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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의 이야기 ...1부

풀민이2007.08.04 23:36조회 수 1160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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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이라서....4부로 나누어 올립니다...

스크롤 압박이 만만치 않겠네요...쩝!!!!

........................................................................................

1983년....8월..초 여름 날.....
4주 동안..성남 육군행정학교 ROTC 1년차 훈련을 끝내고....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학 3학년...23살.... 참으로..아름다운 나이(???) 의 젊음이었습니다...

방학 전..선배들과 몇몇 친한 동기놈들과 약속한대로....설악산 등반을 하기 위하여 출발 전날....
선배집으로 갔습니다...당일 선배 집에서 자고...담날...다른 사람들과 합류하여 가기 위하여....

오후 무렵...선배 집에서 점심을 먹고....편안하게 누워서....야구 중계를 시청하면서 있었습니다....
근데..갑자기....요란한 싸이렌 소리가.....그리고 이어지는 멘트....
"공습경보입니다...지금 인천쪽에 북한기가 출몰하였습니다....공습경보입니다....이건 실제상황입니다...."
라는 소리가 TV에서 나왔습니다.....
편안하게 누워 있던 저는..깜짝 놀라...벌떡 일어 섰습니다....
'어떻해야 하나....'..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학교 학군단으로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형!! 나 일단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지금 집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도 걱정이 되고....
전쟁이 났다면....전 바로 군에 초급장교로 입대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몇일 전에 받았던 군사훈련 내용과..앞으로 펼쳐질..나의 운명등등...

그 순간에도...라디오와...TV 에서는 계속 공습경보에 대한 속보가 전해지고......
마침 선배집이 구로동쪽이라...혹여 공습 중이라면...폭음이라도 들릴까 하여 밖을 나가도 보았습니다...
하지만..소리는 안들리고....그렇게 약 10여분이 흘렀습니다...

근데...."아~~~오보입니다...공습 중이 아니라...북한기가 영공을 침입하여 인천 방면으로
날라갔다는 소식입니다" 하는 멘트가 들리는 순간....온몸에 힘이 쏘~옥 빠졌습니다...

이것이 바로..그 유명한(??) 이웅평 씨의 월남하는 순간의 상황이었습니다...
후에...이웅평씨가 타고 온 미그기는 우리 공군의 인도에 따라 오산에 착륙하였고....
미그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하여..미군에 완벽하게 조사하였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이웅평씨는 우리 공군으로 편입되어.....훨씬 후에 전역을 하였고..지금은???...글쎄요...

암튼..놀러 갈 준비에 마음이 부풀렀던 마음이 그 소동(??)으로 인하여....
갑자기 싸~~아 해지면서...갈까말까..하는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후에..제 동기는 화양계곡에 현역 장교들과 같이 놀고 있었는데...공습경보 소식을 듣고....
군인들이 부대로 복귀한다고 난리가 나니깐....와이프와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고 하네요...ㅋㅋㅋ)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일단 설악산을 가자는 의견이 일치되어....
다음 날 상봉터미널에서 백담사 행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4학년 선배 2명, 3학년인 저와 다른 동기 2명...그리고 2학년 여학생 2명.....
(이 일행 중...제 동기 한명과 여학생 한명은 후에 졸업 후 결혼을 하였고....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ㅎㅎㅎ)

백담사 입구라고 해서 버스에 내렸는데....실제로는 백담사까지 1시간 이상 걸어가야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숙박장소인 백담산장까지입니다만.....
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돌아가는 산길이었습니다.
날이 더워서....땀이 삐질 삐질 나는데....문득 계곡의 물을 보니 참으로 맑고 시원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영을 못하는 저로서는 그 물속으로 선뜻 들어가기가 겁이났지요....
"저 물 깊을까???..."
"야!!.기껏해야....허리 쯤 오겠구먼..뭘~~~" 동기 한넘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합니다.

하긴 물을 보니..바닥이 바로 보이는 것이..그리 깊을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일단 뛰어들자...시원하겠다..." 하고 용기를 내어  
휙~~~ 텀벙....
션~~하게 뛰어들긴 했습니다만...아니..정말 오싹하게 물도 차가웠습니다만,,,,
허걱???..바..바..발이...바닥에 닿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억!!! 순간 물이 코로 들어가면서.. 꼬르르륵~~~
그래도 그 순간에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물 바닥까지 내려가서 발로 바닥을 걷어차고
물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사..사람...사..ㄹㄹㄹ..려~~~~"

바위 위에서 제가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선배들과 동기들은....
킥킥킥 거리며...그냥 웃고 있습니다. (제가..장난치는 줄 알았답니다...쩝!!!!)

