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비가 와서 잔차를 못 타고
어제는 하루죙일 쉬는 날이라 기대가 컸건만
같이 타는 사람은 몇 안 되고....
오늘도 몇 명에게 문자를 날렸지만
입질만 할 뿐 같이 탈 사람이 없네요.
이제는 혼자 타는 것도 이력이 나서
그냥 홀로 즐기는 라이딩을 하기로 하고 나섭니다.
진달래도 피고, 생강나무, 산수유도 피었지만
다른 꽃이 피었을까 하고 카메라를 챙깁니다.
혼자하는 업힐은 더 힘드는 것 같습니다.
누구처럼 봐 주는 아가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등산로가 변변치 못해 아줌마도 없고....
그래도 행복합니다.
잔차 타면서 다른사람 눈치 보는 사람들,
주야장천으로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복작대는 사람들,
좋아하는 싱글을 찾아 거리로는 더 멀게 로드를 타야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자존심은 있어서 기어를 한 단만 남기고 갑니다.
숨이 차오르지만 천천히 가면 어떻습니까
젊은 친구가 치고 나가길 하나
치고 나가면서 그렇게 힘이 없어가지고 어떻게 따라다니느냐는 눈총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하기를 하나
최대한 천천히 올라갑니다.
업힐의 길이가 긴 것도 아니라 곧 도착하겠지만
전에 수종사 업힐을 할 때를 연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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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에서 내리면 안되므로 가장 찬천히 가기로
속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몇 살 아래의 동호인은 특유의 몸짓으로 저만치 가더니
아예 꼬리도 보이지 않지만
중간에 내리면 안 되기에 가장 천천히 갑니다.
길은 잘 알지만 너무 깁니다.
남들은 여기보다 더한 곳도 올라간다고 하는데
중간에서 멈추는 불명예는 없어야겠습니다.
뒤에서 찻소리가 납니다.
여기 올라오는 승용차는 멈추면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순간 긴장을 합니다.
긴장한 놈의 등 뒤에서 여지없이 빵빵대는 차,
'승용차면 안되는데'하고 생각하지만
비켜 줄 마음의 여유는 없습니다.
또 빵빵댑니다.
그렇게 몇 십 미터를 올라가서 조금 넓은 곳에서 비켜줍니다.
비켜주었지만 미안하다고 손을 들 힘은 없는 것 같습니다.
흘끔 차를 보니 세상에!!
외제 4륜구동 승합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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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업힐은 거기에 대면 '껌'인데
벌써 땀이 나는 것 같습니다.
혼자가는 길은 속도는 느려도
쉬는 횟수는 적습니다.
그래도 놀러 나왔으니까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진달래를 향해 셔터를 누르지만
그림이 안됩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한 장 한 장을 찍을때마다
고심에 고심을 해서 셔터를 눌렀는데
세상이 바뀌니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경사도 약하고,
커브도 약하지만 뒷브레이크를 강하게 잡고 미끌어져 봅니다.
혼자 허허 웃습니다.
뭐 하는 짓인지....
묘지에 올라서 가져간 고로쇠 물과 간식을 먹습니다.
교회의 묘지인데 앞으로는 이렇게 한 평 차지하기도 힘들겁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화장을 해 주기를 바라지만
차마 부모는 그렇게 못하는 것이 우리네 '장례관'입니다.
땅도 모자라는데 묘지가 너무 많다고합니다.
아직 훈풍에 밀려오는 꽃내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는 봄을 보면서 가는 싱글은
희망이 있어 좋습니다.
꽃을 향한 기대가 있어 좋습니다.
풀어 헤친 옷 속으로 봄이 기어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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