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술이 센 아들놈

靑竹2007.05.12 23:57조회 수 1552댓글 26

    • 글자 크기


군입대를 앞둔 아들놈이 하나 있다.

그런데 놈이 술이 무척 세다.

보통 소주 두세 병, 많을 땐 소주 대여섯 병 정도인데

웃기는 건 놈의 외양을 보고는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놈이 평소 귀가할 땐

"아빠~ 다녀왔습니다"

하는데, 술이 떡이 되면 구사하는 언어의 철자가 달라진다.

"아부지~ 나 왔소."  (ㅋㅋ제 엄마 말투를 흉내낸다.)

"엉? 왔소? 이런 존만....ㅡ.ㅡ"


그참.

유전형질은 한 대 걸러서 나타난다더니

놈이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는가 보다.

일찌기 그처럼 술이 센 사람을 아직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나의 아버님의 주량이 엄청나셨으니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버님의 아들인 나는 어떠한가.

소주 한 잔에 얼굴이 칠면조 낯짝이 돼서

인사불성이 되는 나는 아마도 외탁한 체질이리라.


예전에 상도동에 살던 시절의 여름밤이었는데

어떤 만취한 취객 하나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고함에 고성방가에 전봇대 껴안고 울며 소란을 피우기에

산책 중이던 나도 구경을 갔었는데

맥주 반 컵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우주의 흥망까지 고뇌하며 생쇼를 벌이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남동생 즉, 나의 사랑하는 외삼촌이셨던 것이다.

갑자기 엑스파일에 직면한 난 과감히(ㅡ,.ㅡ) 구경군의 지위를 포기하고

사태 수습의 중책을 맡아 부랴부랴 널부러지신 외삼촌을

염습..(엥? 아이고~무신..) 아니..부축해서 집으로 모시고 갔던

일화가 있으니만큼  외탁이 거의 확실할 것이다.


삼십 년 골초였던 내가 대오각성,

담배를 끊었더니 놈이 대신 골초가 됐다..으흐흑..

매일 끊으라고 성화를 하지만

바람만 불면 사시나무 바스락거리듯

말만 나오면 '아..예예..아부지' 소리를 자동으로 복창하니

잔뼈 굵은 놈 패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훌쩍~


아무튼 술, 직장일, 담배, 컴터 오락 외엔 전혀 관심이 없어

몸이 약해 보여서 놈을 잔차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차 유혹해 보았지만 통 관심이 없다.

내 유혹에 늘 돌아오는 대답은

"자전거 그거 엄청 좋은 운동유.."

"이놈아 그러니까 같이 타자니깐?"

"그래도 나는 싫소이다..아부지나 많이 타소. 흐흐"


이게 다 내 탓이다.

놈이 중학교 다닐 때였다.

싫다는 아이를 어거지로 자전거에 태워 한강에 나간 적이 있는데

평소 열심히 타서 단련됐던 나와는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어야 했는데

마냥 앞에서 밟아대서 어찌나 달렸는지 문득 뒤돌아보았을 땐

놈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오다가 넘어진 건 아닐까 걱정도 돼서

되밟아 가려던 차에 저멀리서 가물가물 놈이 달려왔었다.

그러나 혀를 빼물고 다가온 아이를 보자마자

사려 깊지 못한 난 곧바로 다시 출발하여 양화대교 아래까지

내쳐 치달리고 말았으니 파김치가 된 녀석이 입이 댓 발 나와서


"아빠~ 나 앞으로 자전거 다시는 안 타"


하고 투덜댔지만 한참때 아이의 대수롭지 않은

불평이라 생각하고 무심코 웃어넘겨버렸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자전거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아들놈의 태도는

그 당시의 지겨웠던 기억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후회가 많다.


아무튼 자전거에 대한 놈의 적대감을 없애 주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 중인데

당근작전이라도 짜서 놈을 꼬드겨야겠다.



"수카이 님~ 나 왔소" (아들놈 흉내다..ㅋㅋ)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6
  • 그 동안 얼마나 바쁘셨는지~~~~~
  • 글 안올리면 스카이님이 숨넘어 간다는거 아셔야죠 ^^;;
  • 靑竹글쓴이
    2007.5.13 00:01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스탐님 죄송혀요. 별고 없으셨지요? 반갑습니다.
  • 아 ! 청죽님...
    다행이 규화보전을 연마 하시고계신것이 아니었군요.
  • 靑竹님

    기다림이었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7.5.13 00:07 댓글추천 0비추천 0
    산아지랑이님/ 뽀스님/ 반갑습니다.
    못난 인간을 기다리셨다니 민망하옵니다.^^
  • 컴백하셨군요.
    글은 안쓰시더라도
    하다못해 댓글신공이라도 펼치시지요^^

