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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점령당했습니다.

靑竹2007.05.24 20:53조회 수 1560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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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 되면서 세간살이(주로 책)가

부쩍 많아진 딸아이가 공부방이 비좁다며

당태종 이세민이가 안시성을 내어놓으라며

땡깡을 부리듯, 넓은 안방을 써야겠다고

며칠 전부터 안방 공성작전에 들어갔었는데

20년 넘게 함께 성을 사수하며 살아온

쫄따구(마눌)와 안시..아니 안방성 수성에

전력을 기울여보았으나...으흑흑..


가시고기의 눈물겨운 부성애와도 닮은

기러기아빠가 주위에 지천이지만

내가 남들 다 보내는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낸

변변치 못한 위인이라는 사실과

치사랑은 절대로 내리사랑을 따를 수 없다는

고금의 진리는 아군(마눌과 나)의

급격한 전력 약화를 초래하고 말아

공성전 개시 삼 일 만에 눈물을 머금고

백기를 내걸며 딸뇬에게 항서를 쓰고 말았으니


늦은 봄의 하늘도 눈물과도 같은 비를 내려

23년 안방 사직의 종말을 슬퍼하노니..훌쩍

(에구..너무 오버한다)




비도 오는데
하루 왼종일 딸아이와 방을 바꾸느라
잠간 한 번 답글을 달았던 외에
한 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아비가 부실해 뭐 하나 제대로
뒷바침을 못하는지라
늘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었는데

그래도 늘 명랑한 딸아이는
매일 티비나 보며 빈둥빈둥 노는 것 같은데도
신통하게도 상위권에서 잘 뛰어놀더군요.
그래도 2학기가 다가오자 공부 좀 하려는
분위를 잡는답시고 방을 맞교환하자는
제의를 한 것이니....

마눌과 저는 사실
활짝 웃으며 바꿔 준 것이죠.


오늘부터 마눌과 저는 문간방 신세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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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잘하셨습니다.

    우리 아들녀석은 저학년 때는 서울대 간다고 하더니만
    점점 떨어져서 시골의 사범대를 '후보2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딸내미는 지 오래비가 내신 못 받는 것을 보고
    조금 약한 학교로 가서
    그럭저럭 상위권에서 놉니다.

    애비가 시원찮으니
    사립대는 생각도 말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큰 놈과 같이 국공립대에 들어갔으면 좋으련만~~

    딸내미는 현관입구의
    골방에 사는데

    방 바꿔 달라고 안 하는 것이 기특합니다.
  • 다행이 자식이 하나라서 방내줄일없지만....
    안방내주고, 문간방 생활하는 부부 의외로 많습니다.
    제 아들놈도 고3인데 공부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 나중에 뱅기 못타면 ~~잡아다가 때리세요 ^^(농담입니다)
  • 1년 전 제 누이와 매형이 겪은 고초를(?^^) 청죽님께서도 겪고 계시는군요...ㅎ
    제 여조카 녀석이 작년에 그랬었죠.
    인석도 제가 가보면 늘상 음악이나 듣고 티비나 보고 있는 모습만 봤는데
    학원은 단과만 두어번 보냈었죠....대부분 학교나 집에서 공부를 하더랍니다.

    다행이
    올 해 그럭저럭한 대학에 진학 했고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삘이 꼿혔는지...아님은 미리 겁먹어서 그런건지
    공부에 미친 거 같습니다..ㅎ

