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 지리산 바래봉으로 철죽꽃 사진촬영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곳 능선은 분홍카펫을 깐 것처럼 철죽으로 덮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보통 5월 중순경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어떤 해에는 그 시기에 서리가 내려서
까맣게 변하는 때도 있어서 촬영계획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보장없는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이 사진이 어려운 것 중에 하나이지요.
4X5카메라와 랜즈들, 광각렌즈를 장착한 중형카메라 1대와 그 밖의 악세사리들.
장비가 무거운 관계로 하나의 500mml 물병과 간단한 점심거리를 카메라가방에 넣고
여명이 비치기 전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지정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촬영장소에 가 있어야 하므로
후렛쉬로 산길을 밝히며 올라갑니다. 같이 간 일행 중에는 “내가 왜 이짖에 취미를
들였나?“, ”사진만 아니면 때려죽여도 않온다“하며 투덜대기도 합니다.
어떤 해에는 운이 좋게 임도를 막아놓은 바리케이크가 열려있어서 차량으로 중턱까지
올라가서 산행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날은 카메라가방이 나를 타고
밑에서부터 Uphill. 일행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잠시 휴식을 하며 물 한 모금.
그리고 정상에 서서 또 물 한 모금. 물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목이 타도 한 모금 씩.
가끔 방울토마토를 한 개씩. 동쪽 하늘이 물들면서부터 앞에 철죽을 깔고 촬영 시작.
해가 뜨고부터 본격적으로 조준사격? 그 시간에는 등산객들이 없어서 사진쟁이들만
바쁘게 왔다갔다. 역광으로 보는 철죽의 환상적인 모습. 가끔 벌과 나비들도 와서
봄 축제를 즐기고, 푸른 하늘에는 철죽꽃 모양의 구름과 天馬구름들이 흐르고.....
문득 시간은 정오.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려고 보니 물통엔 물 한 방울 없고.
방울토마토 비닐봉지는 가벼워진지가 이미 오랬고 같이 간 일행들도 모든 것이 거의
바닥. 오월의 햇살이 꾀나 따거워서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갈증은 점점 심해지는데 물을 얻을 곳은 없고 촬영에 너무 신경을 써서 눈은 침침해
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지나가다가 자기들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해서 제일 좋은 배경으로 몇 컷트를 촬영해 주고 주소를 받아
적었습니다. 그 중에 제일 예쁘게 생긴 미쓰가 이 물좀 드릴까요? 하는 것이였습니다.
너무도 반가운 소리라서 얼른 달라고 했더니 작은 등산배낭에서 꺼낸 1.5L피티병에
얼음이 다 녹아가는 보리차를 한 통과 키위를 5개나 깎아 주는 것이였습니다. 이렇게
반갑고 고마울 때가 또 있던가!!!! 그래서 우리 일행을 불러 같이 마시고 새로운
힘을 얻어 몇 컷트 더 촬영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 미쓰 사진은 더 멋있게 만들어서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사진을 보내고 2일 후에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며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도 덧 붙여서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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