    눈 빠진 사람 여럿입디다.
  • 댓글부터 달고 글읽기는 처음입니다.
    정말 반갑네요. 오랜만에 글올린죄로, 하루에 한번씩....
  • 드르렁~퓨~퓨~=33 커..커..커~헉=33(청죽님의 인기척 소리에 졸다가 놀라서 깬 수카이의
    잠꼬대 소리...^^:::)

    아니아니~이론이론~어라리~까~까~꿍~((((((화들짝~)))))))
    청죽님 이거이 월매만여유...ㅠㅠ....
    그간 무사무탈 하셨는지요???....
    ((((((와~락~)))))) (청죽님의 녹색폰트글이 떠 있는 모니터를 껴앉는 수카이의 모션 소리..)

    그러잖아도
    풀민님께 쪽지로 여쭈어 봤었드랬습니다요....역시나 효과가 만~쩜 입니다...ㅎㅎㅎㅎ.....

    연초 까지만 해도
    제 핸드폰에 전번이 입력되어 있었는데
    이누무 핸드폰이 못난 쥔좡을 닮았는지 그만 굴~꺽을 해버린 탓에
    연락을 드리고 싶어도 못드렸지요...

    쪽지로 연락처 좀 다시 주셔유.....

    아드님이 벌써 군대를 갈 나이가 되었군요...아이구...또 한동안 마음이 휭~하시겠지만
    그래도 힘 내시고 건강조심 하시구요..
    조만간 함 뵙도록 하시지요...^^
    너무너무 반갑습니다요...ㅣ^^/~*
  • 靑竹글쓴이
    2007.5.13 00:29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름선비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사진으로 본 선비님 댁 주위의 풍광이 너무 아름답더군요. 구름위에서 산책을 하시는 듯한 선비님의 홀로라이딩을 상상하자니 부러움이 솟아납니다.

    스카이님/ 반가워유~ 심정적으로 좀 꼬이는 일이 있어 잔차질까지 쉬었다우. 그러나 시앙쥐가 풀방구리를 두고 어딜 가것슈^^ 다시 들락날락..ㅋㅋㅋ 아무튼 건강하시고..거시기..띠동갑....(헉..버릇이 돼서 자동으로 나온다..)

    =3=33=3333=333333333

  • 청죽님 없는 동안 수카이님은
    개방파 방주에 취임 했습니다.
  • 수카이님!! 아이고 이런 죄송할 때가....
    으찌된 일인고 하니~~~
    저도 이 글 읽다가....수카이님 댓글을 읽고...제 쪽지를 확인하게 되어쑤만요..헤헤...끅쩍!!!

    암튼 제가 알기론..청죽님...전화기 잃어버리셨다던가..번호가 바뀌셨다던가...
    (둘다 아닌가???...너무 늦은 밤이라 전화 해볼 수도 없고...쩝!!!)
    암튼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죙일 봉사활동 갔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미처 쪽지 못봤었습니다...

    청죽님...!! 나뻐!!!
    그렇지 않아도 오늘 곰소리 만나서 물어보았더니,...어디 여행가시지 않았나...하더니만...
    우리 자미사 컬럼에 글이 올라와 있기에..혹여 해서 들려봤더니만....여기 계시네요....

    담주에..한번 연락 드리겠습니다.....(이젠 무릎에 바람 안들어와서 곧잘 나다닌답니다..)
  • 靑竹글쓴이
    2007.5.13 0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산아지랑이 님/ 개방파 방주에 오르기 위한 자격 요건 중에

    [처자가 있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술에 만취가 돼서 잔차 껴앉고 다리 밑에서 풍찬 노숙을 10회 이상
    경험한 자일 것]

    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과연 수카이님이 결격 사유가 없는 분인지 단디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사하면 다 나오는데요. 아니라면 바로 탄핵감입니닷..ㅋㅋㅋ
  • 청죽님 글이 안보이는 듯 해서 자게 지키려고 제가 글을 다 올렸습니다...
    역시 청죽님 글이 제일이네요. 팬 생각해서 너무 뜸하게 외유하지 말아주세요... ^^
  • 앞은 자기가 총각이라 하니, 혹여 숨겨논 처자식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뒤는 분명히 해당사항이 많은것으로 압니다. 주위에 증언이 만만치가 않아요.
    수카이의 명정 사십년이 기대 됩니다.
  • 가만...산아지랑이님도...참...얼렁 주무셔유~!!^^
    낼...산에 가신다고 허시드만유....ㅎㅎ....