    올 해 초 부턴
    방을 넓혀 주고 안방을 다시 접수 했다는군요..^^

    오늘이 딱~였다란걸 따님께서 깊이있고 사려 깊은 생각을 했네요...
    비 오니까 청죽님 잔차타러 않나가시잔유....^^
    청죽님은 그런 속 깊은 뜻도 모르시고....험~=33 =====333=3==3=333========ㅎ
  • 靑竹글쓴이
    2007.5.24 21:30 댓글추천 0비추천 0
    분명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 듯한데
    별다른 이유 없이 잔차질을 3개월 못한 것 같습니다.
    잊을 만하면 고작 동네 뒷산에 한 차례 오르는 게 다였으니까요.
    미친듯 질주하던 본능은 다 어디로 갔는지...ㅋㅋ
    그러다 어제 비로소 강화대회에 출전하는 갑장을 따라
    의정부 북부지역을 한 바퀴 돌아오는 80여 킬로의
    도로라이딩을 따라나섰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후유증이 대단해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 허리, 어깨, 등등
    안 쑤시는 곳이 없는 걸 보니
    자전거 타는 일이 전신운동이란 게 비로소 실감납니다.
    미친듯 쏘다닐 땐 하루 백 킬로 정도 타서는
    탄 듯 안 탄 듯 맹송맹송했었는데 말입니다.ㅋㅋㅋ

    오늘은 비가 와서 다들 변변한 라이딩을 못하셨겠군요.
    편안한 밤들 보내십시오.
  • 저는왜그시절에 배부른생각만한걸까요...
    그덕분에 영하20도에서도 박스놓고 공부를해야했던 뼈저린 추억이...
  • 고3적....하루에 비디오 2편씩 꼭봤더랬죠. 비디오가게에서 VIP회원이였습니다.
    수능문제를 비디오문제로 냈음......
  • 휴~~
    재작년..이 정릉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는....큰놈 작은넘....뒤엉켜 좁은 방에서 같이 지냈건만...
    (어머님이 병석 중이라 방하나를 차지 하시고..안방을...아이들에게 내 주고...우리 부부는
    문간방 신세...)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안방으로 입성(??)..
    아이들에게도..드디어 각각의 성을(??) 하사하노니.....이젠 만사형통일 줄 알았건만...

    하라는 공부는 내팽겨치고...군것질 감춰놓고 혼자먹기...
    만화책 빌려다 꼬부치기...하다 못해 자기가 자고 일어난 침대보 하나 정리를 안하는 넘들....

    까이꺼...공부하겠다고...집한칸 새로 장만해 달라면...
    내 비록 월세 살아도 그넘 집한칸 못마련하겠수??...

    하지만..이젠 노 잃어버린 나룻배 마냥...바람부는대로...흘러 갈 밖에......

    (청죽님은..이상한 방법으로...애 자랑을....늙으막에..웬....애들 자랑이슈?? 헹!!)
  • 풀민님 이번 기회에 늦둥이 딸로 하 나 순풍 낞으심이....^^:: ㅎ===333======333====
  • 靑竹글쓴이
    2007.5.24 22: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안 그래도 풀민님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계실 겁니다...

    =3=3=3 (에고 허리가 쑤셔서 도망도 못 치네)
  • 청죽님의 글을 읽다보니 10여년전에 서재를 빼앗기던 슬픈 기억이......^^;;;;
  • 좀 어째 이상하다는 느낌이 옵니다.
    어른과 아이가 바뀐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희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거든요.
  • 글쎄요.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고, 또 청죽님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셨겠느냐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아이들이고 어른은 어른인데 안방마저 내주었다는 것은 좀 ......
  • 음악감상실용으로 사랑방을 조금 크게 장만해놓았더니 늦동이 딸이 점령해버렸습니다.
    전 잔차나 타면서 밖으로만 빙빙 돌고있습니다.오디오 물건너 갔습니다.
    그래도 살펴보니 잘못설계한 뒷베란다가 유일한 저의 공간,,,
    3미터x4미터짜리 베란다에 쫒겨나면서 홈트레이닝장소를 만들고 거기다가 트랜지스터 한대 갖다놓고 쓸데없는 운동만 죽어라 하고 있습니다.^^
  • 제 처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을 위해
    공기 좋고 햇볕 잘드는 안방을 내어 주자는 것을 극구 저항하여 겨우 없는 걸로 하였습니다.
    벌써부터 안방 내어 주기가 싫더군요.
    저도 안쓰럽기는 하지만 버틸수 있는 한 버텨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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