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리지 않으면 죽는다.” “죽고 싶어? 요철 조심하라니까.”
한국사이클 대표팀 장윤호 감독의 목청이 바람을 타고 귓전을 때렸다. 대표선수 22명이 27일 도로적응훈련을 실시한 카타르 고속도로.
대표팀이 이날 단체도로 100㎞에 대비한 컨디션 조절 훈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도 코칭스태프 차량에 몸을 실었다.
훈련 거리는 평소 절반의 80㎞에 불과했고 시간도 ‘고작’ 3시간. 사이클 속도는 시속 30~70㎞. 내심 ‘별것 아니네’라고 생각했는데 훈련장소를 알고나니 기분이 달랐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시속 120㎞의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도로가 훈련장소였다.
숙소를 떠난 사이클이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잠시라도 정신 놓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반환점까지 진행된 초반 훈련은 기어를 바꾸면서 회전력·지구력 등을 고루 점검하는 내용이었고 사실 장소만 고속도로였을 뿐, 극도의 긴장감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안도감은 정말 잠시뿐이었다. 30분 남짓 달린 뒤 반환점에 이르자 몸이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고 말았다. 25㎞ 거리의 인터벌 훈련이다. 고속질주하는 차량과 스피드를 겨루려는 듯 선수들은 속도를 최고로 올리며 페달을 쉼없이 밟았다.
70㎞에서 시작한 앞선 차량의 속도는 어느새 120㎞까지 찍었다. 그 뒤를 바짝 쫓는 단거리 사이클의 스피드도 똑같이 120㎞. 차를 바람막이 삼아 최고속도까지 끌어올린 훈련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식은땀이 배어났다.
한계상황 속에 진행된 죽음의 레이스. 하나둘씩 낙오자가 나왔다. 만일 실전이라면 메달을 놓치는 순간. 장감독은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채근했다.
“이렇게 타고도 금메달 따겠냐. 끝까지 세게 밟아.”
그래도 이탈자는 생겼다. 장감독은 곡예를 하듯 이탈자 옆에 차를 바짝 붙였고 선수는 시속 100㎞ 차를 붙잡고 숨을 잠시 골랐다. 불과 3~4초가 지났을까. 차량은 순간적으로 120㎞까지 달렸고 차량의 탄력에 힘입은 선수는 차에서 떨어져 또다시 페달을 밟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10여분간 레이스를 마치자 시야에 고속도로의 끝이 보였다. 한국과는 달리 카타르 도로는 같은 방향 차선간에도 큼지막한 요철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장감독은 “요철 조심해, 잠시 정신을 깜빡하고 요철을 밟으면 그냥 죽는다”며 끝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레이스를 무사히 마친 장감독은 담배 한대 물고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이클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종목보다 재밌고 편할 것 같았죠. 정말 목숨을 걸고 하는 스포츠가 바로 사이클입니다.”
〈도하|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아시안 게임의 모든 우리선수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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