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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잔인한 깨달음

franthro2007.01.15 07:31조회 수 182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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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라기 보다는 재각성이라고나 할까요.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뚜렷이 인식하는 것......

자료보관 문제로 usb 메모리를 구입할까 외장하드를 구입할까 망설이던 작년 연말 인터넷 종합쇼핑몰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문득 느낀 것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수없이 많았던 mp3 플레이어 제조회사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대신 S사와 외국 A사의 제품들이 유독히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이던가요 재작년이던가요... 엄청난 양의 메모리를 S사가 외국 A사에 공급키로 했을 당시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반발했다지요.  이거 우리들 죽이려고 이렇게 헐값에 메모리 판매하는 것 아니냐고.  그에 대한 S사의 변명은, 그게 아니라 속도는 느리지만 단가가 낮은 MLC칩이기 때문에 저가 판매가 가능한 것이었다고 했고 다시 어떤 중소기업에서 A사 제품을 분해해본 결과 S사의 해명과는 달리 MLC칩이 아니라 SLC칩이 들어있었다고...... 뭐 대충 이런 내용을 인터넷의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상당수 중소기업이 사라진건 분명한 것 같고 전자매장에서 usb 메모리를 살펴보면 S사의 usb 메모리에는 하나같이 SLC칩을 사용했다는 라벨이 크게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반면 옥션같은 곳에서 판매되는 중소기업제품의 usb 메모리는 1-2기가의 대용량이 무척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들은 하나같이 속도가 SLC칩에 비해 느리다는 MLC칩을 사용한 제품들이었습니다.  이거 혹시 S사나 H사같은 대기업들이 밀어넘기기식으로 중소기업에 MLC칩을 떠넘기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어떤 게시판에서 읽은 글에 의하면 국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리는 말도 안되는 횡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더군요.  다된 계약을 중간에 끼어들어 가로채는 것은 일상다반사이고.....

제가 자전거로 이곳저곳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때로는 애써 현실의 냉혹함을 잊으려 할때 또는 현실에서 치미는 화를 삭히려고 일부러 힘든 코스를 찾아다닐때... 이렇거나 저렇거나 그런 모든 시간에도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고 잔혹하게 그 갈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 이 아침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 어떤 분이 디딤돌과 걸림돌이라는 글도 올려주셨지만, 그 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해지고(디딤돌이 되어주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지는(걸림돌이 되어버리는) 그런 세상이구나라는 식으로 독해가 되더군요.  물론 그 글의 원래 의미는 그런게 아니겠지만요.  힘든 일이 있어도 걸림돌로 여기지 말고 디딤돌이 되도록 만들어나가자 뭐 그런 뜻이었겠지요?   언젠가도 제가 썼지만, 단 한번 기백만의 보험료를 내고 갑작스런 질병으로 운명을 달리한 어떤 의사분의 아내가 10억대의 보험금을 단번에 수령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의사가 아니었어도 가능한 일이었을까 한번 더 궁금해집니다.  이 말인즉슨, 보험회사가 자칫 보험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었다가는 고액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의사집단에 밉보일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과 결국은 같은 맥락입니다만... 암튼지간에 이른 아침부터 담배연기와 함께 이런저런 씁쓸한 생각들을 해보면서 글올립니다.  그래봤자 아무 대책도 없고 결론도 없는 생각들을...... 조용히 죽고 죽이는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여기저기 다른 업체에 이력서를 내면서 일자리를 찾아 뛰어다니고 있을 그 망해버린 중소 mp3 player 제조회사의 엔지니어들과 직원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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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흔히들 정글의 법칙이라고 하지않습니까?
    돈을 위해서라면 이빨을 들어내 보이는 것
    동물과 무엇이 다를까요?
  • 안타깝습니다.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저로썬, S사의 Y기계는 정말 별로 였는데,
    지금 제가 사용하는 제품의 회사도 망해버렸더군요. 당시만해도 세계최소형을 만들었던 회사였는데,, 주옥같은 회사들 많이 망했죠.. 모노리쓰가 그 대표적인..
  • franthro글쓴이
    2007.1.15 1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mp3 player 만들었던 회사도 망했고, 제 동생 것도 회사가 망해없어져서 A/S를 다른데서 받아야 되더군요. 회사 이름만 살짝살짝 바꾸는건지 뭔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도, S사에서 만드는 mp3 player 뒷면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made in china... 어떤 신문에 보니 전직 GM 대우차 사장이었던 외국인이 말하길 현대차같은거 없어져도 이 세상은, 이 세계는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경쟁자가 없어져서 더 좋아한다고 했다던데...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도 멀었고 중국은 바짝 쫓아오는 이런 판국에 우리나라 전체가 저 mp3 player 만드는 중소기업과 같은 꼴 되지 말라는 법 있나라는 생각때문에 공포심이 듭니다. 그 재벌그룹 회장인지 사장 말씀마따나 우리는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건지...
  • 돈이 뭔지
    그놈의 돈이 뭔지
    돈이 전부인것같은 이놈의 세상
    에휴 (ㅡ.,ㅡ)
  • 한편으론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물은 흘러서 낮은 곳에 가 있게 되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요즘 거리에 나가 보면 외제차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느낍니다.
    그 느낌과 더불어 또 많은 느낌들이 無順으로 떠오르고 또 사그러듭니다.

    나...사회...에 대한 적당한 가치 정리.
    꽤 들어버린 나이인데 아직도 그 "적당한"이 되지 않는군요.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되는 시간이 오기 전에 그래도 그 적당한을 찾고 거기에 걸맞는 현실을 이루겠다고 새해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겠죠.^^
    건강하세요...
  • 비분강개에 공감하는바입니다
    언제까지 인간사회에서 약육강식 현상이 사라질는지는
    인간스스로 갈구하고 시대를 구원하는 선지자가 출현한다면 탐욕으로부터 한층 초월하겟죠
    그러나 현실은 이런기업에 취업코져하는 선호도1위를 달리는 모순이팽배해있는 사회입니다
  • 우리와 일본,대만 및 선진국과 다른게 바로 이런 점들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과거의 정부 때 부터 말로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 하자 지만
    실상은,
    오히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로 채거나 옥죄 왔고 그렇게 한다더군요.
    정부는 허울만 좋게 육성책을 내세우지만 그건 있으나 마나한 거구요.

    다른 이웃나라나 선진국에선,
    중소기업의 창업에서 지원을 국가와 금융권에서 지원도 해주며(신뢰가 확실할 경우)
    창업 속도도 빠르며 대기업에서 조차 지원을 해주고 서로 공생개념으로 간다는데
    우린 그렇지가 못한 것 같읍니다.

    그런 말이 생각나네요.
    " 중소기업 없이 대기업도 없고 산업 자체가 없다."란 말이요....

    늘...건강 하세요...^^
  • 우리나라의 기업 정책이며 산업 기반에 관한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우리나라도 이제는 중소기업을 좀더 육성하고 수출품목의 다양화를 기해야겠지요.
  •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보다 사람냄새 나는 사회를 우리 나름대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말 했다고 저를 빨갱이로 보시는 분 왈바에는 없으시겠죠?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자본에는 인격이 없으므로 인간이 상품처럼 배터리처럼 쓰고 버리니..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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