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텃밭 (동네야산)

靑竹2007.06.10 00:33조회 수 836댓글 5

    • 글자 크기


집만 나서면 주위에 야산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지형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동네 야산을 '텃밭'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그저 밥을 먹고 난 후 뒷짐을 지고 둘러볼 수 있는,
혹은 돼지우리 구정물에 쌀겨를 부어 주러 갔다가,
아니면 불을 때고 남은 재를 삼태기에 담아
두엄자리에 버리러 갔다 오다가 틈틈이 들려
잡초도 좀 뽑아 주고 김도 적당히 매줄 수 있는
그런 곳이 텃밭입니다.

주인의 손을 자주 타서 그런지
꽤 열심히 가꾼 비옥하고 너른 밭보다
오히려 작물들이 더 알찬 데가 텃밭이지요.
텃밭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가까운 거리로 인한 신속한 식량의 조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늘 어머니께서는 된장찌개를 끓이시면서
한 편으로는 종종걸음으로 다니시며
얼갈이 배추도 솎으셔서 고춧가루에 버무려
참기름 몇 방울 두르신 고소한 겉절이를 만드시고
텃밭 주위에 심은 호박 넝쿨에서
싱싱한 호박잎을 따 오셔서 밥 위에 찌셔서
된장찌개와 함께 내어 오시곤 했습니다.

사실 동네 야산을 자전거로 돌아보자면
등산객들과 조우하게 마련인데
늘 미안한 마음이 들어 굽신굽신
인사라도 열심히 건넵니다.
그렇게 굽신거리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텃밭의 잡초를 뽑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가끔 걱정스러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 조그만 텃밭에서 다운힐을 하면서
속도 경쟁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입니다.

골이 조금만 깊은 곳에 가면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동네 야산엔 등산객들이 매우 많아서
빠른 다운힐은 상당한 위협이 될 게 뻔하니
이러다 행여 텃밭을 갈아엎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오늘 다운힐 속도 기록을 깼다'고

자랑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스스로 깨우칠만한 사람이라 판단이 되었기로
속으로만 앓았습니다.

텃밭을 오래 가꾸고 싶습니다.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다가도 내키면
하시라도 올라갈 수 있는 텃밭을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5
  • 시골 풍경화 같은 글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뜨끔했습니다. 저에게도 직장 가까이 텃밭이 있기에 충분히 공감가며, 오랜만에 무거운 분위기를 떠나서 목가적인 표현으로 라이더로써의 기본 덕목중 하나를 일깨워주신점 감사합니다.
  • 공감합니다.청죽님...
    MTB를 사서 다시 산에오른건 몇번 안되지만...항상 내리막내려갈땐 등산객분들이나 산책나오신분들껜 지나가면서 "죄송합니다.""실례합니다."를 꼭 말씀드리고 내려갑니다.
    오래오래 텃밭을 가꾸려면 그정도는 당연한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 좋은 텃밭이 주위에 있어서 부럽습니다.
    하기야 저는 한강이 있으니까요.
    의정부 제가 자란곳입니다. 나이더먹으면 그곳으로 이사 갈겁니다.
    그때까지, 텃밭 잘 가꾸어 놓으세요.
  • 텃밭은 잘 가꾸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텃밭이라고 마음 놓으시면 .......그때는 내 텃밭이 아니죠 ^^;;
  • 산골짜기에 사니 텃밭에는
    정적이란 놈과
    메아리란 놈만 삽니다.

    상전벽해가 되면 모를까
    내가 사는 동안은 갈아 엎을 일은 없을 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3061
188096 raydream 2004.06.07 389
188095 treky 2004.06.07 362
188094 ........ 2000.11.09 175
188093 ........ 2001.05.02 188
188092 ........ 2001.05.03 216
188091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0 ........ 2000.01.19 210
188089 ........ 2001.05.15 264
188088 ........ 2000.08.29 271
188087 treky 2004.06.08 263
188086 ........ 2001.04.30 236
188085 ........ 2001.05.01 232
188084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83 ........ 2001.05.01 193
188082 ........ 2001.03.13 226
188081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0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79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78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77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