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딸래미가 사준 자장면

구름선비2006.12.03 20:35조회 수 1739댓글 23

    • 글자 크기


일요일이면 혼자 식사하기가 일쑤입니다.
마누라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게 있어서 늦게 오고
아이들도 각자 친구를 만나거나 교회모임에 참석했다가 오기 때문에
쓸쓸히 점심 식사를 하는게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너무 쌀쌀하고 어제는 불암산을 다녀왔기에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기로 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휴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먼저 컴퓨터를 켭니다.
까페와 왈바를 다 검색하고 TV까지 켜고나면
간단한 점심식사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딸래미가 교회에서 돌아왔습니다.
현관 문을 잠근다고 잠궜는데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려 진 상태로 잠근 것입니다.

'너 웬일야? 왜 일찍 왔어?'
'공부 좀 할려구, 시험기간이거든....'

'아빠 밥 먹어야지'
'응'

'짜장면 먹을까?'
'집에서 먹지 뭐....'

'내가 살께'
'네가?'
'새로 개업한 집이 있는데, 배달은 안 해 준대. 그리고 싸고....'

잠시 후에 아들도 들어 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이 끼어듭니다.

'나도 같이 가자'

'난 그냥 집에서 먹을테니까 너희들만 갔다와'

용 돈 몇 만원 받은게 어제 '쫑'을 봤습니다.
장가가서 출근할 때가 된 직원의 축의금으로 5만원, 어제 라이딩 회비 1만원
더치페이로 내는데 돈이 남는다고 2천원 거슬러 주어서
주머니에 있는 돈은 5~6 천원이 전부입니다.

아들은 나를 닮아서 주머니에 돈이 있는대로 다 쓰고
저에겐 약한 마누라에게 응원을 청하는 녀석이지만
딸래미는 '천상 여자'라는 평을 듣는 아이입니다.

태어날때 너무나 못 생겨서 걱정을 했지만
초등학교 들어 갈 때까지 예뻐지는 가속도를 감안한다면
미스코리아가 될까 걱정이었는데 그 때까지 고속성장을 한 미모는 멈췄지만
날씬하고 여자다움은 마음이 드는 아이입니다.

용돈도 아들에 비하여 적은데 이녀석의 제안이 기특합니다.
딸래미에게 점심을 얻어 먹어?
생각만 해도 흐믓한 일인데
이 놈 용돈을 준 적도 한 번도 없는데....

순간고민이 됩니다.
얻어 먹을까 말까....

'글쎄...'
이 때 아들이 끼어듭니다.
'아빠, 가자. 공짜라잖아'

가기로 합니다.


딸래미에게 얻어 먹은 자장면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었습니다.


    • 글자 크기
마지막 가을...또는 겨울의 초입 (by 뽀스) Ciao Marco. (by tuinha)

댓글 달기

댓글 23
  • 자녀들이 아빠를 챙기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 구름곧의 선비같은 호강을 누리셨군요...
  • 맛있었겠군요, 제 딸은 대학교 3학년인데 아직 짜장면 한그릇 못얻어먹어보았네요...
    언제나 얻어먹어 보려나...하긴 용돈이 늘 빠듯하게 주니 얻어먹기 어려울 듯 하네요...
  • 청아님이 아주 젊은분인줄 알았더니
    대학교 3학년 따님이 있네요 ^^
    딸들이 조금 더 크면 아들보다 10배는 더 낫습니다
    모든면에서
    딸아이가 지금 돈을 잘버는것도 아닌데 나한테 하는것은 돈잘버는 지 오빠보다 낫습니다
    남편이 그럽니다
    두고보라고 큰애 (아들 )보다 작은애 (딸 )에게서 효도를 더 받을거라고
    아마 님들도 크게 틀리지 않을겁니다
    지금 하는것보아도 딸애가 더 낫지요

  • 저의 매형과 똑같은 가족 구성원 수 이군요...^^
    제 여조카도 금번에 수능인인 고3이며 내년에 다녀야 할 학교도 이미 정해졌고,
    그 아래로 고1인 남 조카녀석이 있지요.

    그런데,
    다른 부분은 제 매형은 저 보다 3살 많다는 것 입니다...
    매형이 워낙 동안인지라 함께 가다보면 매형이 동생으로 보는 분들의 압박에...^^ㅎㅎ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맛나는 짜장면을 드셨네요.
    언제나 늘...행복하시고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 사랑스럽습니다~~!

    십년은 기다려야 저도 기회가 오겠네요^^
  • 하하하하, 오늘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따님 마음 씀씀이가 참 곱네요. 아드님도 따님도 한 번 보고 싶네요. 딸 키우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시네요. 부럽습니다..
  • 구름선비글쓴이
    2006.12.4 04: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이쿠!!
    낮잠을 많이자서 일찍(?) 깨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네요.

    coolvet7님, 뽀스님, 청아형님, 줌마누님, 스카이님, somihappy 님, 말리꽃님 감사합니다.
    표어에 이런 말이 있었지요.
    '잘 키운 딸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또 속언에
    '잘 자란 딸은 비행기태워서 외국 여행 보내주고,
    거시기 한 아들은 기도원 보내준다'는....

