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한 분과 자주 라이딩하는데
이 갑장님이 눈이 어찌나 좋은지
달리는 와중에도 먹거리를 귀신같이 발견하고는
"잠꽌~!!"을 남발하며 급제동하게 만들곤 하는데
때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숨도 고를 겸해서
그 소리가 반가울 때가 훨씬 더 많았다.ㅎ~
산딸기며 버찌며 앵두, 오디 등등을
그 덕분에 올 봄부터 지금까지 무던히도 따먹었다.
둘이서 산길을 쏘다니며 그것들을 따먹는 꼬라지가
동면 기간 동안 필요한 에너지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겨울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부지런히 야생 열매를
따먹으며 알래스카 계곡을 하루 종일 누비는
회색곰 새깽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흐흐
어쨌거나 요즘 가장 많이 먹었던 게 산딸기다.
예전의 지독했던 흡연 습관은 체내의 비타민의 파괴를 가져와
신 맛이 나는 음식에 대해 거부 반응이 상당히 심해서
조금이라도 신 맛이 나는 음식은 아예 먹을 엄두를 못 냈었는데
금연한지 일 년 반을 넘긴 요즘엔 신통하게도 신 걸 잘 먹는다.
엊그제 신 걸 좋아하는 마누라가 사 온 자두를 주기에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는데 너무 시다며 몸서리를 치던
마누라가 우적우적 그 신 자두를 씹고 있는 날 신기하게
바라보았을 정도니 말이다.
조금은 떫지만 단맛이 강한 산딸기는
신맛도 꽤 강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먹기 좋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 군락지를 발견하면
둘이서 자전거를 내던지고 허겁지겁 따먹기 시작하는데
항상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탈이 나는 법이다.
열심히 산딸기를 따먹던 동갑내기 곰새깽...아니
갑장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퉤~!!!"
"엉? 왜 그러십니까?"
"큰 걸 하나 따 먹었더니 노린재가 붙었었나 봐요..퉤퉤.."
"그걸 왜 뱉어요?"
"엥? 이 냄새나는 노린재를 그럼?"
"곰새깽이덜 보니 연어도 잡아먹고 하던디
그간 우리는 돌아댕기며 너무 채식만 했잖수..
양약은 쓰나 몸에는 좋다고 했으니..참고 삼키시구래..ㅋㅋㅋ"
"하기사 복분자를 먹으면 요강을 깬다는 낭설을 믿고
열심히 먹었지만 갑장이나 나나 비실비실한 건 여전하니
노린재를 곁들여 먹으면 좀 나아질라나요? 푸핫핫 "
그래도 둘 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거들며 자란 세대라
먹을 수 있는 풀 몇 가지 정도는 꼴에 구별할 줄 알아서
허겁지겁 풀잎을 한 웅큼 쥐어뜯어 씹으며
노린재의 지독한 맛을 가셔내곤 했는데...
나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올여름 세 번 정도 노린재를 씹었다. 퉤~
아주 농익어 단맛이 기막히게 밴 열매의 경우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면 노린재란 놈이
다리를 한껏 벌려서 부둥켜 안은 자세로
달콤한 과즙을 먹는 게 보이는데
그게 뒷편에 붙어 있어 자칫 발견하지 못할 경우
이른바 '노린재샐러드'를 먹게 되는데
먹어도먹어도 감질나게 양이 차지 않는 날파리보다는
건데기가 제법 굵직한 노린재가 당길 법도 하지만
그 오묘한 향이 그다지 추천할 만한 게 못 되니
감질나기는 해도 고소한 날파리의 손을 들어 주고 싶다.
(날파리가 뭔 손이 있다구..)
여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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