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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빠진다는 것

靑竹2007.02.01 20:56조회 수 1401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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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는 다 좋은데 뭐 하나에 빠지면
너무 뿌리를 뽑으려 드니 그게 걱정여
중용이 뭔지는 스스로 잘 알 텐데..."

맏아들을 늘 걱정하셨던 아버님의
말씀처럼 여태 살면서 몇 가지 일에
깊이 빠져 보았지만 아버님의 말씀과 달리
정작 뿌리를 뽑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으니 아이러니하다.

바둑, 당구, 포커, 볼링이 그랬다.

바둑은 순수한 H2O(=물)인
아마 4단을 끝으로 시들,

당구는 엄청나게 기울인 노력에 비해
벼멸구 낀 눈 탓인지
아니면 재주가 메주인지
300점에서 좌절.

볼링은 같이 돈내기를 치던 잉간들 중
둘이나 프로로 전향하여
프로선수권 우승하는 걸
티비로 보았을 정도인데
정말 어찌나 빠졌던지
오른손 엄지의 굳은살을
날마다 면도칼로
미켈란젤로 조각상 다듬듯
다듬은 건 물론이고
면도칼에 베인 손으로 볼링을 친답시고
벌어진 상처를 순간접착제로 붙인 뒤
열 게임이나 더 쳤던 미련곰텡였다.
하루에 가장 많이 쳤던 기록은
무려 53게임..
옛날 생각에 작년에 동생들과
네 게임 쳤다가 전신이 쑤신 게
일 주일이나 갔다..쩝

포커는 좀 심각.
후배가 잃은 돈을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여 원정을 가서
찾아 준 일이 있는 정도.
따서 갖겠다고 챙긴 일은 거의 없지만
크고 작은 게임이던
어쨌든 도박은 영혼을 갉아먹는 행위다.


지금은 이 모든 잡기들을 잊은 지 오래다
물론 9년 전인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자전거를 다시 접하면서부터다.

자전거를 숙명처럼 탄다.
그저 자전거가 좋다.
자연이 좋다.

과거에 깊이 빠졌던
그 무엇보다
이 자전거에 빠진 행위는
무척이나 오래 갈 것 같다.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왜냐하면
이전의 다른 행위들은
늘 번민과 후회를 동반했으나
자전거는 전혀 그렇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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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연골이 나빠졌다는데... (by sungkkal82) 집에서 노니깐...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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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
  • `` 금년에는 꽁트나 수필집도 한권 만들어 보세요. 청죽님.. 쉬엄 쉬엄 타세요.. 저는 요 몇년 자전거 안식년을 즐기고 있습니다.
  • 청죽님 다운 인생역정이군요.

    저는 그렇게 빠져 본게 없고
    잡기는 하나도 못 합니다.
    물론 술도 못하고....

    나름대로 취미라고 빠져 보았던 것이 있지만
    항상 초보자를 면치 못했는데....

    잔차도 구 년이면 어느정도 이력이 되었군요.
  • 대부분의 분들 보면,
    그렇더라구요...잡기에 능하면 걸출한 부분이 없다...
    저도
    각종 레포츠와 운동들을 고루 해봤지만
    특별히 잘 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 때는 에벌레 210마리 정도 잡았었는데 그걸로 볼링 접은지가 5년은 족히 되었네요..
    수영도 그렇고...패러글라이딩도 그렇고....

    요즘엔 하드텔도 점 점...시들해갑니다...>.<::ㅎ
    늘...건강 하시구요......좀 있음 풀민님께서 나타나실 겁니다요...^^ㅎ
  • 5년이 아니고...7년 째 되네요...ㅎㅎㅎ
  • 2007.2.1 21: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볼링 무쟈게 좋아하는데.. 한 4년은 안쳐본 것 같네요.
    에버리지는 150도 안되는데.. >.<;; 폼도 웃깁니다.

    나중에 볼링번개 한번 추진해야 겠는데요... ^^
  • 7년 넘었으니....감각도 없을테고 스텝도 꼬여서 파울라인 지나 기름 범벅인 레인 바닥에
    무릎도장이나 안찍으면 다행....정기 볼링번개 자주하믄 또...볼링 용품들 장만 하시는분들이 계실낀데...>.<::ㅎㅎ 여도 지름신...저기도 지름신....
    몬 쳐도 걍 하우스볼로 치는게 속은 상해도 ...ㅎㅎ
  • 靑竹글쓴이
    2007.2.1 21:21 댓글추천 0비추천 0
    한참 땐 새로 나오는 신형 볼은 모두 파서 30개의 볼링공을 보유할 때도 있었슈...ㅋㅋㅋ
  • ㅎㅎㅎㅎ....해머,컬럼비아,등등.....ㅎㅎㅎㅎㅎㅎ......
    저는 기껏해야 에폭시+우레탄 재질의 볼 하 나에 스페어 처리용의 하드 볼 하 나가
    전부였는데요....정말로 대단하신 지존 이시셨네요...ㅎㅎㅎ
  • 근디...
    53게임이믄 살인적인 게임을 하셨군요....헉~
    저는,
    혼자 가서 쳤던게 연속 20게임을 쳤는데 나중엔 심한 허기가 오며
    담 날 장단지 무쟈게 땡기던데요...엄지 손가락 많이들 다치죠...볼링에 올인들 하시면...
    인서터 끼우면 좀 낫지만...
  • 靑竹글쓴이
    2007.2.1 21:31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런데 스카이님
    하드텔이 시들해지셨다는 건 풀샥으로의 열망 탓이쥬?
    설마 잔차에 시들해지신 건 아니쥬?
  • 그러믄유~ 하드텔에만 시들 해진거라니께유~..지두....잔차로 잔디 덮을 때 까지 갈거구만유..^^:
  • 2007.2.1 21: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전타임 3시간 동안에 6천원이던가... 게임 수 말고
    시간별로 돈을 받는 볼링장이 있었는데..

