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술이 세다.
반면에 난 술에 젬병이고.
아주 가끔 이 마눌님이 술 한 잔 하자고 꼬드긴다.
그럴 경우, 전투적으로 거절하곤 하는데
거절하는 여러 이유들 중에 말못할 이유가 하나 있다.
평소 낭군님 알기를 하늘 이상으로 아는 냥반이
약주가 거나해지시면 날 부르는 호칭부터
나사산이 어긋나듯 슬그머니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삼강을 물구나무 세우고 오륜에 얼차려를 주기 때문이다.
마누라: "어이~"
청죽: "(엉?) 네?"
뭐 더 길게 쓰지 않아도
이 두 마디면 상상력이 어지간한 분이면
대강 그 뒤의 그림이 그려지리라.
그런데 어젯밤 정조를 허물고
마눌을 따라 호프집엘 가서
500cc짜리 두 잔을 마셨다가
헤롱헤롱 집으로 돌아와 댓자로 뻗어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들으니 웬 열혈 청년 하나가
아파트 화단에 앉아 전화를 하는데 술이 떡이 된 듯
혀가 꼬부라진 큰 소리를 내는 통에 잠이 깨고 말았다.
처음엔 나무라려고 하다가
가만히 들으니 이친구 사연이 꽤 재미가 있다.
창문도 안 닫고 도로 잠자리로 와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그 사연을 듣노라니
예전에 황인용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심야 프로인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은쟁반에 옥구슬이 또록또록 굴러가는 소리처럼
발랄하기 그지없었던 목소리의 서금옥씨가 진행하던
'밤의 데이트'를 듣는 기분이다.
에고고...
내가 듣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이제 막 사연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이 친구 말이 점점 멀어져가는 걸로 봐서
아마 일어나서 제 갈길로 가는가 보다...쩝
그럼 난 뭐여?
에라..잠이 다 달아나고 말았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눈이 말똥거리게 된 김에 컴을 켜고
엊그제 쓴 글에 댓글이 달려서 보았더니
십자수님 염장 댓글이라
심야에 혈압이 오른다...우히히
예전에 바둑에 몰두하던 때였는데
그 때도 잠이 안 와서 일어나 컴을 켜고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들어갔었는데
마침 대기실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데
어찌나 재미 있는지 배꼽을 쥐고 웃으면서
한 시간 이상을 지켜본 적이 있다.
뭐 대강의 기억을 살리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가: "요즘 뭐하나?"
나: "백수사업이지 뭐"
가: "뭐든 해야 할 거 아녀"
나: "그래..해야지..그래서 자네 사업장 견학을 가 볼까 해"
가: "이 야심한 밤에?"
나: "왜 지금이 한창 영업중일 때가 아닌가?"
가:"그렇긴 한데 오늘따라 손님이 별로라 닫으려고 생각 중이었지"
나: "그렇군.."
가: "요즘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어"
나: "그래? 고무적인 일인데?"
가: "다양성의 사회니까 아무래도 메뉴를 늘리는 게"
나:" 잘 생각했어..."
가: " 사실 우동 한 가지만으로도 힘은 들지만...어쩌겠어?"
나: "늘리려는 상품은 뭐지?"
가: "음...김밥과 오뎅 쪽으로 거의 굳히고 있어"
나: "와! 좋은 생각이네?"
이 둘의 대화가 이러면서 거의 한 시간 이상을 가는데
새벽 서너 시쯤 되긴 했으나 다른 이용자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터인데 이 둘 외에 아주 조용했던건
이들의 대화가 재미가 있어서 다들 보고만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막판에 이렇게 대화가 이어졌다.
가:"하여튼 지금 오긴 올 거야?"
나: "왜?"
가: "팔다 남은 면이 조금 있는데 불어터지긴 했지만
젓가락으로 들면 끊어질 정도는 아녀...와서 먹으라구"
나: "그래..고마워..백수에다 요즘 고향 부모님도
돈을 안 부쳐 주셔서 이틀 굶었어"
가: "저런~ 더 남겨 놓을 걸...하여간 국물이라도 많이 부어 줄게"
하여간 일부러 궁상을 떤 것인지
이 둘의 천연덕스러운 대화를 보면서
웃다가 심각하다가 하면서 한 시간을
멀건히 앉아서 보낸 기억이 나는데
오늘도 그럴 뻔했다.
(음 그런데 시방 난 도무지 뭐 하는 겨?)
