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많은비로 인해 길이 미끄러울거라는건 알았지만
몇일동안 잔차를 타지 못했기에 마눌님 눈치 살피다
잔차 가지고 홀로라이딩 했습니다.
다운힐 할때마다 조심조심해서 내려왔지요..
산 두개 넘고 마지막 급경사 넘고
이제 룰루랄라 내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이런길에서 넘어지면 적어도 3주 정도는 나오겠는걸?'
하고 생각하는 순간
스윽~~(앞바퀴 미끄러지는 소리)
퉁~~(머리, 어깨, 고관절이 콘크리트에 부딛히는소리)
솨악~~(약 5미터 정도 미끌리는소리)
그리고 한 10초 정도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10초 정도 있다가 서서히 손가락을 움직여보니 별 탈 없습니다.
얼굴도 만져봅니다. 괜찮습니다.
누워서 클릿을 뺄려니 힘들었습니다.
일어나서 미끌린 부분을보니.. 피가 뭍어있습니다.
헬멧의 바이저가 한쪽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헬멧을 벋어 확인해보니..
세군데가 금이 쫙쫙 갔습니다.
헬멧 파괴의 충격으로 이마에 상처가 났더군요
주위를 살펴보니 후미들 뚜껑이 날아가고 바플러그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앞바퀴 미끌린 부분에서 한 5m정도 떨어져있고...
정신 수습하고 잔차 일으켜 세워 잔차 확인합니다
고맙게도 크게 다친데는 없네요 ㅜ.ㅜ
일어나서 움직이지 않는 몸 잔차에 싣고 타고 내려옵니다.
갑자기 집사람 얼굴, 내 새끼들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집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갈 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차저차해서 집에 도착하니 집사람이 엄청 놀래더군요
씻기 전에 한장 찍어둔 상처입니다.
찰과상은 그렇다 치고 왼쪽 어깨와 갈비뼈 대퇴근육이 욱신욱신거립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헬멧이 없었더라면.. 정말 끔찍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엔 사람들도 다니지 않는 곳이고, 비 온 뒤라 몇 명 되지도 않는 이곳 라이더가
지나갈리 만무했을터..
헬멧을 쓰지 않고 그대로 콘크리트에 부딛쳤다면 그 자리에서 천천히 죽어갔거나
운 좋으면 누군가에게 발견되서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하니
부서진 헬멧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고 끔찍합니다
나도 왠만큼 탄다고 자부하고 이리저리 내다 쏘고 했습니다만
이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렵니다.
그리고 헬멧 안쓰시고 타시는분들.. 꼭 헬멧은 쓰십시요
가정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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