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하게 살았지만
효성이 지극한 착한 며느리
동태머리 찌개를 너무도 좋아하는
시아버지를 위해 부끄러움도 잊은 채
재래시장 생선가게에 날마다 들러
'어두일미'를 알 턱이 없는
게으른 젊은 주부들이 버리고 가는
동태 머리를 얻어가곤 했는데....
방금 잘라낸 동태 머리를 봉지에 담던 며느리에게
생선가게 주인이 느닷없이 물었다.
"대관절 동태 머리는 뭐에 쓰시려고
날마다 가져 가시우?"
난처한 며느리 얼떨결에 한 대답이
"아..예..저희집 개 주려고요.." 였단다.
각설하고
엊그제는 비를 쫄딱 맞으며
백릿길을 페달을 밟았다.
십여 년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는데
차가운 초겨울 비라고 대수랴
비옷을 준비했는데
웃옷만 있어서 달리는 내내
바지가 모조리 젖었다.
작년에는 비와 눈이 뒤섞인
진눈깨비를 맞아 쫄딱 젖은 채
세 시간을 달렸었는데
그에 비하면 이번 비는
온수 샤워다.
찬 비 내리는 한강의 둔치는
모처럼 시야가 탁 트인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호젓하다.
그 호젓한 길을 나홀로
유유자적하는 게 취미다.
말 없이 흐르는 한수를 따라
나도 입을 다문 채 조용히 흘렀다.
어쩌면 내가 강물에 떠다니는 유빙 조각이거나
조그만 나뭇가지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사뭇 커다란 반원을 몇 번 그리다 보니
어느덧 중랑천으로 접어들었다.
35km를 달리고 나니
이제 집까지 5킬로 남았다.
멈추면 오한이 밀려오는 걸 알기에
페달질을 계속하다 보니
동태 머리를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인 동태찌게 생각이 간절하다.
평소 날 놓아먹이는 마누라가
날 일컬어 '만년촌놈'이라 부르듯
고기는 싫은데 순대국이나 곱창은 좋고
생선도 주로 내장이나 머리에 사족을 못 쓴다.
그 중에서도 마누라가 끓여 주는
동태 머리를 넣은 얼큰한 동태찌게는
이십여 년을 넘게 먹었어도
조금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메뉴다.
특히 머리는 언제나 나의 차지다.
5km가 남은 시점에서 전화를 했다.
때르르르르릉.
"응..여보..어디?"
"집에 가는 중여"
"생쥐꼴이겠지 뭐.."
"그러는 고양이는 어디랴?"
"비 맞고 온다는 기별을 받고 동태 사러 간다 왜"
"나 가기 전에 맛본다고 대x리 먹지 말어.."
"쳇...먹으라고 사정해도 안 먹네요"
동태찌게 생각에 남은 거리가
당겼다 놓은 고무줄처럼 줄었다.
신나는 페달질이다.
한 가지 의아한 일이 있다.
마누라가 끓인 동태찌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동태의 몸통에 비해 머릿수가 현저히 많다는 사실이다.
머리가 둘, 셋 달린 동태가 잡히나?
위의 착한 며느리처럼
마누라도 비스무리한 핑계를 대고
얻어오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갑자기 나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까짓 것 맛만 있으며 됐지..
달려랏...
푸헤헤..
효성이 지극한 착한 며느리
동태머리 찌개를 너무도 좋아하는
시아버지를 위해 부끄러움도 잊은 채
재래시장 생선가게에 날마다 들러
'어두일미'를 알 턱이 없는
게으른 젊은 주부들이 버리고 가는
동태 머리를 얻어가곤 했는데....
방금 잘라낸 동태 머리를 봉지에 담던 며느리에게
생선가게 주인이 느닷없이 물었다.
"대관절 동태 머리는 뭐에 쓰시려고
날마다 가져 가시우?"
난처한 며느리 얼떨결에 한 대답이
"아..예..저희집 개 주려고요.." 였단다.
각설하고
엊그제는 비를 쫄딱 맞으며
백릿길을 페달을 밟았다.
십여 년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는데
차가운 초겨울 비라고 대수랴
비옷을 준비했는데
웃옷만 있어서 달리는 내내
바지가 모조리 젖었다.
작년에는 비와 눈이 뒤섞인
진눈깨비를 맞아 쫄딱 젖은 채
세 시간을 달렸었는데
그에 비하면 이번 비는
온수 샤워다.
찬 비 내리는 한강의 둔치는
모처럼 시야가 탁 트인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호젓하다.
그 호젓한 길을 나홀로
유유자적하는 게 취미다.
말 없이 흐르는 한수를 따라
나도 입을 다문 채 조용히 흘렀다.
어쩌면 내가 강물에 떠다니는 유빙 조각이거나
조그만 나뭇가지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사뭇 커다란 반원을 몇 번 그리다 보니
어느덧 중랑천으로 접어들었다.
35km를 달리고 나니
이제 집까지 5킬로 남았다.
멈추면 오한이 밀려오는 걸 알기에
페달질을 계속하다 보니
동태 머리를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인 동태찌게 생각이 간절하다.
평소 날 놓아먹이는 마누라가
날 일컬어 '만년촌놈'이라 부르듯
고기는 싫은데 순대국이나 곱창은 좋고
생선도 주로 내장이나 머리에 사족을 못 쓴다.
그 중에서도 마누라가 끓여 주는
동태 머리를 넣은 얼큰한 동태찌게는
이십여 년을 넘게 먹었어도
조금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메뉴다.
특히 머리는 언제나 나의 차지다.
5km가 남은 시점에서 전화를 했다.
때르르르르릉.
"응..여보..어디?"
"집에 가는 중여"
"생쥐꼴이겠지 뭐.."
"그러는 고양이는 어디랴?"
"비 맞고 온다는 기별을 받고 동태 사러 간다 왜"
"나 가기 전에 맛본다고 대x리 먹지 말어.."
"쳇...먹으라고 사정해도 안 먹네요"
동태찌게 생각에 남은 거리가
당겼다 놓은 고무줄처럼 줄었다.
신나는 페달질이다.
한 가지 의아한 일이 있다.
마누라가 끓인 동태찌개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동태의 몸통에 비해 머릿수가 현저히 많다는 사실이다.
머리가 둘, 셋 달린 동태가 잡히나?
위의 착한 며느리처럼
마누라도 비스무리한 핑계를 대고
얻어오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갑자기 나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까짓 것 맛만 있으며 됐지..
달려랏...
푸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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