    3시간동안...

    미친듯이 치다가..

    손이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쳤어요..

    엄청 쳤지요..

    점점 손가락이 부어서 구멍에서 손가락이 안빠졌어요..

    병원 갔어요..

    금 갔더라구요..

    OTL
  • ㅎㅎㅎㅎㅎ....얼마나 몰입을 하셨음...뼈가 금이 간것도 잊었을꼬....
    볼링으로 크고작은 손가락과 손목,무릎,허리부상들 많습니다...그래서 볼링 치기전엔
    반드시 스트레이칭이 필수죠...
  • 결국 잔차를 인생의 마지막 길에 같이 동반해야 된다는 진리가 ....ㅎㅎㅎ
    이것은 버릴수 없는 숙명이 아닌가 봅니다
  • 몰입...열정의 정도가 지속을...

    다 그렇게 되나 봅니다...라고 얘기 할 수 밖에는
  •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이제야 임자 만나셨군요 ^^
    제대로 놀아 보자구요
    스트레스 날리는 자전거와 함께
  • 엄청나게 장문(거의 200줄써서 그냥 글쓰기로할까 고민중에...)을 쓰다가 백스페이스 잘못눌러서
    완전 다날아가버렸네요 흐미 ㅠㅠ...

    아무튼 원내용은 잔차가 좋다는거죠 히히.
  •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靑서러우면서 竹같다는 느낌이 물신 납니다.
    글 참 담박하게 쓰십니다. ^^
  • 믿으실줄 모르지만...

    첨 볼링치러가서.. 포키를 햇습니다... 볼링의 신동이라 하더군요...

    두번째... 게스 청바지(당시엔 첨 브랜드 런칭이라서 레어 했었죠) 멋지게 입고..

    수도.. 서울.. 그것도 앞구정동... 쌍봉볼링장에서..

    소개팅 한 여자랑..(영화제작계의 거물 딸이였음..) 한게임 하는데...

    스텝을 너무 넓게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렸죠...

    레인 중간까지 갔습니다.. 주우우우욱....

    참 터래기 서더군요...

    말도 안하고 바로 싸우나로 가버렸습니다...

    볼링장 옆에 해동검도 나한일씨 하고.. 빨가벗고.. 싸우나에 앉아 서로 목례를 하고 ..

    땀을 흘리고 있으니.. 내 신세가 기가막히더군요...

    나중에 소개시켜준 후배 통해서... 대구 놀러왔더군요... 게스 청바지 사들고...

    잘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추억은 많았습니다...ㅋ

    그나저나...

    그뒤로 볼링 한번도 안쳤습니다...ㅡ-ㅡ
  • 왼손잡이라 파는 볼링화가 없었습니다.
    동대문운동장에 가서 볼링화 맞추던 생각이 납니다.

    운동신경이 둔해서 에버리지야 얼마 못 올라갔지만
    볼링장 갈 때마다 스트레스만 잔뜩 쌓여 가지고 왔었지요.

    게임 끝나고 핀세터에게 천 원짜리 한 장 굴려주던 떄였습니다.
  • 우와 청죽님 그리고 그외의 고수님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볼링 에버레지 200 당구 200 이정도였는데 뭐 명함도 못 내밀겠습니다.
    다행히 카드같은것은 안해 봤구요 ㅋ ㅋ ㅋ 특히 53게임의 신화는 감동입니다.^^
  • 청죽님 책한권 내시죠....
    출판 기념회도 하시고...
    일단 저한테 한권은 팔았습니다.
  • 글이 싯적입니다. 저는 좋아하는건 무지하게 열심히 해도 특별히 잘한것은 없어서...
  • 스카이님은....얌전히(???) 눈팅만 하는 사람 불러내시고 그러십니까???

    흠..청죽님의....이력이 새삼 무섭습니다...
    바둑이라야..소싯적...복덕방 할아버지 어깨너머로 익힌 것이 전부..(대략 7급정도..)
    볼링이라야..20대...점심시간에 동료들하고..후다닥 몇게임 하는 정도...(에벌레..150정도..)
    당구라야...대학시절 처음 놓은 30(???)이 지금도..50은 넘지 않을 듯...(우헤헤헤.....)
    포카??..는 너무 어려워 전혀...못하고..대신...
    밤새워..점 100의 고스톱은...좀 하는데...내가 끼는 판이면...이넘 저넘...다 뎀벼들어...
    내 지갑이 제 지갑인양...다 퍼가고...쩝!!!!

    다만..철칙으로 삼은 것은...
    지갑안에 있는 현금은 다 잃어도...그냥 게임값(??)이라 생각하자..라고 하여
    도를 지나치지 않고...혹여 돈잃고 친구 잃을까나...속 편하게(??) 즐긴 탓인지....
    아직 이 나이까진 그래도 불상사 없이 지냄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청죽님이 저리 뿌리는 못 뽑아도....
    저 지경(??) 되도록 지내오심은..방목(??)하여 키우심이 지나치신...
    사모님 덕이 아니올런지....(내 마눌님,,,본 좀 받으시오!!!!)
  • 캬~~~~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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