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골에 내려갔었습니다.
점심 식사하고 동네 뒷산에 있는 화야산 임도엘 올라갔습니다.
외팔이 마누라 데리고....
임도에 올라가니 풍경도 좋고
두릅나무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임도가 임산물을 관리하고
화재시 진화를 하거나 불길이 더 번지는 것을 막는 기능으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 임도엘 도보로 올라가면서 느낀것은
그야말로 임산물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등산복장을 한 사람도 여러 명 보았고
아예 사륜구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으니
두릅나무는 많지만 전부 따 간 후라
그야말로 '이삭줍기'만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근무를 하였으니 오전에라도 한 잠 자고
출발을 하였으면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아침부터 머리가 띵한 상태로 고향집엘 갔었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챙기고 간 것이 아니고
그냥 얼떨결에 가다 보니까
문제가 되었지요.
임도에서 두릅 몇개를 따서 자랑스럽게 내려왔는데
핸드폰이 없는겁니다.
집에다 두고 왔는지도 모른다고
집에와서 찾아 보기로 하고
귀가하였는데 집에도 없었습니다.
그럼 직장에 두고 퇴근한 모양이라고
직장에 전화를 하였더니 없답니다.
믿을 수가 없어서 직장엘 갔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좋은 핸드폰은 아니지만
적어도 십 몇만원은 들여야 할 것을 생각하니
낮에 갔던 임도로 핸드폰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시계를 보니 여덟시가 지났습니다.
빨리 가면 아홉시 이전에 도착할 것이니
서둘러서 출발합니다.
주말이니 내려가는 길은 밀리지 않습니다.
시골집에 가니 여덟시 오십 분,
미리 전화로 막내동생에게 후래쉬를 준비시켜놓고
핸드폰도 충전해 두라고 하였는데
이 녀석이 후래쉬와 핸드폰만 내밉니다.
속으로는 같이 간다고 하면 거절하는 체 하면서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이 얄밉습니다.
집에서 가져 간 오장터 라이트를 끈으로 묶어서
주머니에 넣고 출발합니다.
'예비용' 입니다.
하늘을 쳐다보니 밝은 별이 하나 있습니다.
'저게 금성인가?'
잘 모르니 금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쪽을 보니 반달은 더 되는 달이 밝습니다.
펜션이 있는 곳을 지나자 어둡습니다.
후래쉬를 켜지 않고 잠시 달빛을 즐깁니다.
시골 출신이라 겁은 많지 않지만
솔직히 한밤중에 산엘 혼자 오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모처럼 달 그림자를 밟으면서 갑니다.
고시원을 지나 싱글에 들어섭니다.
잔차를 끌고 오른 적은 한 번 밖에 없지만
고시원 주인이 무슨 속셈으로 터를 닦았는지
싱글이 시작되는 부분이 없어졌습니다.
정년퇴직하면 내려가서 타야할 싱글인데....
산으로 들어서자 밝은 달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낮에 마누라와 갈 때도 한적하고 찬 바람이 불던 숲입니다.
옛날에는 아버지가 산에다 나무를 해 두면 그걸 지러 다녔던 곳이지만
지금은 정글이 되었습니다.
동생의 핸드폰으로 내 전화번호를 눌러서
귀에서 30센티미터 정도 떼고 듣고 갑니다.
너무 가까이 하면 신호가는 소리에 내 전화기에서 울릴 소리를
놓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걸음은 빨라도 안되고
그렇다고 느려서도 안됩니다.
빠르면
처음에는 진동이고 나중에는 음악으로 설정되어 있어 진동소리가 날 때 지나가면 안되고
느리면
동생의 핸드폰 배터리가 소모될까봐 걱정이라 그렇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삑 소리와 함께 전화기가 꺼집니다.
예비로 가져간 배터리를 끼웁니다.
오래가야 할 텐데....
불안합니다.
반팔 티에 방풍 자켓을 입었는데
덥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합니다.
땀은 나는데
한편으로는 불안합니다.
컬러링 음악이 Ever Green입니다.
이 음악 지겹게 듣습니다.
나에게 자주 전화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렇게 들으면 질릴 것 같습니다.
임도에 올라섰습니다.
이제 달빛이 보입니다.
무공의 고수처럼 발걸음을 가볍게 사뿐사뿐 걷습니다.
핸드폰을 잃어 버린 곳으로 의심되는 곳이 세 군데 정도 있습니다.
한 군데는 임도 정상 못 미친 지점의 작은 개울가 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 수량도 충분하여
지나가는 등산객이나 동호인들이 머문 흔적이 있습니다.
주변에 소주병, 개스통 등이 몇 개 있지만
그래도 깨끗한 편이라
그 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셔터속도가 안 나와서 돌에 손을 올려 놓고 찍느라
거기다 핸드폰을 빠뜨린 것 같습니다.
물소리가 들리니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진동일 때 지나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서서 재다이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립니다.
물 가에 왔는데도 내 전화기에서 울리는 소리가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몇 번 찾아 보았지만 없습니다.
더욱 불안해집니다.
이러다가 임도 정상 오른쪽에 있는 작은 봉우리
정상까지 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입니다.
모든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걷습니다.
모퉁이를 두 개 돌았습니다.
이 부근에서 두릅을 몇 개 땄었습니다.
잠깐!!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서서 다시 다이얼을 합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보니 들립니다.
이 부근입니다.
다시 눌러 봅니다.
언덕에서 소리가 들리는 군요.
이 기분~~
경사가 상당히 심하여 올라가다가 몇 번 미끄러진 곳입니다.
다시 그 곳으로 올라갑니다.
한 손으로는 후래쉬를 들고
한 손으로는 나무를 잡고....
소리는 나는데 어디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 다이얼을 합니다.
귀를 기울이고 듣는데
발 밑에서 소리가 납니다.
핸드폰이 엎어진 상태로 반 정도
흙이 덮여 있습니다.
한 숨이 나옵니다.
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집에 딸래미에게도 전화를 합니다.
내려갈 때 피곤하던 것이 사라졌습니다.
혼자 씨익 웃습니다.
혼자 허적허적 산길을 내려 옵니다.
서두를 것도 없지만
빨리 가고 싶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에~ 버~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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