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본의 아니게 푹 쉬다가, 몸 좀 만들 요량으로 일자산을 탔습니다.
집 앞에 고덕주공3단지 쪽의 계단으로 올라가서 몇 번 패달질하면 뱃살구장으로
통하기에 늘 가는, 그 코스로 갔지요.

일자산이야 주중에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기 좋기에, 해맞이 광장을
지나 내리쏘고, 하남공설묘지 끝을 지나서 왼쪽으로 빠져야 하는데 얼떨결에
우측으로 빠졌더니 길인지, 물이 말라붙은 계곡인지 판단이 안되는 코스가 등장하는데
험난하기는 해도 좋았습니다. 4, 50센티미터 정도는 아래로 떨어지는 턱이 갑자기 두어
개 나타나니 감안하시구요.

아직 안 가보신 분은 한 번 그쪽 길로 내려가보시기를....그 계곡으로 내려가면
일자산 입구는 여기에서 50미터 더 가야 한다는 팻말이, 친절하게 붙어 있는 농원이
나오고 그 안에서는 진도개로 보이는 놈이 짖어댑니다.

그 아래 시멘트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가니 가끔 들르는 큰 길가의 박대감숯불갈비집이
곧장 등장하더군요.

일전에 여울사랑님과 함께 갔던 기억을 더듬어서 박대감집을 뒤로 돌아가니 그제서야
솔밭과 묘지들이 있는 예의 그 코스가 나타나더군요.

오랜만에 땀 좀 빼고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간 김에 고덕 이마트 앞산을 타는데 길목에 떡하니 붙어 있는 게,
이곳에는 산악자전거를 금지한다는 강동구청의 현수막이 아니겠습니까?

제기랄!

욕설이 입안에서 뱅글거렸습니다.
이곳에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이런 현수막이 내걸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기심이 충만한 산책객들이 다수의 횡포를 부린 것으로
판단이 되는데, 더불어 사니 뭐니 하는 건 관두더라도,  우리나라의 얄팍하기 그지없는
자전거문화를 생각케 되더군요.

기왕에 간 길이어서 돌아올 수도 없고 해서 그냥 타고 천천히 내려갔더니 한 늙수그레한
등산객이 이곳에는 자전거를 타면 되니, 안되니 하고 중얼거리더군요.

모른 체 하고 통과를 해서 천호동 쪽의 샾에 들렀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만 영 개운치
않은 라이딩이었습니다.

일자산, 그나마 서울에 몇 남지 않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코스가 좋은 산, 이 산도
언제 산악자전거 통행 금지가 될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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