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장님 자전거는 모르긴 몰라도
70년대 무렵 생산됐을 것이다.
3년 전에 변두리 잔차포 창고에서
찾아낸 걸 겨우 구입했는데
군데군데 녹이 많이 슬어 한참을 닦아내긴 했지만
기나긴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녁을 먹은 뒤 소화도 시킬 겸해서
동네 고샅을 돌아다니거나
아니면 관공서 등에 볼일이 있을 땐
이장님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럴 땐 굳이 엠티비를 고집하지 않는다
내가 이장님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려서 처음 접했던 자전거란 이유도 있지만
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거만함이 엿보임과 동시에
작지만 음모까지 도사리고 있다.
사실 볼일을 보러 다닐 때 이걸 타고 다니면
자세부터가 시건방져 보인다.
산악자전거와 달리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사뭇 거만한 자세로 페달링을 할 뿐만 아니라
값비싼 자전거를 끌고 다닐 때처럼
조마조마 마음을 졸여야 하는 부담에서도
훨씬 자유로워진다.
그저 관공서 앞마당이나 대로변 어디에
세워놓아도 지나는 행인들에겐
그저 연세 지긋한 어르신의 자전거로
보일 게 틀림 없으니 이 또한 계략적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장님 자전거는 굳이 타고 달리지
않을지라도 두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아련한 추억의 세계로 데려다 주기 때문에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자전거다.
오늘 거금 팔천 원을 주고
이장님 신발(페달)을 갈아 신겨 드렸다.^^
페달이 어찌나 오래 됐던지
버석버석거릴 정도로 삭았지만
그간 삐걱거리는 걸 무시하고 탔었는데
결국 오늘 쪼개졌다.
장정 둘이 달라붙어
한동안 씨름을 거듭한 끝에
겨우 크랭크에서 빼낼 수 있었다.
며칠 전에 뒷바퀴가 펑크가 났다.
원시적인 부품들을 해체하느라
몽키스패너와 드라이버를 사용했는데
육각볼트에 익숙해진 탓인지
보통 고역이 아니었는데
짐받이나 받침대 등이 그야말로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쇳덩이라서
가뜩이나 힘들었다.
특히 받침대는 조그만 턱만 내려가도
'텅~!!!!' 소리를 낼 만큼 대단히 무거운
고철 덩어리라서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내게서 상당한 눈총을 받았다.
새 튜브를 넣다가 주걱으로 잘못 건드렸는지
다시 펑크가 는 바람에 다시 해체...ㅠㅠ
두 번째는 펑크 패치에 바른 본드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공기를 주입했던가
조립하고 공기를 넣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새는 바람에 지친 나머지 그날은 포기했었는데
오늘 겨우 다시 분해해서 수리를 마쳤다.
펑크 한 번에 세 번이나 해체 조립을 한 것이다.
가히 손재주가 메주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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