반면에 난 술에 젬병이고.
아주 가끔 이 마눌님이 술 한 잔 하자고 꼬드긴다.
그럴 경우, 전투적으로 거절하곤 하는데
거절하는 여러 이유들 중에 말못할 이유가 하나 있다.
평소 낭군님 알기를 하늘 이상으로 아는 냥반이
약주가 거나해지시면 날 부르는 호칭부터
나사산이 어긋나듯 슬그머니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삼강을 물구나무 세우고 오륜에 얼차려를 주기 때문이다.
마누라: "어이~"
청죽: "(엉?) 네?"
뭐 더 길게 쓰지 않아도
이 두 마디면 상상력이 어지간한 분이면
대강 그 뒤의 그림이 그려지리라.
그런데 어젯밤 정조를 허물고
마눌을 따라 호프집엘 가서
500cc짜리 두 잔을 마셨다가
헤롱헤롱 집으로 돌아와 댓자로 뻗어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들으니 웬 열혈 청년 하나가
아파트 화단에 앉아 전화를 하는데 술이 떡이 된 듯
혀가 꼬부라진 큰 소리를 내는 통에 잠이 깨고 말았다.
처음엔 나무라려고 하다가
가만히 들으니 이친구 사연이 꽤 재미가 있다.
창문도 안 닫고 도로 잠자리로 와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그 사연을 듣노라니
예전에 황인용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심야 프로인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은쟁반에 옥구슬이 또록또록 굴러가는 소리처럼
발랄하기 그지없었던 목소리의 서금옥씨가 진행하던
'밤의 데이트'를 듣는 기분이다.
에고고...
내가 듣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이제 막 사연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이 친구 말이 점점 멀어져가는 걸로 봐서
아마 일어나서 제 갈길로 가는가 보다...쩝
그럼 난 뭐여?
에라..잠이 다 달아나고 말았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눈이 말똥거리게 된 김에 컴을 켜고
엊그제 쓴 글에 댓글이 달려서 보았더니
십자수님 염장 댓글이라
심야에 혈압이 오른다...우히히
예전에 바둑에 몰두하던 때였는데
그 때도 잠이 안 와서 일어나 컴을 켜고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들어갔었는데
마침 대기실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데
어찌나 재미 있는지 배꼽을 쥐고 웃으면서
한 시간 이상을 지켜본 적이 있다.
뭐 대강의 기억을 살리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가: "요즘 뭐하나?"
나: "백수사업이지 뭐"
가: "뭐든 해야 할 거 아녀"
나: "그래..해야지..그래서 자네 사업장 견학을 가 볼까 해"
가: "이 야심한 밤에?"
나: "왜 지금이 한창 영업중일 때가 아닌가?"
가:"그렇긴 한데 오늘따라 손님이 별로라 닫으려고 생각 중이었지"
나: "그렇군.."
가: "요즘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어"
나: "그래? 고무적인 일인데?"
가: "다양성의 사회니까 아무래도 메뉴를 늘리는 게"
나:" 잘 생각했어..."
가: " 사실 우동 한 가지만으로도 힘은 들지만...어쩌겠어?"
나: "늘리려는 상품은 뭐지?"
가: "음...김밥과 오뎅 쪽으로 거의 굳히고 있어"
나: "와! 좋은 생각이네?"
이 둘의 대화가 이러면서 거의 한 시간 이상을 가는데
새벽 서너 시쯤 되긴 했으나 다른 이용자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터인데 이 둘 외에 아주 조용했던건
이들의 대화가 재미가 있어서 다들 보고만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
막판에 이렇게 대화가 이어졌다.
가:"하여튼 지금 오긴 올 거야?"
나: "왜?"
가: "팔다 남은 면이 조금 있는데 불어터지긴 했지만
젓가락으로 들면 끊어질 정도는 아녀...와서 먹으라구"
나: "그래..고마워..백수에다 요즘 고향 부모님도
돈을 안 부쳐 주셔서 이틀 굶었어"
가: "저런~ 더 남겨 놓을 걸...하여간 국물이라도 많이 부어 줄게"
하여간 일부러 궁상을 떤 것인지
이 둘의 천연덕스러운 대화를 보면서
웃다가 심각하다가 하면서 한 시간을
멀건히 앉아서 보낸 기억이 나는데
오늘도 그럴 뻔했다.
(음 그런데 시방 난 도무지 뭐 하는 겨?)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