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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야식

靑竹2007.06.28 01:05조회 수 1086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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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식을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
내내 끊지 못한다. 메뉴는 주로 요 라면이란 놈이다.
"왜 상을 두고 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드세요?"
하는 마누라의 푸념이 있긴 하지만 어쩐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먹어야 제맛이 날 것 같기에ㅡ,.ㅡ


1970년.
그러니까 초등학교 5학년 가을 무렵이다.
퇴근(엥?) 아니,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니
바로 손위 누님께서 주전자에 뭘 끓이는데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구수한 냄새가 났다.

"와~ 뭐여?"

"라면이랴.."

"라면이 뭐랴?"

"봉지에 끓이는 방법이 나와 있어
설명을 보면서 끓이는 중이니께 조용히 햐"

나보다 두 살 위인 누님이
머리털 나고 처음 끓여 준 그 라면이
봉지에 인쇄가 되어 있는 설명을 보면서
끓이느라 너무 시간을 썼음인지
퍽이나 팅팅 불었던 건 기억에 확실히 남아 있다.

세상에나~
네상에나~
난생 처음 먹어 본 라면의 맛은
황홀하기 이를데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
아마도 신선들이나 그런 음식을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외삼촌이 다섯 분 계셨는데
그 중 둘째 외삼촌께서 무작정 상격하신 뒤
자리를 잡으신 곳이 라면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추석 명절에 차례를 지내러 오신 외삼촌께서
큰 종이박스 두 개를 가지고 오셨는데
'왈순이 라면'이던가..?
하여간 좀 특이한 이름의 라면이었다.


세월이 흘러 자라고 늙어가면서
이 라면은 그 뒤로도 죽 함께했으나
첫 대면의 그 강렬하고 황홀했던 맛은
한여름 푸르던 잎사귀가 점차 시들어가듯
세월따라 서서히 퇴색하기만 해 왔는데
모름지기 사람의 입이 간사한 탓일 게다.

예전의 그 맛을 아주 똑같이 느낄 순 없지만
기억하려고 애를 쓰면 어렴풋이나마
처음 먹던 그 맛이 기억이 난다.

에고..그나저나 밤참을 끊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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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2007.6.28 01:13 댓글추천 0비추천 0
    라면말고.. 당근!오이!토마토를 드세요~
    맛이야 라면이 최고이지만..
    라면은 염분이 넘 많아서.. ^^*

    가끔.. 오징어X뽕 라묜에.. 파송송..계란턱! 놓고..후룩쩝쩝.. 크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은 너굴히..입니다.
    굵직한 면발이.. 좋아유~ ㅎㅎ

    라면 안먹어본지도.. 3개월이 되어가네유..ㅎㅎ ^^*
  • 靑竹글쓴이
    2007.6.28 01: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카~
    넉울히...ㅋㅋ 우리 애덜이 무쟈게 좋아합니다.
    사실 제가 엄청난 소식주의자인데요.
    잔차를 타면서 먹는 양이 무척 늘어났답니다.
    그래도 소식할 때가 몸의 컨디션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 얼마전 저는 30년전의 라면맛을 찾았습니다.....아트였습니다....비법은 비~~~~~~~~밀~!ㅋ~
  • 아니 그렇지않아도 오늘은 참을려고 했는데 ㅜㅜ
    빨리 사이다로 입안에 고이는 침을 없애야겠습니다 ....ㅋㅋ
  • 위장이 싸~~아 해 지네요...
  • 라면은 새벽에 보초갔다가 복귀후 빼치카에서 봉지라면..뿔려 먹던 라면이 최고죠~
    그때가 생각나서 가끔은 집에서도 해먹는데...그 맛이 안나더군요...ㅎㅎ
    그리고 빼치카하니까..한달고참들한테 저탄창고에서 돌려가며 맞았던 아픈기억이..우이~쒸...
    그런데..총각김치보면 입안에 군침이 도는데~ 라면은???
  • 라면은 칼로리가 무지하게 높습니다~ 전 요새 살을 빼느냐고

    모든 제품에 칼로리가 써 있습니다~ 그걸 참고로~ 새벽에 배고파도 물과

    녹차정도로 버티고 있습니다~ 새벽에 먹는건 다 살이되죠~

    하여간 저도 20세 전까지만 해도 라면 한박스 갔다노면 열흘도 안되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 맛있게 드시고 소화좀 시키시고 주무세여~ !!
  • 삼*라면이 10원일때..새로운 라면이라고 컵라면 30원으로 기억합니다..지금 맛을 기억하지
    못하는게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친구네 벽장..다락은 아니고 예전에 어르신들 쌈짓돈하고, 삶은계란, 정종, 화투 등등...
    그..벽장에서 라면 한봉지 뜯어서 우적우적 씹어 먹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당시가 1973~74년으로 기억합니다. 짜장면이 90원 했던것도 기억나네요^^
  • 사진속의 라면.... 많이 뿔어보입니다요.... ㅎㅎ
    쫌 더 빨리 불에서 내리셨어야 헐것을....
    총각김치만 한 줄기 들고갑니다~ =3===33
    우적우적~
  • 맛있게 드세여 제껀 아니지만 ㅡㅡㅋ
  •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정상에 올라서 먹는 'ㅅ골탕면'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외할머니가 라면 몇 개 사다가
    검정 무쇠 솥에 국수와 같이 끓였던
    그 때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이런 맛이 있구나 하는 경외감마저 들던....

    지금은 라면을 좋아하지 않지만

    비가 내리는 아침에
    군침을 삼켰습니다.
  • 해피라면을...
    세수대야에 끓이던 생각이 납니다.

    7개 쯤인가 끓여...사촌 동생들과 싸우며 먹었지요..
    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많이 먹겠다고...
  • 청죽님의 라면글이 옛일을 떠올리게 하네요.
    참지마시고 드세요....
    먹다간 영혼은 때깔도 곱다고 했습니다.
    이쯤에서 튀어야 될겄같습니다.
  • 예전 초등학교때 50개 한박스씩 사서리 3일을 못넘기고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한번에 7~8개씩 먹곤 했죠...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젠 한끼에 3개 이사은 안들어가네요...그때가 그립습니다. 뒤돌아서면 배고프던 시절....
  • 티비에서 뽀글이 라면에 대해서 나오길래. 밤에 군대 생각나서 신라면 반잘라서 뽀글이 해먹었습니다..ㅎㅎ 나름 맛이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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