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방이 빠져야 전세금을 받고 서울로 다시 이동을 할터인데 부동산 중개소에서는 소식이 없고, 시간은 안가고 심심하고 하여 두음법칙에 관한 얘기를 잠깐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본관이 문화(文化)이고 성은 버들류(柳)를 쓰는 사람인데 소위 두음법칙 때문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 할 수 있는 웃지 못할 그런 일들을 살아오면서 몇번 겪은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였는데 국어 선생님이 갑자기 저한테 다가오시더니 너 왜 성씨를 유가 아니라 류로 적느냐 그리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집에서 아버지께 들은대로 답변드리길, 네... 제가 알기로는 문교부에서 성씨는 개인의 고유명사인지라... 라고 말을 이어나가는 찰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어 선생님은 제 따귀를 한대 올려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면박을 주기를 문교부는 뭐가 문교부야 이 놈아! 너희 문중에서 그렇게 하자고 결정한거지! 그러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나는 물어보는 말에 대답한 죄밖에 없는데 갑자기 따귀를 한대 맞고나니 정신이 얼떨떨한 것이 그냥 잠자코 듣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살면서 새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중에는 꼭 제 성씨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더군요. 류씨는 뭐고 유씨는 뭐냐고... 오래 전에는 소설가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김X신씨가 또 이 문제를 들먹거리면서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무식한 류씨>들에 대해서 질타하는 것을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두음법칙이라는데 대해서 저 나름대로의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 제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도서관에 있는 1920-30년대 신문 마이크로필름을 우연히 접하면서였습니다. 거기 보니까 그때 당시 신문기사 표기에는 아예 두음법칙이라는게 없더군요. 이발소가 아니라 리발소... 뭐 예를 들자면 전부 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두음법칙이란게 원래부터 우리 말에 있던 어떤 근본법칙이 아니라 어떤 특정 시기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법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또 한가지 찜찜한 것은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잘못 이 문제를 거론하다가는 정치적으로 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아주 위험한 낙인이 찍힐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자세히 연구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두음법칙이라는 것이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한 부분이고 그것은 또한 어떤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즉, 남이건 북이건 상대방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별짓기 위해 언어문제에 정치가 깊숙히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나름대로 하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떠나서 두음법칙 그 자체만을 놓고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제가 붙인 제목 그대로 법칙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법칙인지를 단번에 알 수가 있습니다. 우선 제가 위에 언급한대로 1920-30년대 신문에는 두음법칙이란 것 자체가 없었는데 몇십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민족의 구강구조에 무슨 근본적인 변화라도 생긴 걸까요? 또 남과 북이 헤어져 살아온지 몇십년이 되었다고는 하나 북에서는 두음법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에서는 두음법칙을 필요로 할 정도로 서로의 구강구조가 변화된걸까요? 남한만을 놓고 살펴볼때도 두음법칙에서 예외로 하고 있는 외래어들... 즉, 라디오, 리본, 레이건(리건), 로스쿨, 라이터, 러시아등등을 우리는 아무 불편없이 발음하면서 살고 있는데 어찌해서 정작 우리말에는 어두에 ㄹ음이 못오게 제한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사람의 성씨에 두음법칙을 적용할때는 정작 그 성씨를 쓰는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나라에서 마음대로 대법원 예규라는 것을 적용하여 호적 전산화를 할때 일괄적으로 성씨를 바꿔버리더니 이제 몇몇 분들이 헌법소원을 포함한 기타 법적절차를 통하여 성씨와 같은 고유명사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얻어낸 이후에는 각자 원하는 사람만 개별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통해서 본성으로(예를 들어 유를 류로) 바꿔준다고 합니다. 참 뭣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야 이 문제에 하도 시달리다보니 버들류를 쓰는 류씨가 뭐 그리 잘났다고 다른 유씨와 구분하여 굳이 류로 적으려고 하나 그냥 유가 되었건 류가 되었건 아무거나 한가지로 빨리 통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을 정도이나... 정말 두음법칙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법칙이라고 불릴 수도 없는 이런 법칙을 누가 어떤 동기로 만들었는지 참 원망스럽고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즐거워야 할 주말 저녁 시간에 너무 무거운 주제의 글을 또 올린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긴글을 이만 줄이고 물러가서 TV나 보아야겠습니다요...
