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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고향의 맛~

Ebisu2006.11.20 19:15조회 수 65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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횐님들의 마음속에 있는 고향의 맛은 무엇인지요?




전 초등학교 들어가기전까지 산골짜기에 살았던 촌놈입니다. 그때는 다같이 굶주림속에 살던 시절이었죠.


그런 시절에 먹었던 음식중에 닭고기미역국이 가장 생각납니다.
기껏 닭고기미역국이냐고 하시는 분이 많으시겠네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맛이 더욱 그립고 그와 같은 깊고 진한 맛을 몇십년이 지나도록 맛볼수가 없네요.
집에서 해먹어봐도 음식점가서 먹어봐도 예전의 그 맛과는 전혀다릅니다.

전에는 그것이 생활이 풍요로와지고 먹거리가 다양해져서 입맛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확실히 제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그맛은 요즘에 와서 맛볼수 없는 특별한 맛이었죠.


왜일까요?

재료가 다릅니다.
닭이 예전에 토종닭이 아닙니다. 그리고 요즘 토종닭이라는 것도 닭장에 가두어서 기르죠. 들판을 뛰어다니며 벌래잡아먹고 곡식쪼아먹던 어린시절의 그 닭이 아니었던 겁니다.


틱낫한스님의 “화”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가 화를 일으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에 화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을 때 그 고기에는 화가 들어 있다. 계란이나 닭고기에도 엄청난 양의 화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화를 먹는 셈이며, 따라서 그것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 화를 표현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음식을 잘 살펴서 먹어야 한다. 요즘에는 닭이 최신시설을 갖춘 대규모 농장에서 사육된다. 닭이 걸을 수도 없고 뛸 수도 없고 흙속에서 먹이를 찾아 먹지도 못하고 순전히 사람이 주는 모이만을 먹고 자란다. 늘 비좁은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늘 서있어야 한다. 걷거나 뛸 자유가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밤낮없이 한 곳에서 꼼짝도 못하고 지내야 하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틀림없이 미쳐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사는 닭들도 당연히 미쳐버린다]



다른것도 마찬가지죠.
어머님의 땀으로 가꾸신 채소와 손수 만드신 간장, 고추장…. 다 우리 토종이었고 특히 제 고향은 원래가 고냉지입니다. 다 맛있죠.
거기에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 어디있고 중국산이 어디있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도록 좁은 곳에서 가두어 살만 포동포동 키운 불쌍한 닭이 어디있었습니까?


요즘 들어 그 투박하면서도 진하고 깊은 고향의 맛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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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전 어머님이 쪄주시는 청국장입니다^^
  • 갑자기 허영만의'식객'이라는 만화가 생각납니다.전 고향이 장흥이라서 겨울철에 식탁에 메생이하고 갓김치가 항상 올라옵니다.메생이는 지금 서울에 사시는 분들도 드신다는데 저 어릴때는 가장 흔한 음식중에 하나였습니다.갓김치 또한 맜있지요.외지분들은 갓김치하면 여수 청갓을 선호하실텐데 전 적갓을 더 선호합니다.적갓으로 만든 김치가 청갓보다 더 톡쏘는 맛이 강하기 대문이죠.
  • 시대가 변해가고 무수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네 입맛이 잊지 못하는 것과 그리워 지는 맛은 누구에게나 있나 봅니다.

    저는,
    바닷가가 고향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장 먹고 싶은게 바로 땅속에 묻어 뒀던 무우를 꺼내서
    썰어 넎고 신김치를(묵은김치) 넎고 이에 고등어를 넎어 끓여 주신 울 엄니표 고등어 조림이
    가장 먹고 싶은디 울 누이가 한 번 해줘서 먹어 봤는디 영~아니더군요.
    그래도 해준 성의를 봐서라도 싹~싹~ 비웠더니 눈에서 광채가 나고 미소가 번지더군요..>.<

    다른 하 나는,
    겨올철 눈이 내린 장독대에 장독 뚜껑위로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 앉은 뚜껑을 들어 보면
    살짝 언~파가 들어있는 시원한 무우 동치미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이~궁~ㅠㅠ 참으로 그 옛맛이란게 맛의 깊이도 있거니와
    지금 생각 해보면 우리가 건강식만 먹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나마 잊혀졌던 옛맛과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 참으로 먹을 게 없던 궁핍했던 시절,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광주리에 촘촘히 깔아 지붕 위에 얹어서 말리는데 찬 서리 며칠 맞으면서 적당히 마르면 꾸들꾸들한 것이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걸 과자 대신에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키가 엄청 높이 자라서 까치들이 집을 짓기 좋아하는 까중나무(가중나무) 잎도 잊을 수 없지요. 봄에 가중나무 잎사귀가 아카시아 잎처럼 한 줄기의 좌우로 자라는데 그 잎사귀 줄기를 따서 달게 만든 고추장에 담가 고추장 범벅을 만든 다음 줄기 그대로 빨랫줄에 널어서 말리는데 다 마르면 매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너무 그립네요.
  • 역시 김치는 땅을 파고 묻어야 기가 막힙니다....한 겨울에 눈을 헤집고 퍼 온 김치 ....쩝
  • 지금은 먹거리가 도처에 널려있지만 본연의먹거리는 점점 없어지는것 같습니다
  •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린 것을 전라도 남쪽 지방에서는 '빼깽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방 사투리도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바삭바삭...달착지근...
    잊어버린 단어를 찾게 해주신 청죽님 감사합니다.
  • Ebisu님의 좋은글에 아련한 향수와 고향생각이 나네요.. 다른 댓글 다신 청죽님을 비롯한 분들의 글에서도 추억이 새록새록...
    좋은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
  • roma58님 우리동네(제주도) 에서는 "빼때기" 라고 불렀어요

    바삭바삭 달착지근 ...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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