    지는 유...앞,뒤로 완죤 총각여유....무신 말씀을 그러 허신데유....
    가만...
    요즘 따라 8도의 사생아들이 저를 찾는다는 소..........^^::
  • 하하, 청죽님 글이 드디어 올라왔군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그런데 벌써 아드님이 군대를 가세요??
    (헉, 저랑 10년 차이도 안나겠군요..)
    군대에 대해 생각하고 두렵기도 했던 시절.. 그 마음속에 무언지 모를 에너지가 꿈틀대던 그 시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게 청춘이었나 싶어요.
    그러고보면, 벌써 전 늙었나봐요..;; 큭
  • 청죽님...덥썩!!와롹~!!(괜시리 아는척..-_-;;)
  • 자게는 역시 청죽님의 맛들어진 글이 있어야.....................

    저도 아들놈과 멋드러진 랑데뷰를 꿈꾸며 중 1되던해 같이 타기 시작했읍죠.
    입문용 한대 사 주고..
    몇번은 잘 따라 다녔습니다.타다 보니 제 욕심에 점검 거리는 길어지고.
    40,,,60km...

    잘 돼가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타기를 거부하는 겁니다.
    왜그러냐는 힐난성 질문에.. 그냥 공부도 해야 하고,, 다른 할일이 많다고,,

    나중에 제 에미한테 들으니..
    과묵한 성격에 힘들다는 말도 하지 못했나 봅디다.
    (아비한테 맞아 죽을 것을 걱정했을지도)

    그뒤론 자전거 처다 보지도 않을 려고 해요.

    그놈이 타던 잔차, 제 마실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시 녀석과의 데이트를 꿈꾸지만,,,이제는 학교다, 학원이다,, 제가 지켜보기에도
    힘는 녀석입니다.

    대학생이 되면,,,,,^^
  • 청죽님~~그 동안 뒤쪽이 뜨끔 했을듯한데요~ 스카이님이 째려 보았다는거 아닙니까 ㅋㅎㅎ
  • 어디 가셨나~~무슨일 나셨나 ??? 해서 ...........음헤헤
  • 군대다녀오면 자연스럽게 라이딩으로 유도하는 작전을 ^^....
  • 청죽님 오랜만입니다.
    때가 되면 아버지 따라 같이 라이딩할 날 있겠지요.
    힘 비축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할려고 지금은 휴식기라 보면됩니다.
    부럽습니다. 그런아들이 있어서.....
  • 청죽님 오래만에 컴백(요즘젊은가수들처럼)하셨군요^^
    무슨일이있나? 하고...쬠**을 했드랫읍니다.
    방금 라이딩 다녀와 샤워 마치고...님 아디를 보니 넘반갑네요.
    자주 웃게해주이소^^
  • 靑竹글쓴이
    2007.5.13 20:36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건그래 님/ 아무튼 고맙습니다. 어줍잖은 제 글보다 사실 진솔한 사연들이 왈바엔 훨씬 더 많습니다. 사실 그런 글들을 읽는 게 재미도 있고요.^^

    로딕 님/ 반갑습니닷!!! 기억해 주시고 반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하늘바람향 님/ 이제 팔을 좀 풀어 주시죠..ㅠㅠ 어젯밤 덥썩 와롹 이후로 해제를 안 하시니 오늘 잔차질도 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mskd21 님/ 반갑습니다. 혹시 아드님께 엄하신 편이신지요? ㅎㅎ 아들과 더불어 동반라이딩을 하시는 분들이 항상 부럽더군요.

    nemiz 님/ 반갑습니다. 금연은 성공적으로 해 나가고 계시지요?

    KANGHO 1001 님/ 제가 동해로 먼저 돌까요? 서해안을 타고 내려가십시오.ㅎㅎㅎ 부산 쯤에서 만나지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12월19일생 님/ 반갑습니다. 사실 글을 잘 안 올려도 댓글은 충실했었는데 요즘 한동안 적조했었네요. 자주 들리겠습니다.
  • 진솔하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잘 읽었슴다. 저도 아들만 둘을 두고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아직 어려서인지 자전거 타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다만 성장이 빨라서 벌써 3대째 바꿔주고 있답니다.ㅎㅎ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면 가족 전체가 산악 라이딩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잘 따라 줄지는 미지수죠. 처음 잔차를 시작해서는 부부 라이더가 부럽더니 이젠 가족 라이더들이 제일 부럽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69
188097 raydream 2004.06.07 389
188096 treky 2004.06.07 362
188095 ........ 2000.11.09 175
188094 ........ 2001.05.02 188
188093 ........ 2001.05.03 216
188092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1 ........ 2000.01.19 210
188090 ........ 2001.05.15 264
188089 ........ 2000.08.29 271
188088 treky 2004.06.08 263
188087 ........ 2001.04.30 236
188086 ........ 2001.05.01 232
188085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84 ........ 2001.05.01 193
188083 ........ 2001.03.13 226
188082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1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80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79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78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