재차..물속으로 자맥질이 되는 순간...제 눈앞에 조그만 바위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물이 목으로..코로 넘어가는 순간에도..그 바위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득~~ 들더군요..그래서 가까스로..바위를 잡고...다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허푸~~허푸~~~ (자맥질 세번이면 물에 빠져 죽는 것이라고 하더군요...근데 벌써 두번째...)
바위를 움켜 잡은 저는 온 힘을 주어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러는 순간 문득...발바닥에 어떤 감촉을 느끼고..까치발을 세웠는데....다행스럽게도...
겨우 발바닥이 물속 바닥을 딛고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쯤에서야..
제 행동이 장난이 아님을 눈치챈..선배와 후배가 물속으로 뛰어 들어와...
겨우 저를 끄집어 낼 수 있었습니다....(에고...어쩐지....오기 싫더라니.....)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모두들 젖은 옷도 말릴 겸...바위위에 앉아서....모두들 널브러졌습니다...
산 너머 넘어가는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내뿜고 있을 때였습니다...

얼마를 쉬었을까.....모두들...주섬주섬 옷들 챙겨입고....다시 백담산장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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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의 이야기 ...2부 (by 풀민이) " 베낭의 맬빵 끝단 깔끔하게 처리하기 " (by eyeinthesk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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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왈바 자게판의 베스트 앤드 스태디셀러 작가로 임명해 드립니다.....험~ㅋ~ㅋ~

    풀민이님의 글솜씨와,저의 글 다듬는 솜씨가 만난다면..."대작" 하나 나오겠는데요???ㅎㅎㅎ

    기다려라....."벨이 없는 문학상"아~!!!^^**ㅋ~
  • 풀민이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이웅평씨가 우리나라로 넘어올때 우리집 애들이 어렸을떄입니다
    북한기가 넘어왔다고 하는데 그때 그날의 을씨념한 날씨를 잊지 못합니다
    어린애들을 붙잡고
    아빠이름 엄마이름 할머니이름 주소를 머리속에 넣어 주고 또 넣어주고 하였지요
    전쟁중에 서로 헤어지면은 커서 만나야 하잖아요
    젊었을때라라 집에 돈도 없어서 애들 돐반지를 몇개씩 나누어서 애들 옷속에 넣어주어야 겠다고
    생각도 하고 정말 나죽는것은 걱정이 안되는데 애들이 걱정이 되어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더라고요
    혹시 전쟁중에 애들하고 헤어지고나면은 누군가가 애들 주머니에서 금반지를 발견하면은 배고플때 밥한끼 먹일까 하는생각에 넣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었지요
    그런데 오보라고 하여서 한숨을 돌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의 그 스산한 날씨
    정말 날씨가 스산했는지
    내 기분이 스산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이웅평 씨 넘어오던 그날..
    저는 영종도에 있었습니다.
    여름이었는데

    섬에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점심먹다 말고, 10여분 동안 만감이 교차 하였다는얘기.
    저빠른 조류를 헤엄쳐서 건너서, 서울 까지 걸어야되는데...

    그이후로는 저는 섬에 안들어 갔습니다.
    정말로 섬에는 안갔습니다.
  • 이웅평대위로 기억 됩니다만.....
    북한에서의 공군작전 정보업글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요^^**요즘 20대청년들만 해도 잘 모를수도 있을겁니다........
  • 이웅평 이야기만 들어봤지 전 기억에 없어서 ... 코찔찔이 때라~

    미그기 한대 때문에 10분동안 엄청났었나보네요~ ㅎㅎ
  • 그보다 좀 더 전에 중국 민항기가 불시착 했을 때도 경보가 발령 되었었죠...그 때가 아마 복날이 아니었나???
  • 이웅평씨 간질환으로 2002년에 돌아 가셨습니다 전 그때 잠자리 잡으로 갔다가 아니 민방위날도 아닌대 웬 싸이렌 소리가 나지? 했습니다
  • 이웅평대위를 통하여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발싸개의 실체를 보았습니다
    거지발싸개^.^
  • 아.....언뜻 신문에서 본것도 같네요.......이미 고인 이군요.......;;;
  • 북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온것도 아니고,혼자서 여유있게 유유히.........(제 눈에는^^;;,미그기에서 내려서 손흔들며 미소짓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저라면, 가족들 남기고 혼자만 남한으로 오는 그런행동 못할것 같습니다......
    하여튼,우리 공군의 작전정보 업글 에는 지대한 공헌을 하신 양반이죠^^**;;
  • 몇 번의 귀순이 있었죠.

    그 때마다 정말 요란했구요.

    '맥주병' 생각이 나네요^^
  • 옛...추억이...생각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봅니다~~~~^^
    지나고 보니..잼 있었던 ...헤프닝이었던 거 같습니다~~ㅎㅎㅎ
    잼난 글 ..또 잘 읽었습니다~~^______^
  • 이웅평이 올 때가 1983년 8월 중순이었지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모두 끝내고 대기 중이었는데 그날이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풀민님과 나의 나이가 같군요.
  • 풀민이글쓴이
    2007.8.5 21:32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걱?....왜?....fire9355님께서....같은 나이라고..추측하시는 이유는???
    81학번?? 땜시요????

    흐흐흐........너무 간단한(??) 나이 계산법(??)입니다만....
    사람의 삶이란 것이...모두들 다 같거나 순탄(??)치 만은 않더군요.....쩝!!!!
  • 간 이식수술까지 받고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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