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비치

靑竹2007.06.04 22:32조회 수 1269댓글 13

    • 글자 크기


예전에 브이 브레이크의 핀이 빠져서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잔차를 끌고
의정부에서 잠수교 남단의 모임 장소까지 가면서
너무도 힘든 나머지

'아이고..늙었나 보다..노인네들의
한 해가 다르단 말이 있더니 이런 건가'

라고 생각했을 뿐, 생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약속 장소까지 쉬지 않고 갔을 정도로
정비에 관한 한 맹꽁이인 위인이 저랍니다.
그저 타는 일에만 정신이 온통 팔려 있을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간단한 손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제 잔차에게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같이 타는 주위 분들이 소음을 지적해도

"거..알긴 아는데 소리가 나다가 안 나면 왜 그런지 심심혀.."

라고 얼버무리고 그냥 탑니다.
그러다가 결국 답답해진 일행이 제 자전거를 손보게 되더군요.
이런 일련의 일들은 모종의 음모가 도사린 건 절대 아니고
단지 게으른 저의 습성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요즘 주로 같이 타는 사람은 동갑내기 분인데
같은 시대를 살아와서 공감대가 많은 탓인지
서로 잘 이해하면서  몇 년 동안 늘  봐도
한결같이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그 갑장께서 정비 쪽에 관심이 꽤 많습니다.
잔차만 보면 이것저것 궁금하게 생각해서
쪼물락거리며 만지길  좋아하더군요.
오늘도 예외 없이 제 잔차를 들여다 보더니

"어따..디스크 브레이크가 한쪽으로 몰려서 거의 닿아 있군요"

"엥? 잘 굴러가기만 하던디요?"

했지만

"아닙니다..이대로는 안 돼요"

하면서 분해하는 겁니다.
'아..이 친구 또 깔끔증과 궁금증이 도졌구만' 하고 생각하면서

"거 갑장께서 늘 정비를 해 주시니 고맙게 타긴 하지만서도
늘상 불안합니다"

"뭐가요?"

"거 왜 있잖소...싼 맛에 쌍꺼풀 수술 야매로 맡겨 놓은
주부들의 불안한 심정..이를테면 뭐 그런 거지요..헷헷"

"푸핫~ 걱정 마세요.
이래봬도 제가 디스크 브레이크 전문입니다"

"엉? 전문이란 분이 몇 년 동안 왜 브이 브레이크만 씁니까?"

"중이 제 머리 못 깎잖수..ㅎㅎㅎ"

그런데 신통한 건
이 갑장님과 둘이서 라이딩을 마치고 나면
잔차가 너무도 조용하고 매끄럽게 잘 나가는 겁니다.
게다가 오늘은 체인이 튀는 원인도 하나 밝혀내더군요.
그참..
이러다가 잔차가 변심을 해서 손길도 주지 않는 절 버리고
울 갑장님에게로 도망을 가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입니다.

낼부턴 하다못해 잔차에 묻은 진흙이라도 좀 닦아 주어야겠습니다. ㅎ~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3
  • 요즈음 디스크가 대세 인지라
    주변분들 거의 디스크 입니다
    문제는
    청죽님처럼 아무도 정비를 못(안?) 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소리난다고
    제게 봐 달랍니다
    저는 아비드 SL림브렉 쓰는데여
    디슭으로 바꿔서 블리딩부터
    제대로 공부해얄 것 같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7.6.4 23: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이고 목수님. ㅋㅋㅋ
    마음 놓고 이사가도 괜찮을 곳이 하나 생겼습니다.
  • 저도 전용 메카닉 모시고 다닙니다.^^
  • 디슭에서 소리난다고 해서
    제가 타보면
    소리 안납니다
    상대방은
    잔차가 주인알아 본다고
    잔차 바꾸잡니다
    근데여
    제 잔차가 쪼금 더 비싸여(제가 조립해서리) ㅋㅋㅋ
  • 靑竹글쓴이
    2007.6.4 23:31 댓글추천 0비추천 0
    목수님이시니
    보나마나 목재로 꾸미신 자전거겠지요?

    =3=33=333333333
  • 그거이
    연장이 시원찮은 것 들이라
    (못난 목수가 연장 탓 한다나... ^^;;)

    청죽님 일산 오셔요
    목재 자전거는 못 드려도
    시원한 여름 낮잠용
    목침 정도는 만들어 드리죠
    (근데 요즘 연장 날이 잘드나?...)
  • 읽고나면 언제나 훈훈한 내음이 파고드는 청죽님의 맛깔스러운 글! 자주좀 써 주세욧!
  • 저도 간단한 정비도 샵에서 합니다.
    전에 같이 타던 분이 잔차 손봐주는 것을 좋아해서 좋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모품도 자주 바꾸게 되네요^^
  • 아무래도 자전거가 혼자서 그분에게 갈지도 모르겠네요
    정비 잘해주는분이 좋다고 ^^
  • 저 역시...정비는 저의 샤부님께서 발견 하시고 해주시거나....
    단골로 가는 샾 사장님께 부탁 드리는 신세 입니다요...워낙 기계치인지라...^^::
    두바쿠 띠동갑도 정비 좀 부탁 드려유~!!^^ 청죽님.....므히히히히....
    건강히 잘 지내시쥬?......ㅣ^^/*
  • 청죽님이 기계까지 잘 다룬다면 그건 불공평한 처사일 겁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걸요? 그렇지요? ㅎㅎㅎ
  • 靑竹글쓴이
    2007.6.5 19:54 댓글추천 0비추천 0
    glamour 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너무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구름선비 님/ 꼼꼼하셔서 정비도 잘하실 줄 알았는데 아니신가요? ㅋㅋㅋㅋ 스탐 님/ 스탐님께서 충동질만 하지 않으신다면 제 애마가 가출하는 일이 없도록 어캐 설득해 볼 수 있것는디요..쩝

    오늘 관상을 보는 눈이 보잘 것 없는 걸 또 깨닫네요. 수카이님은 정말 잘 고치실 것 같은데요? 아녔슈? ㅎㅎㅎ mystman 님/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요. 어캐 정비라도 좀 안 될까유? 흑흑
  • 할줄 아는게 없다고 하시는 분들께서,,,
    의외로 너무 잘하시는게 많다는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8103 raydream 2004.06.07 389
188102 treky 2004.06.07 362
188101 ........ 2000.11.09 175
188100 ........ 2001.05.02 188
188099 ........ 2001.05.03 216
188098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7 ........ 2000.01.19 210
188096 ........ 2001.05.15 264
188095 ........ 2000.08.29 271
188094 treky 2004.06.08 264
188093 ........ 2001.04.30 236
188092 ........ 2001.05.01 232
188091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90 ........ 2001.05.01 193
188089 ........ 2001.03.13 226
188088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7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86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85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84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