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비몽사몽

靑竹2007.09.03 01:53조회 수 803댓글 13

  • 1
    • 글자 크기




▲비가 내려 습하고 후줄근한 숲도 마냥 좋기만 하다.



불과 며칠 전, 무척 더울 때의 일이다.
힘들게 산을 타고 집으로 오니 너무 열이 났다.
냉수를 틀어 놓고 대강대강 샤워를 했는데
본시 샤워하는 버릇이 5분을 넘기지 않는지라
달았던 열기가 미처 다 식을 리가 없었겠다?

"어휴~씻은 지 오 분도 안 됐는데 이 땀 좀 봐라.."

"새로 갈아입은 런닝셔츠가 다 젖었네요..으이구"

우리 두 내외의 이야기에 딸아이가 끼어들었다.

"아빠...그러니까 들어오자마자 샤워하지 말고
우선 선풍기로 열을 일차 식힌 다음에 샤워하면 되잖아
머리를 쓰세요 머리를..크크"

딸아이가 하는 말이 꽤 일리가 있는 조언 같아서
이틑날인 그제 저녁에 드디어 실행에 옮겼는데
우선 눈에 뜨이는 세 가지 실수가 있었다.

첫째, 딸뇬의 조언이 아비의 연식을 계산에 넣지 않은
불효막..아니,적절치 못한 조언이었다는 점과,

둘째, 열대야가 지나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조석으로 서늘함마저 느낄 정도인데 이 둔한 위인이
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점과,

셋째, 선풍기를 장시간 쪼이면서 왈바 게시판을 들여다보다가
그것도 모자라 글을 한 편 올렸다는 점이 그것인데

수카이님 옆구리가 시린 계절이 온 것도 모르고
선풍기를 마냥 틀어 놓고 덜덜덜..으시시...
숙맥처럼 하염없이 떨면서 왜 떨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본 적도 없이 그저 맹꽁이 같이 떨고만 있었으니..쩝
그게 잠간이면 몰라도 두어 시간을 그랬으니
여간해서 걸리지 않는 감기가 덜컥 걸려버렸다.

이틑날,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기침이 나오는데
그게 감기라는 건 생각도 못하고
(그만큼 감기와 별 인연이 없었으므로)
소파에서 눈꽁댕이가 게슴츠레 풀려가지고
티비를 본답시고 눈꼬리에 힘을 주어 보았지만
연속극에서 앙칼지게 소릴 지르는 아지매가
날 째려보는 게 내가 티비를 보는 건지 티비가
날 보는 건지 도무지 헷갈리게 만든다.
아무튼 누웠다 앉았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으려니
마눌이 웃으며

"별 일이네요? 오늘 어디 안 나가요?"

"내가 뭐 자전거만 타는 사람인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타는 걸 가지고..쩝"

"세상에나..네상에나..자전거에 올라가 있는 시간이
땅을 디디고 있는 시간보다 많은 양반이..아이고 내 웃겨서..
가뭄에 콩이 그렇게 잘 나면 평생 가물어도  
콩농사는 걱정이 없게요?"

아무튼 뒤늦게 감기라는 걸 깨닫긴 했으나
태어나서 감기약이라고 딱 한 번 먹어 보았으니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뒹굴거리며 잠을 잤다.

작년까지만 해도 감기 기운이 보이면
잔차를 끌고 나가서 땀이 흠뻑 나도록 달리면
감기가 흔적도 없이 떨어지곤 했는데
그제는 잔차를 탈 엄두가 안 나서 잠만 자고 났더니
오늘까지 차도가 없다.

밖에는 비가 뿌리다 말다 하는 것이 정말 게릴라 같다.
하늘이 게릴라면 나도 게릴라 전법으로 맞서야 한다.
'우선 지근 거리에 있는 산에 한 번 올라가 보자.'
마음을 먹고 자전거를 현관까지 끌어다 놓고
오분,,아니, 십초대기조로 완전무장한 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내 비가 그친 데다가 하늘을 보니
제법 햇살이 엷은 구름층을 투과해서 들어온다.

'그래 이 때다..적어도 산을 타는 한 시간 반 안에는
비가 올 것 같지 않다'고 확신하고 잽싸게 출동했는데
결국 게릴라전에서 감기에 걸려 전력이 약화된 게릴라가
패하고 말았다.

집에서 출발한 지 오래지 않아 비가 내리는데
돌아갈까 하다가 내친김에 그냥 산에 올라갔다.
자전거가 알미늄일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저 전천후였는데 지금의 잔차는 크로몰리라
비가 오면 그래도 조심하는 차원에서 라이딩을
제법 삼가는 편이라 이럴 땐 무척 망설여진다.

급경사 길에서 뒷바퀴가 자꾸 미끄러지면서
헛도는데 예전엔 조금만 헛돌면 놀라서
클릿페달에서 발을 잽싸게 빼곤 했는데
지금은 제법 적응이 되었는지 그 슬릭이 나는 걸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ㅡ,.ㅡ

어쌨거나 비를 맞긴 했으나
땀을 흠뻑 흘릴 정도의 라이딩을 마치고
따순 물로 샤워도 마치고....에효효..그런데...

야심한 이 시간까지 아직 머리가 띵하고
코가 막히고 재채기가 자꾸 나오는 것이
예전과 다른 것 같다.
지금 자고 일어나서 감기 기운이 여전하다면
더 이상 땡깡과 발악을 부리지 말고 순리에 맞춰서
약을 한 첩 지어다 한 번 먹어 볼 생각이다.