저는 본관이 문화(文化)이고 성은 버들류(柳)를 쓰는 사람인데 소위 두음법칙 때문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 할 수 있는 웃지 못할 그런 일들을 살아오면서 몇번 겪은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였는데 국어 선생님이 갑자기 저한테 다가오시더니 너 왜 성씨를 유가 아니라 류로 적느냐 그리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집에서 아버지께 들은대로 답변드리길, 네... 제가 알기로는 문교부에서 성씨는 개인의 고유명사인지라... 라고 말을 이어나가는 찰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어 선생님은 제 따귀를 한대 올려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면박을 주기를 문교부는 뭐가 문교부야 이 놈아! 너희 문중에서 그렇게 하자고 결정한거지! 그러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나는 물어보는 말에 대답한 죄밖에 없는데 갑자기 따귀를 한대 맞고나니 정신이 얼떨떨한 것이 그냥 잠자코 듣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살면서 새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중에는 꼭 제 성씨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더군요. 류씨는 뭐고 유씨는 뭐냐고... 오래 전에는 소설가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김X신씨가 또 이 문제를 들먹거리면서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무식한 류씨>들에 대해서 질타하는 것을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두음법칙이라는데 대해서 저 나름대로의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 제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도서관에 있는 1920-30년대 신문 마이크로필름을 우연히 접하면서였습니다. 거기 보니까 그때 당시 신문기사 표기에는 아예 두음법칙이라는게 없더군요. 이발소가 아니라 리발소... 뭐 예를 들자면 전부 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두음법칙이란게 원래부터 우리 말에 있던 어떤 근본법칙이 아니라 어떤 특정 시기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법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또 한가지 찜찜한 것은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잘못 이 문제를 거론하다가는 정치적으로 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아주 위험한 낙인이 찍힐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자세히 연구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두음법칙이라는 것이 남북간 언어 이질화의 한 부분이고 그것은 또한 어떤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즉, 남이건 북이건 상대방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별짓기 위해 언어문제에 정치가 깊숙히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나름대로 하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떠나서 두음법칙 그 자체만을 놓고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제가 붙인 제목 그대로 법칙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법칙인지를 단번에 알 수가 있습니다. 우선 제가 위에 언급한대로 1920-30년대 신문에는 두음법칙이란 것 자체가 없었는데 몇십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민족의 구강구조에 무슨 근본적인 변화라도 생긴 걸까요? 또 남과 북이 헤어져 살아온지 몇십년이 되었다고는 하나 북에서는 두음법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에서는 두음법칙을 필요로 할 정도로 서로의 구강구조가 변화된걸까요? 남한만을 놓고 살펴볼때도 두음법칙에서 예외로 하고 있는 외래어들... 즉, 라디오, 리본, 레이건(리건), 로스쿨, 라이터, 러시아등등을 우리는 아무 불편없이 발음하면서 살고 있는데 어찌해서 정작 우리말에는 어두에 ㄹ음이 못오게 제한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사람의 성씨에 두음법칙을 적용할때는 정작 그 성씨를 쓰는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나라에서 마음대로 대법원 예규라는 것을 적용하여 호적 전산화를 할때 일괄적으로 성씨를 바꿔버리더니 이제 몇몇 분들이 헌법소원을 포함한 기타 법적절차를 통하여 성씨와 같은 고유명사에는 두음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얻어낸 이후에는 각자 원하는 사람만 개별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통해서 본성으로(예를 들어 유를 류로) 바꿔준다고 합니다. 참 뭣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야 이 문제에 하도 시달리다보니 버들류를 쓰는 류씨가 뭐 그리 잘났다고 다른 유씨와 구분하여 굳이 류로 적으려고 하나 그냥 유가 되었건 류가 되었건 아무거나 한가지로 빨리 통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을 정도이나... 정말 두음법칙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법칙이라고 불릴 수도 없는 이런 법칙을 누가 어떤 동기로 만들었는지 참 원망스럽고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즐거워야 할 주말 저녁 시간에 너무 무거운 주제의 글을 또 올린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긴글을 이만 줄이고 물러가서 TV나 보아야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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