    아무래도 키울때나 나중에나 딸이 나은것 같습니다.

    아들이 볼라^^
  • 자식농사가 농사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것인데, 부럽습니다.
  • 너무나 화목해 보이네요^^
    이런 이야기 들으면 뭉클해 집니다
    나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겪을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
  • 청아님과 구름선비님의 공통점이 뭘까요? ㅋㅋㅋ 난 아는데...
  • 헉~~~ 전 아들만 둘입니다 ㅠㅠ 이런 잼있는 얘기를 나도 쓸 수 있을까요 ㅠㅠ............ 가슴 훈훈한 가족이야기네요^^
  • 저도 딸을 키우는데 공감가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제 7살인데 이쁜짓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일도 서슴치 않고 잘 합니다
    토요일에는 직원초상이 있어서 춘천까지 다녀와야해서 이것 저것 준비하는데
    넥타이 챙겨주고 정장챙겨서 털어주고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까지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저금해놓은 돈이면 다 해줄 수있다고 생각되어지는지
    부부가 뭐 사야겠다는 얘기나 아니면 자기가 판단해서 필요하다 싶으면
    자기돈으로 하랍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일 중에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3살쯤 마트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주는데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제게 공을 던져서 맞혔는데
    그 모습을 본 제 딸이 두 주먹을 불끈쥐고 서서 바르르 떨며 소리를 지르는데
    순간 제가 더 놀랐습니다
    그 때 그 느낌은 아마도 제 평생에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저도 구름선비님 연세가 되면 충분히 자장면에 탕수육까지 얻어먹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 부럽습니다, 우리딸도 그때쯤되면 나에게 자장면 사줄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 부럽습니다. 아들만 2입니다.
  • 염장성....^^
  • 자게에 자주 오게 되는 이유~따뜻한 이야기에 따뜻한 리플 ^^
  • 2006.12.4 18:52 댓글추천 0비추천 0
    장인어르신!!! 넙쭉!!
  • 드디어
    우리의 점잖으신 선비님 까지도
    딸자랑 대열에...
  • 구름선비글쓴이
    2006.12.4 20:1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이렇게 많은 댓글은 처음입니다.
    감사드리구요.

    지금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딸내미'가 맞다고 하는군요.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장면인데, 이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맛있고 잘 만들어진 자장을 드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장면의 맛은 자주 먹게 되면 그 맛이 반으로 뚜욱 떨어진단 말씀입니다.ㅋㅋ 우리 딸내미도 이 글을 보게 해야 하는데.....
  • 자식을 향한 애정이 눈에 훤합니다^^
    저도 딸아이의 애교가 있었기에
    이따금 고통스럽기도 했던 삶의 여정이
    무난하게 흘러왔지 싶습니다.
  • 저도 아빠랑 자주 맛있는거 먹으러 다녀요~ ^^ 막내라 어릴때는 애교를 떤다고하긴했는데..
    지금은 너무 커버려서~ 애교랍시고 먼가했다가..쫓겨날듯..ㅋㅋ
    요즘은 아버지랑 치킨에 맥주먹으면서 재밌는얘기 나누고있어요..
    부녀가 같이 배나오고있습니다~ ^^* 아빠도 어디가면.. 딸이 최고라고 제앞에서도
    말씀하시더라구요~ ^^ 아..시간이 늦지만 않는다면..아빠좋아하시는 도넛사가지고 가야겠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6
170743 사진 올리시는 분들께 부탁 말씀....4 토론토머리 2006.12.04 1286
170742 요즘 너무 바빠서....13 eyeinthesky7 2006.12.03 1077
170741 뽀스님~~12 STOM(스탐) 2006.12.03 713
170740 자전거 여행8 djfhdjfh 2006.12.03 1022
170739 "ㅃ" 가문의9 뽀스 2006.12.03 1076
170738 마지막 가을...또는 겨울의 초입2 뽀스 2006.12.03 776
딸래미가 사준 자장면23 구름선비 2006.12.03 1739
170736 Ciao Marco.11 tuinha 2006.12.03 1543
170735 외국회사들은 이름을 참 쉽게 짓는것 같아요.7 할수있어 2006.12.03 1485
170734 2007 서울바이크쇼 이벤트/세미나3 sjhoon147 2006.12.03 1753
170733 [국산화]잔차시장은 얼마나 될까요?5 toto45 2006.12.03 1238
170732 buff 사용법 필요하시다길래요.1 이진학 2006.12.03 1536
170731 달려라 이다텐...11 지로놀다가 2006.12.02 3474
170730 감기가 오셨더랬습니다.3 greenleaf 2006.12.02 499
170729 홍콩 출장후~1 rocki 2006.12.02 966
170728 톱질~~~7 STOM(스탐) 2006.12.02 846
170727 (퍼온글) 티코의 비밀 ^^14 의뢰인 2006.12.02 1599
170726 서울 바이크쇼 관람에 관하여1 sjhoon147 2006.12.02 1177
170725 부담없이 방문해주세요 leejunho90 2006.12.02 808
170724 겨울 자전거복장의 혁명??7 chory1771 2006.12.02 2257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