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라이딩을 다녀 온 후라 일상이 달라집니다.
같은 아파트 2층에 사는 분이 제가 자전거 타는 것에 관심을 보이더니
같이 라이딩을 하자고 합니다.
꽤 오래 전에 자전거를 사 놓고 혼자서 좀 탔는지
탄 횟수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세 사람만 잔차를 타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동호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던 터여서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자는 말은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길 건너 아파트에 사는 분 중에 제가 아는 잔차를 타는 사람이 둘인데
한 사람은 라이딩 스타일이 달라서 같이 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분은 바이크랜드에 있는 허리케인 팀 소속인데 하드테일로 빨리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 병기이고,
다른 한 분은 저하고 가끔 싱글을 타지만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까페 활동을 즐겨하지 않는 것인지 라이딩을 해도 말을 몇 마디 나눠보지 못한
그런 사람입니다.
같은 아파트, 그것도 같은 통로 2층에 사는 분이 자전거에 관심을 보여 왔을때
그 사람이 같은 통로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와도 잘 안다고 할 때
그리고 오늘 아침에 라이딩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사진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사진을 찍는 것 같다는데 여러가지로 동포애(?)를 느낍니다.
여하튼
새벽 다섯시 반에 만나서 동네 싱글을 타고 집에 돌아와서
아침식사부터 하고 나니
몇 장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야겠다는 찬란한 사명감에
컴퓨터 앞에 먼저 앉게 됩니다.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일반 팬티 위에 패드 달린 반바지를 입었고
위에도 기능성 런닝셔츠 위에 져지를 입었으므로
땀에 젖은 몰골에서 얼굴만 간단히 씯고 동영상 올리는 일에 열중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 찝찝하지만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소속된 까페에 가 보니 썰렁합니다.
왈바도 한 번 들어가 보고, 댓글 몇 개 쓰고....
이제는 샤워와 빨래를 할 차례입니다.
양말과 팬티는 세탁비누로 빨고, 져지와 반바지, 런닝은 울 샴푸로 빱니다.
너무나 대충 빨다보니 때가 잘 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빨래라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던 사람이 잔차를 타면서
마누라 눈치 안 보고 빤다는 것이 대견합니다.
빨래를 마치고 옷걸이와 집게로 빨래를 널면서 보니
날씨가 화창합니다.
아차!!
장갑을 빨지 않았군요.
다시 빨래를 하기는 싫어서
자취생 모드로 집게에 한 짝씩 매답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다 널어 놓습니다.
이래도 장갑에서 나는 냄새는 좀 줄어든다는 거 ㅋㅋㅋ
피곤이 몰려와서 한 시간 반쯤 낮잠을 즐기다 일어나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날씨입니다.
컴퓨터를 켜고 베란다에 나가 봅니다.
먼 산을 한 번 둘러보고
빨래가 잘 마르나 봅니다.
져지와 런닝의 윗 부분이 말랐습니다.
그런 옷은 잘 마를테고,
패드 달린 반바지를 가져다
장갑 옆에다 널어 놓습니다.
바람도 잘 통하고 햇빛이 강하게 비치는 곳이니
금방 마를 겁니다.
언젠가 마누라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왜 빨래가 잘 마르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원하는 것은 아닌데 그 때 마누라는
'그럼 빨래나 좀 도와 달라'고 합니다.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내 운동복을 빨게 된 것도 얼마나 발전된 것인데....
글을 쓰면서 밖을 내다 봅니다.
하늘이 푸르지는 않지만 햇볕은 강렬한
전형적인 여름 오후입니다.
빨간색 집게의 색깔이
옛날 어릴때
후래쉬를 손 바닥에 대고 바라 본 손등 같은 색깔입니다.
그 집게에 매달린 장갑과 패드 달린 반바지를 흐믓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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