구름선비님 편찮으신 걸 보니
잔차에만 너무 신경을 쓸 일이 아니라
몸도 분해..헉..분해는 안 되지..분해는 안 되니
정비라도 가끔씩이라도 해 주어야겠다.
연식이 오래 될수록 고장도 잦은 법이니끼니..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이 글을 읽고
노여워 마시길 바랍니다.^^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3
  • 가뭄에 콩이 그렇게 잘 나면 평생 가물어도
    콩농사는 걱정이 없게요?
    (그럴줄 알았으면 콩을 심는건데
    올핸 게을러서 콩을 안 심었군요 ^^;;)
    ㅋㅋㅋ
    뒤집어집니다

    암튼 분해
    아니 정비 잘 하시고
    어여 쾌차하시길...
    사실,
    저도 낼 아침에 병원가야 합니다. 흑흑흑
  • 靑竹글쓴이
    2007.9.3 02:03 댓글추천 0비추천 0
    헛..목수님은 왜요?
  • ㅎㅎ 어제의 일이셨어요!?~ 감기 얼른 나으세요~

    저는 조그만 아파도 병원에 가서 바로 주사 한대 맞는게

    생활이라 ㅎㅎ... 그런덕분인지 건강합니다~

    지금 환절기가 되었는데 기온차가 크니 몸 조심하시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ㅎㅎ~
  • 오랫만에 자빠링을 해서
    그 동영상을 편집하다보니 길어질 수 밖에요.

    편집하고 나면 오타가 났고
    다시 편집해 보니 다음까페 기준인 100메가가 넘었고....

    그러다가 무서운 딸내미에게 컴퓨터 뺏기고....

    일찍 자다 일어나 보니
    조금 전 시간이라
    이제 글을 보았네요.(다른 때는 못 보고 새벽에 보았겠군요)

    무릎과 팔에 찰과상 정도 났는데
    샤워하는데 쓰리더니
    약 바르고 나니 별것도 아니었습니다.

    비가 청죽님을 약하게 한 것일까요?
    이제 계절을 직감적으로 아시는 걸까요?

    병원에 가 보는 것도
    중년에는 약이 됩디다.

    내 몸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니까....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랍니다.

    몸을 쉬시면서
    간단한 치료는 받으시지요^^

  • 웬만하면 산을 보호하기 위해 비내려 지반이 물러져 있을 산에는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저도 자꾸 유혹이 생기지만 아직까지는 버틸만합니다. 원래 제 스타일이 도로가 아닙니다만 요즘은 주구장창 도로 연습만 하고 있습니다.
  • 청죽님! 여전히 잘 계시군요... 반갑습니다. 항상 재밌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조석으로 선선하다 못해 한기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네요...
    이제는 장마철과 여름의 구분도 없어지고 우기가 온 여름을 차지하는 덕분에
    오늘까지 3일간 라이딩을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운동하라는 하느님의 계시로 받아들여야 겠지만
    금년도 라이딩 계획을 자꾸만 지연시키는 하느님이 이제는 조금은 밉기도 하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습니까? 침는 수 밖에요...

    이번 한주도 즐거운 한주가 되시길 빕니다.
  • 앗 초록색 글씨닷~~~~~^^ 항상 즐거운 읽을거리를 주셔서 감사^^
  • 오랜만에 푸른글을 보니
    감기로 인해서 힘은 드시겠지만 마음이 다소 편해지신 것 같아서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연식을 고려한 몸 관리 정말 중요 합니다.

    근디유...청죽님 글에 리플을 다시는 분들은
    혹?...연식이 좀 있으신분들만 달아야 하쥬??....ㅎㅎㅎ======333===========33====
    어여 건강 쾌차 하시길 바랍니다요...^^
  • 비가 올땐 산에 가는걸 참으신다는 산초님의 글을 보고 ,
    (애고--초보라 잔차만 타면 좋아서물불을 가리지 않고 산과들을 쏘다니니고 있는 ..파란산)

    어젠 용인의 말아가리산이 잔차타기 좋다하여 4명이 함께 다녀왔네요..
    질질 미끄러지는 산길 조심조심 소심하게 잘 다녀 왔지요.

    한참을 비맞고 다녀보니 으실으실 춥더이다.
    간절기?(환절기)감기 조심해얄것 같습니다.
  • 청죽님 글을 오랜만에 보니 넘 기분이 좋습니다. 어찌하여 감기에 걸리셨서리 고생을...
    언능 쾌차하셔서 시원한 라이딩 사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고뿔 빨리 나으시길 빕니다.^^**
  • 부디 자중자애하시고, 자전거 속도계 자석 떼어 놓으슈....나중에 집으로 쳐들어 갈테니까...
  • 구름선비님.....언제 하실건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5
188103 raydream 2004.06.07 389
188102 treky 2004.06.07 362
188101 ........ 2000.11.09 175
188100 ........ 2001.05.02 188
188099 ........ 2001.05.03 216
188098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7 ........ 2000.01.19 210
188096 ........ 2001.05.15 264
188095 ........ 2000.08.29 271
188094 treky 2004.06.08 264
188093 ........ 2001.04.30 236
188092 ........ 2001.05.01 232
188091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90 ........ 2001.05.01 193
188089 ........ 2001.03.13 226
188088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7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86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85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84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1)
no1.jpg
126.8KB / Download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