도로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지낸 나날들...
참으로 좁은 세상 속을 혼자 미친 듯 살았다는 생각 뿐..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약간의 자신감..
탄천 입구의 한강 샛길 다리 위를 지나며 문득 한손을 놓았다..
모자가 바람에 날리기에 모자를 잡기 위하여...
순간 균형을 잃은 자전거는 한강다리 난간으로 돌진하는데..
아차..잘못하다가는 한강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으로 떨어진다면..저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나기란 불가능할 터...
몸을 날려 난간으로 나뒹굴러 떨어졌는데...
이미 엉망진창이 된 정강이와 얼굴..목.. 어깨..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

큰놈은 너무 놀라 '아빠' 하고 굳어져 버렸고...
지나치던 사람들 조차 멀끄러미 바라만 보고...
그러나 정작 난 머리 속이 차가워짐을 느꼈는데...
'괜찮아..아빠..괜찮아..' 웃웃을 벗어서 얼굴과 목과 다리의 피를 닦아 내었다..
마침 지나가던 분들 중 한 분이 물을 건네 주어서 물로도 닦아 내었고..
대충 점검(?)해 보니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는 듯...
다만 오른 쪽 정갱이는 심한 통증과 함께 움뿍 패여 있었는데....
지금도 이 흉터는 마치 훈장(?)이라도 된 듯..남아있다.

자전거도 다시 일으키고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른 때 같았으면..'괜히 나와 가지고..' 라며 후회도 할만 할 텐데..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도 않았거니와 오히려 상쾌하다는 생각과
가벼운 흥분이 온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상처 부위를 찾아서(?) 소독하고 빨간약 바르고..연고도 바르고..
욱씬대는 팔다리 늘어뜨리고 잠을 잤다...

다음 날..괜한 오기(?)로 다시 자전거를 끌고 양재천으로 내려 갔다...
그리고 다시 비틀대며 페달질...
다시 잠실대교 가는 예의 그 길로 다가갔다..
'어제 저기서 내 피 흘렸다!!'..그 길을 지나서 다시 페달질..
그 여름날 뜨거운 햇볕아래서 내내 그렇게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1년 뒤 오늘...
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4월 1일 예전 직장으로 다시 돌아온 첫날부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아직 무리하면 안된다는 주치의의 주의가 있었지만..
편도 20km가 좀 안되는 길..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달리고 있다.
예전에는 아침 질퍽(?)되는 자동차에 실려서 온갖 짜증과 새치기 자동차로 인한
스트레스를 참아가며 출근하던 시간을 이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내 힘찬 호흡소리를
들어 가며 달리고 있다..
등줄기로 베어 나오는 땀과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의 짠내가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처음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할 때는 최소 일주 3회를 스스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다짐이 소용없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장마 때 청죽님의 조언에 힘입어 빗속에서의 출퇴근도 가능함을 알게 되었고..
이미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자전거의 강력한 중독성에 중독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겨우 출퇴근을 시도한지 약 4개월..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이미 많이 바뀐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새롭게 주어진 삶..새로운 의미의 생활...
작은 일에 분노하고 사소한 일에 감정을 실었던 지난 날..
치열하게 살수 밖에 없었던 그 나날들이 어느 한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 1년...그 뒤에 만난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길이었다.
그 길을 이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련다...

거창하고 비까번쩍이는 자전거가 아니어도...
가파른 고개를 오르내리는 강력한 파워를 지닌 다리가 아니어도..
내가 자유롭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마음..그 마음을 간직한 채..
그렇게 다니고 싶다..

오늘도 퇴근하는 길에..
자전거 뒤에 낚시대 실어 놓고..유유작작 가시던 그 할아버지 만나려나..
나도 몇십년 뒤에 그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그렇게 세상을 낚으며 살아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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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글 잘읽었습니다...^^
  • 아빠로써,
    직장인으로써,
    한 가정의 기둥으로써 멋찌시게 살아 가시는군요.
    감정이입이 탁월 하신 풀민님이시네요...건강 속히 쾌차 하시길 바랍니다...^^
  • 앞만 보고 계속 질주하는 기관차로 사셨네요.
    찡한 글 읽었습니다
    자전거가 주는 모든것을 만끽하고 즐겁게 안라하셔서 오래오래 즐기세요.
  •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가장 먼저 자전거 출퇴근코스를 고려하시는 풀민님을 보면 중증은 중증인디......'최소한 일 주일에 3일은 자전거를 타겠다'는 결심은 이제 무용지물이시고 새로운 목표를 정하시지요. 이를테면 '최소한 일 년에 3일은 잔차질을 쉬겠다' 따위의 결심들 말이죠.^^ 남의 이야기라고 쉽게 하지만 정작 제게는 실천하기 어려운 목표지만요...ㅡ,.ㅡ

    그리고 도가니에 바람이 들었느니..노친네니 하는 말은 한참 성장기에 있는 소생으로서 대단히 듣기 거북한 천인공로할 만행이올시다. 거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말 끝마다 노친네..노친네..ㅋㅋㅋ 자꾸 그러시면 물구신처럼 도매금으로 끌고 잠수하리다..크르릉.

    자전거를 타시되 서둘지는 마시구랴.....지나치게 빠르게 달리다 보면 귓전에서 부서지는 바람의 파열음에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놓치기 일수입디다. 느림의 미학이 요즈음 세간의 화두가 된 데에는 다 연유가 있는 법유. 천천히 달리다 보면 이내 세상에 녹아들고 그게 무릉의 복사꽃이 만발한 도원이 아니겠소이까. 혹시 알우..잠잠해진 귓전에 복사꽃처럼 화사한 처자가 차라도 한 잔 드시라고 부를런지...

    =3=33=3=333333333333333333
  • 풀민님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들이 편하게 살수있었던거 아닌가 싶습니다.
    건강이 많이회복되셔서 당행입니다.
    정말 글 잘읽었습니다.
    안전하게 건강허락하는날까지 잔차열심히 타자구요.
  •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 보니 어느새 이 만큼 와있구나....
    그제서야 다른 세상이 또 보였던 것을 동감합니다..
    열심히 앞만 보며 살아오셨음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글도 잘쓰십니다.
    자전거도 즐기시며 건강도 지키시기 바랍니다.
  • 잔차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시는 분입니다. 저는 탈줄만 알지 아직도 멀었으니...쾌차하시기 바랍니다.
  • 짠해지는 글이네요...
  • 글잘읽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멋져요 멋져
    정말 멋집니다
  • 풀민이님 멋지십니다... ^^
  • 항상 안전라이딩 빌겠습니다...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아빠에 청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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